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개발정책에 훼손되는 수행환경 몇몇의 이득을 위해 파괴해도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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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해인
2003년 01월 251호
지난해(2002년) 12월 12일, 이날도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져 며칠째 추운 날씨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2천여 명의 불자들이 경기도 양평 용문사 일주문 앞에 마련된 법회장으로 운집했다. 이날 열린 ‘용문사 환경수호 대법회’에는 조계종환경위원회 위원장 성타 스님, 교구본사주지연합회장 법장 스님, 전 중앙종회의장 법등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을 대신해 사회부장 양산 스님, 25교구본사 봉선사 주지 일면 스님 등 종단의 중진스님들이 자리를 함께 했으며, 참석자들은 일주문 앞에 건립 중인 현대식 민속박물관의 건립 중지, 위락시설의 철거를 양평군에 요청했다.
법회가 봉행되고 있는 일주문 바로 앞에는 바이킹, 회전목마 등 10여 종의 놀이시설을 갖춘 ‘용문랜드’라는 이름의 위락시설이 있었다. 겨울철이어서 놀이시설의 가동은 멈추어 있었다. 용문사 스님의 말에 따르면, 봄부터 가을까지 이 놀이시설이 가동된다. 주말이면 밤 12시까지 현란한 불빛과 귀를 찢는 음악소리, 기계음이 넋을 빼놓을 정도라고 한다.
전통사찰로 지정된 용문사에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1200년 된 은행나무와 보물로 지정된 정지국사 부도가 있다. 1천여 년 전 지어져 지금도 많은 스님들이 수행정진하고 있으며, 1년에 60여만 명의 탐방객이 용문사를 찾아 참배하고 문화유산에 깃들인 정신을 배워가고 있다. 문화유산은 지금의 세대는 물론이고 후세들이 늘 새로운 정신의 자양분을 제공받는다는 점에서 문화유산 그 자체는 물론 문화유산을 둘러싼 환경도 보전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천년고찰 바로 앞에 이런 넋나간 시설이 들어설 수 있을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용문사 앞 놀이시설은 국민관광진흥법에 의해 가장 무분별하게 개발된 사례로 꼽힌다. 놀이시설로 인해 수행처로서의 청정함은 요란함으로 뒤덮였다. 양평군의 세수증대를 위한 목적이었으나, 오히려 매년 적자를 쌓아가고 있다. 문화유산 또한 눈요깃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전통사찰 주변을 부득이 개발하겠다면, 최소한 전통과 문화유산의 향취를 해치지 않는 시설이 들어서야 한다. 이는 초등학생이라도 알 수 있는 이치이다. 그런데 왜 이런 무지막지한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건설업자 등 몇몇 사람의 검은 욕심 때문이다. ‘용문랜드’의 경우를 살펴보면 확연하다. 양평군은 수년 전 28억원을 들여 용문랜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민간업자에게 운영을 맡겨 매년 5천만원을 받는다. 56년이 걸려야 투자액을 건질 수 있다. 애초 이 시설을 만들 때는 세수증대와 양평군의 관광자원 개발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런데 지금 애초의 목적은 모두 온데간데없어졌다. 피해는 용문사와 양평군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용문사는 천년고찰의 사격寺格과 수행환경의 훼손에 시달리고 있다. 양평군민 또한 28억원의 예산을 군민들을 위한 사업에 썼더라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문화유산을 눈요깃거리쯤으로 여기게 만들었으니, 국민들 또한 피해자이긴 마찬가지다.
이득을 본 사람들은 누구일까. 놀이시설물 납품업자, 위탁운영자, 건설업자 등 몇몇이다. 용문사 환경수호 대법회에서 한 환경단체 대표의 “주위 환경과 경관을 훼손해가면서 무리하게 진행되는 사업의 배후에는 흔히 시행자와 시공자, 입주 사업자간에 이권에 얽힌 비리 의혹이 따르게 마련이다”는 지적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적재적소適材適所란 말이 있다. 좋은 인재를 가려뽑아 쓰라는 가르침인데, 용문사 앞 놀이설시설에도 딱 들어맞는 말이다.
