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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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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잠화 - 편집실 1993년 05월 135호
옥잠화란 옥비녀의 꽃이란 말인데 따로 ‘백학선’이라고도 합니다. 꽃향기가 아름답고 꽃망울이 비녀 비슷하다고 이렇게 이름 붙인 것입니다. 꽃말은 추억입니다.
옛날 중국 석주라는 곳에 피리를 잘 부는 선비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선비는 언제나 피리만 불면서 지냈습니다. 예전엔 그도 아주 행복하게 살아 온 사람이었습니다만, 불행한 일을 당하여 이제는 가족도, 돈도. 집도, 아무것도 없게 되고. 오직 피리만 불며 지내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그날도 그는 높은 정자에 앉아 옛 일을 회상하며 피리를 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달빛이 대낮처럼 밝아지며 어디선지 향기가 풍겨 오더니 어느새 그의 곁에는 선녀 한 분이 내려와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란 선비는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피리 불던 것을 멈추었습니다. 그러자 선녀가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자, 계속하셔요. 저는 당신의 피리소리를 듣고 피리 부는 것을 배우러 내려온 달나라 선녀입니다. 이 밤이 새기 전까지 당신이 알고 있고 계신 가락을 모두 다 들려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이 말에 선비는 정신을 가다듬고 간직하고 있던 많은 곡조를 하나씩 모두 불기 시작하였습니다. 어찌나 아름다운 가락이었던지 부는 선비도, 듣는 선녀도 모두 밤 가는 줄도 모르고 피리소리에 취해 있었습니다. 선비가 피리 불기를 멈추었을 때에는 달도 많이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선녀는 감격하였습니다.
“아름다운 곡조를 들려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더 듣고 싶습니다만 하늘에 오를 시간이 다 된 것 같아 그만 가봐야 하겠습니다?” 하면서 하늘로 오르려고 옷깃을 펄럭이는 것이었습니다. 선비는 차마 이대로 헤어지는 것은 견딜 수 없이 서운하여 용기를 내어 말하였습니다.
“선녀님, 올라가신다니 더 붙잡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한 번 땅 위에 보셨던 기념으로 무엇이든지 하나만 저에게 주시면 저는 외로울 때면 언제나 그것으로 위안을 얻겠습니다.”
선녀는 과연 잊었다는 듯이 웃으면서 아무 말도 없이 머리에 꽂았던 맑은 보라빛 옥비녀를 뽑아 선비에게 주고는 그대로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선비는 너무 황송하고 당황해서 그 비녀를 그만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다시 주으려고 하였으나,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옥비녀가 떨어진 자리에는 옥비녀는 깐 곳 없고 연보라빛의 꽃이 핀 풀어 돋아나 있었던 것입니다. 그로부터 이 꽃을. ‘옥잠화’라고 사람들은 부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