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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 그림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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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 그림마당 - 이철수 1993년 02월 132호
그 말이 크고 넓으나 그렇게 시작합니다.
여지를 두면 넘어지고 자빠져도 일어서면서 손 짚을 자리도 거기 있으리란 짐작입니다. 삶의 경계나 선의 경계나 두루 헤아릴 그릇이 못됩니다.
솥 안에 있으면 숭늉이요, 샘에서 솟으면 찬물이거니 할 따름.
산 허리 뚝 자르고 깊은 계곡에 산봉우리를 쏟아 부어 우리들 다니는 큰길을 냅니다. 길 밖에서 있는 순간이 있기는 한가? 사람들의 세상은 길투성이라 높은 데는 낮아지고 낮은 데는 높아지니-그렇구나, 회심곡回心曲 한 대목이 방불합니다. 저승사자가 저승길 닦을 적에나 그러겠거니 하던 것이 사는 당년에도 이런 짓을 허다히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마음 여러 그 길 끝 하늘 허공에 구름 한 점 걸어 두었거니와, 시절의 끝이 흰구름 떠도는 부운浮雲만이라면 크게 다행이겠다 싶습니다.
인간세 그 ‘길’이 아슬아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