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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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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류동천 - 김홍영 2003년 03월 253호
이즈음 홍류동의 초목은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를 무던히 견디고 새잎을 피우기 위해 한껏 기운을 품은 채 다가올 봄을 기다리고 있다. 홍류동의 봄은 계곡의 좌우에 사시로 울창하게 푸른 자태를 지닌 무성한 소나무 숲 사이로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여 황홀경을 연출한 것으로 인해 예로부터 소인묵객騷人墨客들에 의해 중국의 시인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별천지인 도원桃源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조선조의 문신 학자로서 영남 지방의 4대 문장가의 한 사람이자 시문집 외에 《여사휘찬麗史彙纂》 《동국통감제강東國通鑑提綱》 등의 저서를 남긴 목재木齋 홍여하洪汝河(1621~1678) 선생이 해인사를 찾아온 때는 아직 꽃이 피기에는 다소 이른 봄이었는데, 이 때 눈을 만나 눈 덮인 가야산 경치를 보고 한 수의 시를 읊었다.

동풍삼월입가야東風三月入伽倻 봄바람 부는 삼월에 가야산에 드니
지한홍류불견화只恨紅流不見花 다만 홍류동에서 꽃을 보지 못함이 한일세
각사천공진회의似天公眞會意 문득 하늘이 참으로 뜻을 알았는지
만산기수철청파萬山琪樹綴晴 온 산의 옥 같은 나무에 눈꽃이 달렸구나

예나 지금이나 훈훈한 봄바람 부는 삼월 무렵이면(물론 음력으로 말하겠지만) 이 땅의 산천은 어디든 이름 모를 꽃들이 각기 고운 빛으로 산하를 물들이는데, 이 곳 홍류동 역시 예외가 아니다. 목재 선생은 이 때에 마침 가야산에서 꽃을 볼 수 없음을 아쉬워했다. 그러나 때늦은 봄눈이 내린 가야산 산중의 나무에 온통 눈꽃(晴)이 달린 경이로운 광경을 보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었다.
아직은 홍류동 계곡에 겨우내 쌓인 눈이 다 녹지 않아 설산雪山의 모습의 완연하다. 소나무의 의연한 기개氣는 눈과 어울려 더욱 돋보이는 탓에 예로부터 소나무의 운치를 설송雪松이란 말로 표현했다. 백장百丈의 홍류동 만 겹 봉우리 여기저기 잔설殘雪 가운데 서 있는 소나무를 멀리서 바라보며 만절晩節의 기개를 느껴본다.□

필자 주 위의 시는 목재木齋 홍여하洪汝河의 시문집인 《목재집》 권1에 <해인사에서 눈을 만나다[海印寺遇雪]>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