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만금 간척사업이 최근 사업의 지속이냐, 중지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느냐의 국면을 맞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은 사업을 지속하는 것. 지난 2월 12일 노 대통령(당시는 당선자)은 전북지역순회토론회에서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해 “농지로 개발하는 데 대해선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새만금 사업은 중단하지 않겠으나, 그 동안 상황 변화가 있으니 사업 내용을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2. 12 발언은 그렇지 않아도 ‘녹색 색맹’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터에 “환경정책에 대해서는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 예전 정부와 다르지 않다”는 시민·환경 단체와 종교계의 우려를 더욱 깊게 만들어 주고 있다.
노 대통령의 ‘새만금 간척사업 계속’ 발언이 있기 닷새 전, 원주에서는 노 당선자의 발언과 정반대의 결론을 내린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대화마당’이 열렸다. 이 모임에는 종교계·학계·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이 100명 가까이 모였는데, 밤새 토론을 벌인 결과 “국가가 지켜야 할 국토를 앞장서서 파괴하는 어리석은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노무현 당선자는 새만금 간척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축제 분위기여야 할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노 당선자와 종교계·학계·문화예술계가 왜 갈등을 빚고 있을까. 갈등의 해소는 새만금 사업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런데 그 답은 이미 새만금 간척사업의 결정과 추진 과정에 담겨 있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전라북도 군산에서 부안에 이르는 갯벌과 바다를 33㎞에 이르는 방조제로 막아 28,300㏊의 농지와 11,800㏊의 담수호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1조3300억원의 예산(91년 당시 가격)이 투입되는 우리 나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간척사업이다. 91년 공사를 시작해 방파제 공사는 4.4㎞를 남겨놓고 있는데, 간척사업의 전체 진행 정도는 20%에 불과하다.
새만금 사업의 첫 번째 문제점은, 대형 국책사업의 대부분이 그렇듯 이 사업도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등 역대 권력집단의 정치놀음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1986년 전라북도를 방문한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13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전북도민의 정서를 달래기 위해 전북지역에 대규모 간척사업을 지시했다.(대통령들은 지역 나들이를 할 때면 꼭 해당 지역의 개발계획을 발표한다.) 이듬해 본격적인 대선정국에 들어서자 김영삼, 노태우 두 후보는 경쟁적으로 새만금 간척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선은 노태우 후보의 당선으로 끝났는데, 91년 사업 착공 때까지 예산 배정이 되지 않았다. 경제기획원 등 경제부처의 반대 때문이었는데, 그 이유는 새만금 사업은 군장(군산·장항)산업단지와 중복투자이며,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정부 내에서도 경제적 타당성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었어도 2년 동안 예산 배정을 하지 않았을 정도로 문제투성이의 사업이었다. 최근 노 대통령의 ‘용도 변경’ 발언 또한 애초의 새만금사업이 경제적 타당성보다는 정치적 득실의 결과물이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이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형성된 갯벌이 하구 갯벌인데, 새만금 갯벌은 우리 나라에서 거의 유일하게 훼손되지 않고 남아 있는 하구 갯벌이다. 우리 나라 최대의 조개 생산지이며, 각종 어류들의 중요한 산란장이자 생육장이다. 그런가하면 동아시아 철새들의 이동통로이다. 이렇듯 경제적, 생태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새만금 갯벌에 간척 사업을 강행할 경우 시화호와 같은 실패를 되풀이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이다. 시화호도 바다와 갯벌을 막아 토지와 담수호를 조성했는데, 담수호는 시화호로 흘러드는 오염된 물로 인해 공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죽은 호수가 되었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은 “새만금호는 어떤 대책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에서 가장 부영양화가 심한 호수가 될 것으로 예측되어 썩는 것은 필연적이다”고 진단한다. 새만금호는 만경강이 흘러드는 만경수역과 동진강이 흘러드는 동진수역으로 나누어진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만경수역이다. 만경수역에는 전주시와 익산시의 생활하수와 산업폐수가 흘러들고 있는데, 하수관거가 부실하여 누수율이 55%가 될 것으로 추산되며, 또 유역에는 축산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많은 농경지가 있어서 비가 올 때 하수관거를 통하지 않고 하천으로 직접 흘러드는 오염물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어떤 투자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역의 특성상 새만금호라는 거대한 호수의 수질을 관리하기는 어렵다.(<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자산, 새만금 갯벌>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대화마당 자료집)
일본에서도 비슷한 예가 있었는데, 결론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일본에서는 지난 63년 착공하여 완공 단계에 이른 나카미(中海) 간척 사업을 백지화했다. 담수호의 수질 오염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새만금호의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전주권역의 개발 억제와 금강 물의 유입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이는 개발욕구가 높은 전북지역민의 동의를 얻어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두 개의 강물이 섞임으로써 예측하지 못한 생태 교란을 가져올 수 있음을 간과한 탁상정책의 표본일 뿐이다. 또 하수처리장의 설치 등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으나, 이도 한정된 예산을 하수처리 대책에만 쓸 수 없는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부가 전문가들의 비판을 모면해보려는 얕은 발상일 뿐이다.
세 번째 문제는 잘못된 정책일지라도 계속하는 것이 행정의 일관성이라고 믿고 있는 공무원의 태도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1조4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방조제를 거의 다 쌓았으므로 사업의 중단은 예산 낭비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얼핏 듣기에는 합리적인 주장 같다.
그런데, 예산 낭비라는 정부의 주장은 1998년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라 정부 내에서도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이다. 감사원의 특별감사 결과에 따르면, 농지를 조성할 경우 1998년 가격으로 5조9530억원, 복합산업단지를 조성할 경우에는 28조5529억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1조4000억원의 수질개선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전체 사업비의 20%(농지로 조성할 경우)도 집행되지 않았다. 농지를 확보하겠다는 애초의 사업 목적도 상실한 상태이다. 환경단체와 종교계에서 줄곧 제기한 환경오염의 우려에 대해서도 수긍할 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책임있고 국민에 봉사하는 정부라면 당연히 공사를 바로 중단해야 마땅하다. 그런 후에 갯벌을 보전하면서 이미 축조된 방조제를 활용하여 친환경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새 정부 출범의 의미는 과거 정부의 잘못된 관행에 의해 결정되고 추진되는 사업을 과감히 재평가한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