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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 나의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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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현장 1993년 02월 132호
우선 나는 이 글을 쓰기 전에 감사해야 한다. 불법 인연을 맺게 한 고마움을…

‘백천만겁 난조우’
백천만겁이 지나도록 만나기 어려운 이 법을 현생에 젊은 나이로 사문이 되었으니 고맙습니다. 모든 인연들이여...

내가 연극과 인연을 맺게 된 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본격적으로 무해 공연을 한 것은 지금부터 사년전이다. 출가 전에 글을 쓰려고 헤매며 허우적거린 지난 세월의 많은 시간들이 나에게 이 인연을 맺게 해 준 결과가 된 셈이다. 출가 전에 다하지 못한 일을 지금에 와서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처음 출가하여 백양사에서 강원을 수학하면서 틈틈이 희곡 「비구여 비구여」을 쓰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계속 「사문의 모母」, 「박縛」, 「선재동자」 들을 집필해 오고 있다.
희곡을 써 오면서 불교 극단 ‘바람’을 만들게 되었다. 참으로 희안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역마살이 많아 머리 깎고 먹물 옷 입은 출가승이 되었는데, 거기다 한술 더 떠서 광대 노릇까지 하니 말이다. 참, 인연치고는 기막힌 인연이다.
온 산천을 돌아다니며 우리 단원들을 데리고 동가숙 서가숙하며 오늘은 이 지방 내일은 저 동네에서 공연을 한다. 그렇게 하면서 나는 수많은 질책과 비난과 격려를 함께 받곤 한다. 그래서 웃지 못할 이야기, 울지 못할 사연들이 참 많다. 나는 줄곧 왜 내가 출가 사문이 되었으며, 사문의 몸으로 어릿광대가 되어야 하는지 하는 자문 자책이 떠나지 않았다.
어른스님들의 책망과 주변사람들의 눈총을 받는 승려인 나로선 무척이나 아픈 시간 들이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럴수록 단원들이 더욱 힘찬 결의를 갖도록 다짐시킨다. 한국 불교문화예술의 전법사로서 앞으로 이겨 나가야 할 역경과 고난은 수 없이 많음을 잘 알고 있다. “여러분들은 나를 따르라, 무조건 나를 따르라” 하고 서투르게 결의를 다그치면서 지금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 미개척 분야인 이 무대 예술 분야는 참으로 할 일이 많다. 오늘날 우리 불교계는 문화적 포교 차원에서 이제 새로이 눈을 떠야 할 시기에 와 있다.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앞으로 종과 문화 예술적인 차원으로 성숙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제방선원에서 참 진리를 구하는 수좌들, 학승들도 마찬가지이다. 저자거리의 대중포교도 그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는 각지의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생로병사의 전선에서 나의 적과 전투를 하고 있는 것인 만큼, 출가 수행자의 하루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옛 어른들이 이야기했듯이, 본분을 잃지 않고 모두를 자기 수행의 발판으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화엄경에 나오는 선재동자가 저마다 수많은 선지식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도를 체득해 나가는 것만 보더라도 어디 도가 따로 있겠는가 우리는 광대놀음같은 인생, 그 놀음에 취해서 살아가는 현실에서 눈을 떠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저자거리 현실 속에서 진리는 언제나 열려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믿음 속에서 모든 사부대중의 원력과 화합된 마음으로 불교 문화 예술의 바람을 더 세게 일으켜 세우려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앞으로는 극단자체에서 부대 사업을 많이 벌여서 재원을 확보해 불교전문예술학교를 세워서 인재들도 길러 내야 한다. 그리고 우선은 황금어장 같은 무궁무진한 우리의 불교소재를 극적으로 작품화시켜서 끊임없이 좋은 작품을 무대화해야 한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수많은 위대한 스승들의 일대기를 작품화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는 공연을 올리기에 앞서 먼저 제사를 드린다. 우리 단원들은 모두 광대 부처님께 소주잔을 따르고 큰 절을 올리면서 이 공연으로 말미암아 모든 중생들이 불법과 인연을 맺게 해 달라고 기원한다. 이제 ‘불국 문화의 바람’ 이 불어 오고 있다. 불법의 바람 이 온 삼천 대천 세계에 불국의 법음이 퍼지고 또 퍼지도록 기원하며. 인사동거리에 불교 극단 바람의 광대 놀음을 펼친다. 불국의 바람이 새벽 거리를 쓸고 지나가 곳곳마다 불국의 바람이 분다.
끝으로 이번 봄에 공연할 어린이 아동극과 극단 ‘바람’의 정기 공연인 ‘선재동자’ 공연이 모든 사부대중의 동참속에서 성황리에 마쳐 지길 제불 부처님께 삼가 머리 숙여 절한다.
앞으로 많은 격려와 힘찬 박수를 보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