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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다왕문경에서의 무아無我와 윤회輪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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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호진 1993년 02월 132호
1. 경의 소개
밀린다왕문경의 본디 이름은 밀린다판하Milindapanha이다. 팔리어본 한역본 두 가지가 있다. 한역본의 명칭은 나선비구경那先比丘經이다. 여기에서 경經이라고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경이 아니다. 내용과 형식에서 경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팔리어본에서는 이것을 경, 곧 ‘Sutra’ 라고 하지 않고 ‘Panha’, 곧 ‘물음’ 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이 경은 서력 기원전 2세기 중엽에 서북 인도를 지배했던 인도, 그리스계 왕인 메난드로즈Menandros가 그 시대의 고명한 학승인 나가세나Naga-sena 비구를 만나 불교 교리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토론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학자들은 대부분 이 경이 실제로 있었던 토론을 정리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메난드로스가 그리스계왕이기 때문에 이 경에 그리스적인 것이 들어있다고 보기도 하고, 동양 사상과 서양사상의 만남을 볼 수 있다고 하기도 한다. 그들은 이 경을 한 이방의 왕이 그리스적인 사고 방식과 토론 형식으로 불교인과 논쟁을 벌인 하나의 대론서對論書라고도 보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연구한 바로는 이 경은 역사적으로 행해진 토론 내용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니다. 그 근거는 무엇보다도 이 경의 주인공 가운데에 한 사람인 나가세나 비구가 역사성이 없는 허구적인 인물에라는 점이다 그리고 밀린다왕도 역시적인 인물인 메난드로스에게 그 이름만 빌린 신화화된 인물이라는 점이다. 경의 내용상으로도 그리스적인 면이나 대론서적인 면은 찾을 수 없다. 필지에게는 이 경의 저자가 이것을 쓸 당시에 교단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던, 그리고 앞으로 제기될 수 있는 교리상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한 곳으로 정리해서 해답을 주려고 의도적으로 만든 하나의 교리 문답서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한역본과 팔리어본을 비교해 보면 그 형식과 내용에서 큰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도 한역본은 세권으로 되어 있는데 팔리어본은 일곱 권이다. 대조해보면 한역본은 팔리어본의 첫 세 권에 해당되고, 양 본에서 이 부분은 내용이 거의 일치한다. 대부분의 학자들에 따르면 팔리어본의 네번째 권에서 일곱번째 권까지는 후기에 다른 곳에서 성립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미루어 생각해 보면 한역본과 팔리어본에서 서로 일치하고 있는 부분이 고층古層이다. 이 글에서는 이 고층부분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만을 다루기로 하겠다.
이 고층 부분의 내용은 나가세나와 밀린다가 이틀 동안 문답을 주고받은 것으로 되어 있다. 문답의 수는 모두 일흔 아홉 개이지만 그 가운데는 중복된 내용도 있다. 그리고 백 개의 비유가나 오고 있다. 이것도 중복되는 것이 몇 개 있다. 밀린다왕문경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다양하다. 무아無我 문제, 윤회와 업 문제, 연기법, 열반과 해탈의 문제, 불타론佛陀論, 재가와 출가의 문제 등 불교의 기본적인 교리 전반에 걸치고 있다.
밀린다왕문경에서 하고 있는 설명들은 난잡하지 않아서 누구든지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비유들을 사용해서 이해에 도움을 주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남방불교권에서는 옛부터 이 경이 널리 읽혀지고 사랑을 받았던 것이다. 특히 이 경에서 주고 있는 설명 가운데서 고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무아와 윤회 문제에 대한 것이다. 멀리로는 5세기경에 활약했던 바수반두(世觀)나 붓다고샤와 같은 불교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논사論師들을 비롯해서, 현대의 학자들에 이르기까지 이 문제를 위해서는 거의 한결같이 밀린다왕문경에 의존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 문제에 대해서 밀린다왕문경이 하고 있는 설명이 가장 좋은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무아와 윤회 문제는 초기 불교에서부터 현재까지도 불교인들에게는 매우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이다.

2. 무아無我 이론
밀린다왕은 불교 교리에 대해서 토론하려고 나가세나 비구를 왕궁으로 초청했다. 그는 나가세나가 자리에 앉자 마자 질문했다. “존자여 그대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나가세나는 그에게 답했다. “사림들은 나를 나가세나라고 부릅니다. 내 동료들도 나를 그렇게 부릅니다. 그러나 왕이여, 부모들이 그들의 자식에게 나가세나라든지, 수라세나라든지, 비라세나라든지, 시하세나리든지 하는 이름을 지어 줍니다만 그것은 단지 하나의 호칭이나 통속적인 개념, 일상적인 표현, 단순한 이름일 뿐입니다. 거기에 인격적인 개체는 없습니다.”
