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진정대사(眞定大師)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진리의 등불을 이어온 이 땅의 스님들 - 편집실 1990년 10월 104호
진정스님은 의상대사의 제자로 「삼국유사」에 의하면 효도가 지극했던 스님이다.
스님은 속인으로 있을 때 집이 너무나 가난하여 군대에 예속해 있으면서도 여가에는 품을 팔아 곡식을 얻어서 홀어머니를 봉양했다. 집안에 재산이라고는 단지 다리 부러진 솥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하루는 어떤 스님이 와서 절 지을 쇠붙이를 구하자 그 솥마저 보시했다. 솥이 없어졌으므로 기와에다 음식을 익혀 어머니를 봉양했다.
그때 의상스님이 태백산에서 많은 사람을 제도하고 있었으므로 스님은 어머니를 봉양한 후 출가할 결심을 어머니께 말씀드리자 그 어머니는,
“불법은 만나기 어렵고 인생은 빠르느니라. 그러니 효도를 다한 후에라면 이미 늦을 것인데 어찌 내 죽기 천에 네가 불도를 깨달음만 하겠느냐. 주저말고 출가를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
“어머님 만년에 옆에 있을 사람은 오로지 저 뿐인데 어찌 어머니를 버리고 출가할 수 있겠습니까?”
“이 어미 때문에 네가 출가하지 못한다면 너는 나를 지옥에 떨어지게 하는 것이다. 비록 생전에 온갖 정성으로 나를 봉양한다 해도 어찌 효도가 되겠느냐. 나는 비록 남의 문전에서 걸식을 하더라도 또한 천수를 누릴 것이니 기어이 효도를 하려 한다면 그런 말을 말아라.”
어머니는 말씀을 마치자 즉시 일어나서 쌀자루를 털었다. 모두 일곱 되였다. 그 날 이 쌀로 모두 밥을 짓고서 어머니는 말했다.
“가는 길에 밥을 지어 먹으면서 가자면 네 길이 더딜까 두려워 밥을 지었으니 내 보는 앞에서 한 되 밥을 먹고 여섯 되 밥은 싸가지고 어서 떠나거라 어서.”
“어머니를 버리고 출가하는 것만도 자식된 도리로서 차마 할 수 없거늘 하물며 며칠간의 미음거리마저 모두 가지고 간다면 천지가 저를 무어라 하겠습니까?”
하고 흐느껴 울면서 세 번을 사양하자 어머니는 세 번 연거푸 권했다.
스님은 차마 그 뜻을 어기기 어려워 집을 떠나 밤낮으로 걸어 3일만에 태백산에 도착하여 의상대사의 제자가 되었다. 그곳에 있은 지 3년 후 어머니의 부고가 이르렀다. 스님은 가부좌로 선정에 들어갔다가 7일만에 일어났다.
선정을 마치고 그 일을 의상대사에게 고하자, 문도를 거느리고 소백산 추동에 가서 초가를 짓고 3천명의 제자를 모아 화엄경을 약 90일 강론했다. 문인(門人) 지통이 강론한 요지를 뽑아 2권의 책을 만들고 이름을 추동기(錐洞記)라 하여 널리 세상에 폈다. 강(講)을 다 마치자 그 어머니가 꿈에 나타나
“나는 이미 하늘에 환생하였느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