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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왜 통일문제를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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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연기영 1990년 10월 104호
불과가 왜 통일문제를 생각하는가

불교가 민족종교로서 자리를 잡은 지 어언 1600여 년의 장구한 세월이 흘렸다. 우리민족의 삶 속에 깊은 역사적 뿌리를 내려왔고, 정신적 지주가 되어 왔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외세의 침략에도 자주민족의 구원자 역할을 다해 왔고, 한민족의 귀의처가 되어왔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한국불교가 그동안 제구실을 다하지 못한다고 하는 깊은 자성 속에서 불교중흥을 외치고 있는 때이다.
특히 불교가 역사·사회 속에서 한겨레의 아픔을 외변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불교중흥의 필요충분조건이다. 통일의 문제도 결국은 이러한 시각 속에서 바라보는 것이 당연하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불교가 민족문제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는 것은 필연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인도 민중이 대영제국의 억압과 착취에서 신음할 때에 자존심을 잃고 도덕적 결단과 용기를 잃어버린 채 노예가 된 민중들을 비폭력 평화운동으로 눈을 뜨게 한 간디의 정신을 생각해 본다. 민족의 자존심과 주체성을 일깨워 주었던 종교운동의 대표적 모습이라
고 할 만하다.
우리 한반도의 불교대중에게도 이러한 자주 ·자립정신에 기반을 둔 평화통일의 역사적 과업이 부과되어 있다. 우리가 처한 이 시대의 가장 큰 고통인 분단의 아픔을 이겨내고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그 길이 아무리 험난하고 어렵다고 해도 헤쳐나가야 한다.
불교가 이 땅의 중생을 위한, 이 사회의 민중을 위한 종교라고 한다면, 이 땅·이 겨레의 상처를 씻어주고 치료해 주는 통일의 길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의 불교는 이제 통일을 위해 새로 태어나야 할 때이다.
통일의 문제는 반세기에 이르는 단절로 인하여 남과 북의 문화가 이질화되어 가는 것을 막아내는 일부터 풀어야 한다. 민족 동질성회복을 위한 상호접근과 적대감·불신을 해소시켜 나가는 일이다. 이러한 어렵고 복잡한 일에 불교가 뛰어들어 주도적으로 실마리를 한가닥씩 풀어나가야 한다.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을 함께 해소해 나아가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민족문제의 해결이 더욱 시급하다. 이는 동서독의 통일과정을 지켜보면서 더욱 실감하게 된다. 우리 남과 북의 겨레가 하나로 합쳐져야 한다고 하는 것은 선조와 역사의 공유의식에서 출발한다. 특히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서 민족의 자주·자립·자결이 없이 자존심을 상실하였고, 해방과 동시에 분단이라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점에서 실감하게 된다.

최근 불교계의 통일운동

’80년대 중반 이후 사회발전과 불교개혁을 위해 앞장서 온 민중불교 운동진영의 활동이 불교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특히 통일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불교계의 역량이 통일논의·통일운동으로 모아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조계종 종회 내의 남북불교교류추진 특별위원회는 학술심포지움을 개최하여 통일에 대한 불교교리·사상적인 근거를 제시하였고 민족 동질성회복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였다.
종단협의회에서는 통일을 위한 자유왕래와 불교교류를 실천하고자 남북불교교류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대처하고 있다. 금년 10월에 개최될 한강연등제와 대규모 국제행사인 세계 불교도우의회에 북한불교도의 참석을 촉구하고 있다. 광복45년을 맞이하여 8·15를 계기로 각 종단, 각 사암에서 민족통일을 염원하는 기도와 법회가 진행되었다.
한편 ‘범민족대회’가 3년간의 준비를 거쳐 ‘군비축소와 상호신뢰’를 다지려는 뜻에서 개최되려고 했으나 아직 성사를 이루지 못했다. 이러한 범민족대회에 불교계가 41개 단체가운데 하나로 민족자주·통일불교 운동협의회가 참여하였다. 1천 7백여 명의 남한쪽 추진본부에 불교계 인사가 93명이 참가하여, 통일의지와 열기를 대변하였다.
불교계의 통일운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전개해 온 ‘통불협’은 지난 8월 11일부터 15일까지를 ‘민족통일을 위한 불교도 실천주간’으로 선포하고, ‘통일염원 8·15 기념 불교문화공연’과 ‘민족통일과 불교’라는 주제의 심포지움을 개최하였다. 특히 불교문화공연은 민족의 얼을 계승한 불교문화의 전통이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해 주었다. 심포지움도 불교계의 통일이념과 통일운동의 이론적·실천적 방안을 제시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최근에 불자교수·청년 ·학생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통일염원 한가위 북한환불교순례’는 통일운동의 실천적 표출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좌우편향적인 사고를 버리고 중도적 입장에서 진보적인 이념을 바탕으로 전국적인 규모의 조직을 가진 재가신도들의 연대가 통일운동으로 집결되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통일순례단의 취지문에서 ‘냉전구조의 종식이라는 작금의 세계사적 흐름에 한반도만은 유독 이방지대로 남아 있다’고 전제하면서 부처님 정법에 의한 ‘민주통일정토’를 건설하자고 밝히고 있다. 부처님의 연기적 세계관에 입각하여 자유·평등·평화의 통일조국을 앞당기기 위해 너와 내가 ‘조국과 민족은 하나’라는 공동체의식을 갖고 남북한 불교도가 만나서 통일을 논의하자는 목적이다. 이러한 염원의 역사적 맥을 찾는다면 일제시대는 물론 해방 이후 자주적 독립국가 수립을 위해 헌신했던 불교혁신세력의 활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까이는 ’88년 공동올림픽 쟁취를 위한 불교계의 활동, ’89년의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위한 발심대법회, 통일기원 보도대행진, 백두산 천지에서의 평화통일기원법회 등의 통일운동의 성과에 뿌리를 둔 통일사업임을 알 수 있다.
절대절명의 민족적 과제인 조국통일은 불교사상을 바탕으로 지혜와 힘을 모은다면 기필코 이루어 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통일의 불교사상적 기반

