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조계종 총무원장 취임 축하법어-불조佛祖의 대기大機를 터득하여 모든 중생이 미혹에서 벗어나 성과聖果를 이루게 하고 진속眞俗을 평등케 하는 비원悲願으로 세계를 윤택케 하며, 둘을 쪼개서 셋을 만드는 융통의 지혜와 대기대용大機大用을 갖춘 새 총무원장을 선출하여 오늘 취임식을 가지니 제불보살이 찬탄하고 사부대중이 돌아갈 길을 얻어 수희동참隨喜同參 합니다.
오늘 여기 모인 대중은 만겁萬劫의 관문關門을 열고 바른 종지宗旨를 선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깨쳐야 할 본분자리는 밝고 신령스러워 아주 가까이 있으므로 보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무릇 모든 불보살이 닦아 나아가는 문門에는 정正과 조助가 있고 권權과 실實이 있으며 또한 이理와 사事가 있지만, 비悲와 지智를 원만히 운용하면 내內와 외外가 서로 어긋남이 없고 또 서로 돕는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理에 집착하여 사事에 막혀서도 안 될 것이고 지나치게 사事에 얽매여 이理에 장애가 되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자기절복自己折伏으로 모든 종도宗徒를 섭수攝受하고 포용하여 갈등을 통합하고 원융정신으로 진정한 화합을 이룩해야 할 것이며, 참회를 통해 지난날 허물을 깨닫고 새로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사면 복권의 길을 열어 종단의 중흥불사에 동참케 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종단에는 크고 작은 불사가 많았으나 거일명삼擧一明三하고 여탈자재與奪自在하는 명안종사明眼宗師를 길러내는 인재불사가 미흡했습니다. 지금은 사람불사를 해야 할 때입니다. 사람을 키워야 제방諸方의 종지宗旨가 한 군데로 모이고 모든 중생이 일승법계一乘法界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옛날 황벽黃蘗 선사께서는 전국에 선원은 많으나 눈 밝은 선지식이 없음을 한탄했고 불조佛祖께서는 사원을 하나 건립하는 것보다 인천人天의 사표師表를 기르는 것이 더 큰 공덕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 교훈을 받들어 실천할 때만이 도처에서 눈 밝은 선지식이 배출될 것이며, 수행과 교화의 바탕이 바로 설 때만이 사람을 제대로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훌륭한 개혁은 범부凡夫를 고쳐 성인聖人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개혁을 앞세워 편을 가르거나 사람을 다치게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정신이 담겨 있어야 모든 개혁은 성공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두 가지 청정한 법이 세간世間을 보호한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뉘우치고 부끄러워 하는 법을 말합니다. 불자는 이 가르침을 본받아 삼보三寶를 호지護持하여 선근善根을 길러야 할 것입니다.
유정물有情物을 편안케 하는 것이 제불諸佛의 가업家業입니다. 천지가 인온絪縕하고 만물이 화순化醇하는 것은 모두가 봄바람의 화기和氣에 있고 만류중생萬類衆生이 평안한 것은 자성심원自性心源의 자비에서 비롯됩니다. 서로 감응感應하여 길이 통하면 천기만기天機萬機가 모두 달려오는 법입니다.
모름지기 마음을 진실히 하고 뜻을 바르게 하여 교만과 사견에 치우치지 않는다면 가풍家風이 바로 서고 혜안종장慧眼宗匠들이 넘쳐날 것이며 곳곳에서 밝음과 총명함이 가득할 것입니다.
청천백일일성전靑天白日一聲電이여 천지군생안활개天地群生眼豁開로다
만상삼라제계수萬象森羅齊稽首하니 수미발도무삼대須彌跳舞三臺로다
푸른 하늘에 한줄기 우레소리여! 천지의 뭇 생령들이 눈을 활짝 뜨는구나.
삼라만상이 일제히 고개를 조아리니 수미산이 벌떡 일어나 어깨춤을 추는구나.□
불기 2547(2003)년 3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