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수다라>의 봄을 기다리며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학사대 - 지견 2003년 03월 253호
해인3월-학사대 요사이 스산하던 바람이 무척이나 따스하다. 겨울 90일, 동안거 한철 동안의 수행을 증명이라도 하듯 벌써 봄이 성큼 다가와 있다. 향내가 흩날린다. 아주 향긋한 봄 냄새가 말이다.
동안거의 어느 날 강원의 한 지대방에선 지난 몇 철인가를 쉬었던 교지의 발간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 이었다. 사교반의 뒤안길에서 반의 대중공사는 한 명의 문외한을 교지의 살림장이가 되게 한다.
수다라… 부처님이 설한 가르침을 후세에 전하는 경장經藏을 이르는 말, 범어 수트라(sutra)의 음역된 말, 해인사 학인 스님들의 문예와 논문을 담은 교지를 이르는 말.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어 후세에 전하고 학인들의 수행흔적을 땀땀이 담아낸 수다라 사史.
과연 그 심각하고도 절묘한 시간의 절차들을 어떻게 담아 낼 수 있을까?

해인사강원
순응, 이정 스님에 의해 802년 가야산 중턱에 자리잡은 화엄 십대 종찰의 하나인 해인사에 자리한 해인사승가대학은 1900년 범운梵雲 스님께서 홍제암에서 강의를 시작함을 필두로 하여 1955년 대강백이신 운허 스님이 <법보전문강원>으로 복원시키신 이래 1964년 그 명칭을 <해인사강원>, 1972년 <해인승가대학>, 1987년 <해인사승가대학>으로 개명하여 오늘에 이른다.
‘신심·원력·수행’이라는 교훈 아래 엄격한 청규와 충실한 학사일정으로 운영되어지는 해인사 승가대학은 승가대학을 지식만을 가르치고 전해 받는 학습장이라는 개념에서 탈피, 강원생활 자체를 수행의 일환으로 인식하여 지식의 전달에 국한하지 않고 수행을 기본덕목으로 삼기 때문에 철저한 시간관리와 예불 및 운력 참석을 통하여 완전한 승가대중의 일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탁마시키고 있다. 해인승가대학의 학기는 총 4학기로 구성되며 봄 산철 학기, 하안거, 가을 산철 학기, 동안거가 그것이며 총 아홉 달이 된다. 당연히 나머지는 방학이 된다.
특히 안거 중에 선원 스님들과 함께 하는 1주일간의 용맹정진은 그 동안 교과에서 배운 것들을 실참하고 자신의 몸을 좌식법에 맞추어 조복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강원에서의 하루 일과는 3시에 예불로 시작되어 간경 발우공양, 7시 상강례를 거쳐 수업과 다시 간경, 사시예불 그리고 발우공양, 12~2시 자유시간 그리고 간경, 5시 부턴 30분 정도 각자의 소임을 보게 된다. 그리곤 발우공양과 다시 저녁예불과 간경, 8시 37분에 이루어지는 소공사를 끝으로 하루의 일과가 끝나게 된다. 삼경 이후에는 방부 들인 첫 철을 제외하고는 다락방이나 지대방에서 11시까지 개인적인 공부를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은 정기적으로 축구 운력이나 산행 운력에 동참하여야만 한다.
해인사 승가대학은 여느 비구 강원보다도 많은 학인들이 함께 모여 교육과 수행에 힘을 기울이다 보니 청규 또한 어느 강원보다도 엄격하다. 더구나 학인 상호간의 생활규범 은 물론 총림에서 함께 승가의 대중으로 생활하시는 큰스님들 시봉뿐만 아니라 선원, 율원 및 종무소 소임스님에 대한 예의범절 또한 학인들이 습의해야 할 주요 사항이다.

수다라
해인사 승가대학의 교지를 발행하는 수다라 편집실은 전통강원으로는 유일하게 매년 논문과 문예 분야를 담은 교지를 15년째 발간하고 있다. 특히 수다라는 단순히 전통강원 유일의 연간 교지라는 의미에서 벗어나 유일한 내전 관련 전문 학술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100여 편의 내전 관련 논문을 실었으며, 특히 10회 때부터는 학인스님들의 역사의식을 고취하고자 대중스님들이 동참하는 가운데 역사탐방을 하고 있다.

바야흐로 새로운 강주 스님의 취임과 더불어 치문반의 예정된 방부.
다시 쓰여지는 <15회 수다라> 발행은 아마도 보다 쉬운 일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도 교계에서 수행과 실천으로 그 덕망을 더하고 계시는 선배님들의 역할은 우리에게 가장 크고도 희망찬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앞으로 <수다라>의 역할은 비단 해인강원의 교지일 뿐 아니라 전국 학인들의 아우성의 발로가 될 것이며, 해인동문의 교량역할을, 나아가 신·구·노·소의 차이 없는 승가의 이음매가 될 것이다. 당부하고자 하는 일은 해인강원의 학인들이 저마다 소외되지 않는, 개별적이고도 선택되어진 일이 아닌 공유되어지고 저마다의 역량과 소질을 함께 할 수 있는, 교지에 대한 자발적 참여를 권유하고 싶다. 특히 해인사의 방장스님, 주지스님(현 해인동문회장스님)과 선원, 율원, 사중의 모든 스님들께 각별한 관심을 부탁드리고 싶다.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고자 하는 전법의 일심을 수행자로 일컬어지는 모든 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

냄새가 흩날린다. 향 냄새가 말이다. 현당 부전 스님이 피워 놓은 향내가 코를 자극한다. 매일 맡는 향내가 오늘 따라 유난히 낯선 건 무슨 이유일까? 시간의 저편에선 괜한 이유 없는 설렘이 밀려온다. 희망일까? 두려움일까? 침묵에는 감정이 없다.
나는 오늘 침묵이라는 수행방편으로 <수다라>의 봄을 기다린다. 기억 속 봄의 나른함에 맘 설렌다.

지금은 예불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