불교는 인간해방을 통해 해탈을 구하는 종교이다. 그 근본교리는 깨달음으로 집약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기와 중도는 동일체이다. 연기란 현상세계의 모든 것이 서로 의존하고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다는 진실된 법칙이며, 중도란 현상세계의 일부인 인간이 그 진실한 법칙에 합치하기 위한 인식과 실천의 바른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 깨달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표현 설명한 것이 삼법인·사성제·팔정도·섭이인연 등의 근본교설이다. 결국 깨달음은 연기·공·중도를 인식하는 것이며, 자비의 보살적 실천으로 그 실상이 드러난다.
통일의 원리도 우선 깨달음의 사상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대승불교의 아버지’이며 ‘제2의 석가모니 부처님’이라고 불리우는 용수의 공사상은 부처님의 인식방법을 가장 실천적으로 재현하고자 한 사유방식이므로 통일에 철학적 토대가 될 수 있다. 눈앞에 있는 사물이나 사건을 부정하여 파기하는 것이 아니라, 집착함이 없이 부정과 비판의 연속 끝에서 대긍정을 이끄는 방법이다. 주관적 실재의 고착화를 거부한다. 공은 결국 보살의 자비로써 적극적인 실천운동적인 모습의 사상과 원리이다. 통일운동의 사상과 원리임을 강조하고 싶다.
창조적 주체없이는 바른 실천이 있을 수 없다. 불교의 인간해방을 위한 연기적 세계관은 해탈과 통일의 세계를 지향한다. 분단장벽을 허물지 않고는 어떠한 삶도 우리 한민족·한겨레에게는 가치가 없다는 믿음과 인식이 모아지게 된다. 육바라밀의 실천적 방법론이 분단현실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다고 가르쳐 준다. 조국통일을 염원하는 한 이 땅의 7천만 대중이 함께 이러한 불교사상에 뿌리를 둔 통일운동을 전개해 나아갈 때라고 굳게 믿는다.

통일을 위한 불교계의 개혁

민족 통일운동은 ‘민족의 자주권’을 수호하고 실천하는 민족 해방운동이다. 외세의 신식민지 또는 주변부국가에 머물러 자주권을 유린당한 것을 되찾는 데에서 출발하여, 내부적인 민주화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서구문명의 무절제한 침투로 문화식민지적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곧 불교가 소외되고 정치권력에의 예속·침탈을 의미한다.
이제 통일을 지향하기 위해서 불교는 모든 억압과 구속에서 벗어나 불교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할 소명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교계 내부의 비민주적이고 반민중적인 폐습과 제도를 타파해야만 한다. 지배층·상류층·권력층만의 안위를 비는 어용·관제적 불교를 대승불교, 민족불교로 혁신시켜야 한다. 왜곡·변질된 한국불교의 참모습을 되찾기 위해 불교대중의 자주역량을 총집결시켜야 한다.
불교계 내부의 문중·인맥·파벌의식을 배격하고, 사찰과 종단운영의 민주화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포교의 현대화와 함께 물적·인적토대의 혁신이 있어야 한다. 물적 토대인 불교재산의 관리와 운영을 산중공의제도로 환원하고, 인사행정의 합리화를 기해야 한다. 재가공동체와 승가공동체가 각기 독자적인 역할을 담당하면서 함께 정진할 수 있는 하나된 통일적 조직체의 구성이 필요한 것이다.
역사와 사회, 민족·민중과 함께 숨쉬는 참된 불교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70년대 말부터 급격한 사회변동 속에서 불교운동도 많은 성격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아직도 불교계는 각종 제도적 탄압 속에서 내부적인 민주화를 이루어 내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부정·부패·부조리가 판을 치고 있다. 폭력을 동원한 종권다툼으로 교단의 내부적 분열 ·대립이 극심해지고, 세간법에 의해 소송행위가 누적되고 있다. 세간법에 의해 부처님의 출세간법(정법)이 심판을 받는 치욕적인 행위를 이른바 불교지도자들이 서슴없이 앞장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민중억압체제의 독재정권의 공작, 정보정치에 불교계가 이용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신앙·수행에 있어서 실천적 측면을 강조할 필요가 있으며, 포교·교육의 과학적 체계화, 불교운동조직의 민주화·자주화·연대화가 시급히 요청된다고 본다. 불교가 통일파업의 성취에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아울러 우리 불교의 일부인 북한불교의 실태와 현실을 올바로 알고, 이해해 나가야 한다. 북쪽에도 남쪽과 같이 불교가 존재하며, 이질화 된 불교문화의 동질화를 위해 불교교류가 다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남북간의 분단상황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남북불교가 이념과 체제의 대립·갈등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어 낼 수 있도록 불교대중의 힘과 지혜를 모아가야 할 것이다. 거듭 강조하는 것은 사상적 이념적 편향성을 버리고, 상호존중과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남북의 범불교도 교류추진기구의 결성을 촉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