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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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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엄변상도 - 김양수 2003년 04월 254호
해인4월-신화엄.jpg 바람은 쉬지 않고 길을 떠난다.
산과 강을 만나고 바다도 만난다.
꽃과 나비를 만나고 새와 나무도 만난다.
새로운 인연 따라 많은 사연 나누다 보면
어느새 새벽이요, 저녁이요, 깊은 밤이다.
나도 바람처럼 길을 나서고 싶다.
나도 바람처럼 온 몸으로 세상 모두와 만나고 싶다.

바람은 쉬지 않고 소리를 낸다.
싸리비로 마당 쓰는 소리를 내기도 하고
계곡 물 흐르는 소리도 낸다.
대숲 가득 빗소리를 내기도 하고
나뭇가지 위의 새떼 소리를 내기도 한다.
나도 바람처럼 소리를 내고 싶다.
나도 바람처럼 온 마음으로 꽃 피는 소리를 내고 싶다.

바람에게서는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계절의 향기가 나고
별빛 달빛 쏟아지는 밤의 향기가 난다.
풀벌레, 솔바람, 싸리꽃 숲의 향기가 나고
맑은 햇살, 흰구름, 저녁노을 세월의 향기가 난다.
나도 바람처럼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나도 바람처럼 온 영혼으로 사랑의 향기를 내고 싶다.

나도 언제쯤 바람이 될 수 있을까.
무엇이 나를 이렇게 묶어 놓고 있는가.
창 밖 대나무가 바람에 춤을 춘다.
저 바람을 얼싸안고 춤을 추고 싶다.
바람 될 채비를 서둘러야겠다.
절 집 처마 밑 잠자던 물고기 소리와
차 한 잔을 마시니 그 소리에 지구가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