나가세나가 한 말들 가운데서 밀린다에게 충격을 준 것은 바로 이 “인격적 개체는 없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밀린다는 나가세나에게 “인격적 개체가 없다면 누가 그대에게 옷과 음식과 거처할 곳과 약과 그릇들을 줍니까. 그리고 누가 그것들을 사용합니까. 누가 덕을 닦으며, 누가 수행을 합니까. 누가 도와 과보와 열반을 성취합니까. 누가 살생, 도둑질, 부정한 짓, 거짓말, 음주를 합니까. 누가 오역죄를 범합니까…’ 하고 반문 했다. 밀린다가 제기한 이 모든 문제들은 불교가 무아 이론과 더불어 언제나 부딪치는 근본적인 것들이다. 밀린다는 이 문제에 대한 모든 가능한 질문들을 모아서, 우리들이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그러면 그것에 대한 답은 무엇인가
밀린다는 나가세나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시 계속했다. “ 내 동료들이 나를 나가세나라고 부른다 하고 그대가 말할 때 그대가 말하는 이 나가세나란 무엇입니까. 머리털이 나가세나입니까” “그것은 몸에 난 털, 손톱들, 이, 피부, 살, 힘줄, 뼈, 골수, 콩팥, 심장, 간, 진피眞皮, 비장牌臟을 허파, 장... 뇌수입니까” 밀린다는 먼저 인격적 개체 에 대한 답을 얻으려고 육체의 서른두 가지 부분을 하나하나 들면서 질문했다. 거기서 아무런 답을 얻지 못하자, 이번에는 인간 존재 전체를 분석하면서 “그것은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입니까 하고 질문했다. 나가세나가 그에게 계속해서 ‘아니’라고 답하자, “그렇다면 오온五蘊의 집합입니까”, “오온과 다른 것입니까” 하고 질문했다. 이들 질문에서도 나가세나는 역시 ‘아니’라고 답했다.
‘인격적 개채’ 가 존재한다는 답을 얻으려고 가능한 모든 질문을 하고 나서 밀린다는 마침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그대에게 할 수 있는 모든 질문을 해 보았지만, 나는 나가세나-인격적 개체-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나가세나란 무엇입니까. 하나의 말,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존자여, 그대의 말은 잘못된 것이고 거짓입니다. 나가세나는 없습니다.” 밀린다의 이런 공격에 대해서 나가세나는 밀린다가 사용한 것과 같은 방법으로 응수했다. 먼저 그는 밀린다에게 그가 타고 온 수레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사람들이 수레하고 부르는 것, 그 수레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굴대들이 수레입니까.” 그러자 밀린다는 굴해 들어 수레가 아니라고 답했다. 나가세나는 계속해서 수레 바퀴테, 바퀴살, 바퀴통... 수레 지붕, 덮개들에 대해서도 같은 식으로 질문했고, 밀린다도 역시 계속 같은 답을 했다. 나가세나는 밀린다에게 ‘이 모든 재목材木들을 모아서 한구석에 놓아 둔 것, 그것이 수레입니까’ 하고 물었다. 밀린다는 역시 ‘아니’ 하고 답했다. 나가세나는 계속해서 질문했다. “이 모든 재목들을 모아 놓지 않는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것이 수레입니까?” 밀린다의 답은 물론 ‘아니’라는 것이었다. 나가세나는 다시 물었다. ‘수레’의 소리가 수레입니까? “수레의 소리가 수레일 수 없다.”나가세나는 마지막으로 밀린다에게 “수레란 무엇입니까” 하고 말했다. 밀린다는 마침내 침묵해 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나가세나는 밀린다에게 “나는 대왕에게 수레에 대해 물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물어 보았지만 수레는 볼 수 없습니다. 수레란 무엇입니까. 하나의 말, 그 이상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대왕이여, 당신의 말은 잘못된 것이고 거짓입니다. 수레는 없습니다” 하고 말했다. 그러고는 나가세나는 짓궂게 밀린다에게, “왕은 인도의 왕들 가운데서 첫째입니다. 그런데 누가 겁이 나서 그렇게 거짓말을 합니까’ 하고 말했다. 그러자 밀린다는 “존자여,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수레채 따위에 의해서 수레라는 호칭과 공통적인 개념, 일상적인 표현, 나가세나라는 이름이 형성됩니다” 하고 대답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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