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풍삼월입가야東風三月入伽倻 봄바람 부는 삼월에 가야산에 드니
지한홍류불견화只恨紅流不見花 다만 홍류동에서 꽃을 보지 못함이 한일세
각사천공진회의似天公眞會意 문득 하늘이 참으로 뜻을 알았는지
만산기수철청파萬山琪樹綴晴 온 산의 옥 같은 나무에 눈꽃이 달렸구나
예나 지금이나 훈훈한 봄바람 부는 삼월 무렵이면(물론 음력으로 말하겠지만) 이 땅의 산천은 어디든 이름 모를 꽃들이 각기 고운 빛으로 산하를 물들이는데, 이 곳 홍류동 역시 예외가 아니다. 목재 선생은 이 때에 마침 가야산에서 꽃을 볼 수 없음을 아쉬워했다. 그러나 때늦은 봄눈이 내린 가야산 산중의 나무에 온통 눈꽃(晴)이 달린 경이로운 광경을 보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었다.
아직은 홍류동 계곡에 겨우내 쌓인 눈이 다 녹지 않아 설산雪山의 모습의 완연하다. 소나무의 의연한 기개氣는 눈과 어울려 더욱 돋보이는 탓에 예로부터 소나무의 운치를 설송雪松이란 말로 표현했다. 백장百丈의 홍류동 만 겹 봉우리 여기저기 잔설殘雪 가운데 서 있는 소나무를 멀리서 바라보며 만절晩節의 기개를 느껴본다.□
필자 주 위의 시는 목재木齋 홍여하洪汝河의 시문집인 《목재집》 권1에 <해인사에서 눈을 만나다[海印寺遇雪]>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