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돋는 광경은 날마다 새롭습니다. 달마다 새롭고 해마다 새롭습니다. 그 새로움으로 마음을 씻기 위함일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그래서, 꼭두새벽 바닷가를 찾고 또 산에 오르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새 해를 맞느라 나그네는 바닷가에 서 본 적도 있고 산에 올랐던 적도 있습니다.
감포 해변에서 대왕암 위로 떠오르는 해는 그 찬란함으로 나그네의 혼을 삽상케 했고,지리산 산등성이로 솟았던 해는 어둠에 잠겨 있던 그 너른 산자락을 일시에 밝히는 장엄함으로 나그네의 정신을 여미게 했습니다.
살다 보면 문득 새로워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자질구레한 일상에 정신이 찌들고 있지 않은가 하고 스스로 염려스러울 때가 있는 법입니다.
문득 훌훌 털고 일어나 어딘가로 떠나고 싶을 때 해돋이는 하나의 위안일 수도 있습니다.
추위가 매섭던 어느 겨울 날 새벽 나그네는 토함산 석굴암 초입에서 동녘 하늘을 바라보며 해가, 새 해가 뜨기를 기다렸습니다. 바다 쪽으로 구름이 끼어 있어 동해 바다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동이 터오는 것 같았는데 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하루가 새롭게 시작되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구나.
그래도, 나그네는 모처럼 나선 걸음이 안타까워 걸음을 되돌리지 못했습니다.
매운 추위 속에서 그저 멍하니 동쪽 하늘에 눈을 주었습니다.
얼마를 그렇게 서 있었을까요, 동쪽 구름 속에서 어떤 기미가 보였습니다.
구름에 불그스레하게 빛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한 줄기 햇빛이 구름을 뚫고 새어나오면서 세상이 환해지는 것이었습니다.
해가 꼭, 바다 위로 찬란하게 떠야만 하는 것도 아니었고, 산 너머에서 장엄하게 솟아야만 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구름 사이로 비치는 뒤늦은 햇살 한 줄기만으로도 하루가 또다시 새롭게 시작될 수 있었음에, 나그네는 사무치는 마음으로 밝아오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