몇 사람의 이득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왜 벌어질까. 마침 김대중 정부의 환경정책을 평가하는 세미나가 열렸는데, 김대중 정부에서 환경분쟁과 수행환경 훼손이 잦은 이유를 ‘종속적 신자유주의 이념에 바탕을 둔 환경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세미나는 지난해(2002년) 11월 22일 한국공간환경학회, 녹색미래, 환경정의시민연대 등 6개 학술단체와 시민·환경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김대중 정부의 국토·도시·환경 정책 평가 및 차기정부의 과제’를 주제로 열렸다. 특히 조명래 교수(단국대, 한국공간환경학회 회장)의 총론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와 공간환경 정책’과 환경보전 및 관리 부문에 대한 발표문이 관심을 모았다.
조 교수는 “DJ 정부는 IMF의 처방에 따라(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신자유주의 이념을 깔고 전개되는 지구화의 전개과정에 주변부 국가의 지위를 가지고 편입되었고, 그 결과 환경관리를 포함한 국정운영의 주요 기조가 이러한 이념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김대중 정부의 환경정책을 평가했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이야말로 최선의 결과를 낳는다는 논리에 바탕을 둔 이념과 정책들을 말하는데, 전통적인 국가의 조절기제 대신 자본과 시장의 조절기제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이에 따라 다국적 자본의 자유로운 투자 흐름과 경제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대부분의 국가들은 관세자율화·투자자율화·탈규제·시장개방을 단행하고, 국제기구들의 압력을 받아 보호산업정책을 폐기하며, 소득분배를 위한 복지나 사회적 지원 정책을 포기하는 대신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첨단기술부문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거나 지방자율권을 제한하는 등의 신자유주의적 조치들을 경쟁적으로 취하게 된다. 경쟁을 통한 생산성 증대를 우선하는 만큼 정리해고제, 기업합병, 금융자율화, 개방화 등과 같은 경제운용이 정책의 중심이 되며 여타의 정책은 부수적으로 동원될 뿐이다.
DJ 정부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예외일 수 없었다. “DJ 정부의 첫 1, 2년의 국정운용을 보면, 실제 생산부문의 경쟁력 회복에 역점을 두는 반면, 노동·복지·환경 등과 같은 이른바 재생산부문은 정당성을 유지하는 수준에서만 정책적 배려가 뚜렷하였다”는 것이 조 교수의 설명이다.
조 교수는 이어 “환경도 크게 보면 시장경쟁력과 생산성 회복을 우선하는 원칙하에서 시혜적이고 부수적인 정책의 대상으로 여겨진 듯하다”며 환경과 관련해서는 독자적인 ‘DJ환경주의’가 없다는 것은 DJ의 환경론이 부재하기보다 신자유주의적 정책운용의 범주 속에 환경이 부차적·부수적으로 연동되어 다루어진 데서 그 이유를 찾고, 결과적으로 DJ의 환경론을 ‘신자유주의식 환경주의’로 규정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초기, 경부고속철도 조기 완공 등 사회간접시설 예산의 조기집행을 지시했다. 건설·토목 사업을 통한 실업자 흡수, 시중의 유동성 증가를 목적에 둔 것이었다. IMF 이후의 위기상황에서의 불가피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같은 지시는 한번 파괴되면 원형복구가 불가능한 환경의 보전에는 역행한 것이었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통과 구간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엉터리 환경영향평가였음에도 불구하고 DJ의 지시를 받드는 경부고속철도건설공단 사람들에게는 ‘공사 강행’ 외에는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수 없었다. 다행히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금정산 통과 구간은 불교계와 부산·경남지역 시민·환경단체의 반대로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지만, 큰 사회적 손실을 낳았다.
지방자치단체의 개발 남발도 신자유주의 정책의 영향을 받았다. 세수 확보라는 이유로 마구잡이 개발을 집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환경에 대한 고려는 한갓 구호뿐이었다. 자치단체의 개발은, 양평군의 용문랜드 예에서 보듯 몇몇 사람의 이득에는 기여했지만, 지역주민들을 위하거나 세수 증대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통영시는 미륵산 케이블카 건설 사업을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적자가 뻔한 사업을 산을 허물어뜨리고 수행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강행하려 하고 있다. 이에 맞서 마침내 용화사는 산문폐쇄 결정을 내렸다. 다음은 어느 사찰이 산문을 닫는 조치를 취할지 모른다. 현재와 같이 신자유주의에 따른 경쟁력강화와 자치단체의 세수 증대를 위한다는 미명으로 무분별한 개발이 그치지 않는다면, 산문폐쇄도 그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