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해체는 얼핏 들으면 매우 과격하고 현실성 없는 주장으로 치부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전혀 그렇지 않다. 세계은행(World Bank)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주축이 되어 구성된 세계댐위원회(WCD, World Commission on Dams)가 2000년 11월 16일 발표한 보고서에 댐의 해체에 관한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모든 관련 당사자가 참여하는 가운데 기존의 댐에 대한 안전성과 해체 가능성을 정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500여 개에 달하는 댐을 해체했으며, 다른 많은 국가들에서 강을 복원시키려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98년 이후 댐의 해체 속도가 건설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WCD 보고서, 제1장 물과 개발, 대형댐)
댐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해체해야 한다는 것이 WCD의 권고이다. 붕괴 등으로 인한 댐 안전사고는 막대한 인명과 재산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독일 엘베강댐이 무너졌으며, 지금까지 10여 건의 댐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1963년 이탈리아 바이몬트댐 붕괴사고 때는 3,000여 명의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댐의 해체가 자연스런 사회·환경적 현상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낯선 현상임에 분명하다. 아직도, 수자원과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고 경제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댐을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16일 강릉시 택시부광장, 쌀쌀한 날씨임에도 3,0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도암댐 해체 강릉시민 총궐기대회’로 “남대천을 오염시키고 생존권을 위협하는 도암댐을 해체해야 한다” “강릉시민이 하나돼 청정 남대천을 후손에 물려주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으며, 강원도의원, 강릉시의원, 사회단체장 등 20여 명이 삭발하는 등 자못 결의가 뜨거웠다. 이에 앞서 14일에는 영월군, 15일에는 정선군에서도 같은 내용의 궐기대회가 열렸다. 영월군과 정선군 주민들의 주장은 “예로부터 산자수려하고 인심이 좋아 무릉도원이라 불리던 정선의 청정한 강물이 죽음의 오·탁수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 여름에는 도암댐의 물폭탄으로 인해 악몽과도 같은 물난리를 겪었다. 도암댐이 자체적으로 환경오염 정화 능력과 홍수조절 기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댐 해체를 요구하지 않는다. 도암댐이 이러한 가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생존권을 찾기 위해서라도 댐 해체운동을 벌인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도암댐은 1990년 5월 완공된 저수용량 5만1,000톤, 초당 2,294톤을 방류할 수 있는 대형댐이다. 대관령과 횡계지역을 발원지로 송천~정선~영월~충주댐~팔당댐~서해로 이어지는 수로를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수하리에서 댐으로 막아 송천~도암댐~강릉수력발전소~남대천~동해로 흐르도록 바꾸어놓은 것으로, 도암댐은 유역변경 발전용댐이다. 도암댐에서 강릉수력발전소까지는 대관령 아래에 뚫은 16km에 이르는 도수터널로 물을 보내 발전에 활용해 왔다.
도암댐은 건설 당시부터 강 상류 발원지의 오염, 백두대간 생태환경 파괴, 하류지역 홍수 위험 등의 이유로 지역의 반대 여론이 거셌다. 도암댐 부유물질량은 공업용수로도 적합하지 않을 정도로 수질이 악화되어 있다. 70여 개의 목장, 골프장, 고랭지채소밭에서 나오는 축산폐수와 농약, 비료 등이 오염원인데, 도암댐 완공 초기부터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95년, 가배수로를 통한 오·탁류를 하류로 방류해 송천과 조양강 일대 물고기가 집단폐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한국전력은 하류지역에 76억여원의 피해보상을 하고 가배수로를 폐쇄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도암댐의 오·탁류는 남대천 오염의 주원인으로 밝혀졌고, 강릉시와 한국전력의 1년이 넘는 법적 다툼 끝에 남대천으로 물을 흘려보내지 말라는 법원의 판결에 의해 지난 3월부터 남대천으로의 방류를 중단한 상태이다. 당연히 전력 생산도 하지 못하고 있다.
도암댐에서 방류하는 물의 수질은 상수원수로는 부적합한 4급수. 정선군이 지난 10월 실시한 수질검사 결과이다. 이런 물을 도암댐 하류인 조양강과 동강, 남대천으로 흘려보내니 물고기가 폐사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8월 동강과 서강의 합수지점에서 1~2km에 이르는 녹조가 발생했는데, 지역환경운동가들은 녹조 발생의 원인을 하천변 음식점 등에서 배출되는 생활하수와 도암댐 물의 방류 때문으로 보고 있다. 남대천은 도암댐 물이 흘러들기 전에는 2급수를 유지했으나, 이후 4급수로 수질이 급격히 악화됐다. 최근 방류 중단 이후 2급수를 회복하고 있다.
도암댐 수질 악화는 최근의 일이 아니다. 댐이 완공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문제점이 나타났다. 93년 발암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다수 검출되었으며, 99년 조사에서는 신경계의 이상 현상을 나타낼 수 있는 아나베나라는 미세조류가 수중미생물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간 내일신문 99. 11.17)
환경오염에 이어 나타난 두 번째 문제점은 홍수조절 기능의 상실이다. 지난 8월 31일~9월 1일 태풍 루사 때 초당 최대 625톤을 하류로 방류해 영월군과 정선읍, 평창군 북평면 일대가 침수되는 주요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영월군의회 등은 성명서를 통해 “동강 섭세제방이 140mm 정도의 적은 비에 범람한 것은 도암댐의 무책임한 방류 때문”이라며 발전소측에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8월 4~7일까지 영월지방에는 451mm의 비가 내렸어도 저지대에 침수는 있었지만, 8월 31일 내린 비는 137mm로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도암댐의 방류로 인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도암댐측은 “댐에 유입되는 물보다 적은 양의 물을 하류로 흘려보내 하류지역의 피해를 감소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수해 책임을 둘러싼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홍수 방지를 위한 것이 댐 건설의 목적 가운데 하나이지만, 댐이 오히려 홍수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킨 사례도 있다고 세계댐위원회는 지적하고 있다. 영월 정선 평창 지역의 홍수 피해의 원인에 대한 조사를 현재 진행중이어서 책임 소재를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댐이 있기 때문에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는 댐 개발론자들의 논리가 다시 한번 무너진 것만은 확실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수십년간 수백 개의 댐을 지었지만, 오히려 홍수 피해액은 1970년대 1,323억원/년, 1980년대 3,554억원/년, 1990년대 6,288억원/년으로 급격히 늘었다.
도암댐의 수질오염에 의한 전력 생산 중단, 하류로의 방류 중단 요구에 이르는 사태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일이다. 10여 년 전부터 오염에 대한 경고가 있었는데도 정부는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빴다. 도암댐 관리소는 수량만 관리했지 수질은 환경부 소관이라며 나 몰라라 했다. 환경부와 건교부는 도암댐은 전력 생산용댐이므로 산업자원부 소관이라는 이유로 강 건너 불 보듯 했다. 산업자원부는 지역주민들의 생명이 달린 문제인데도 전력 생산에 차질을 빚는 것 외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95년 발암물질이 발견됐을 때 도암댐 상류지역에 대한 오염원을 차단했다면, 오늘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뒤늦게 상류지역에 하수종말처리장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한다. 2005년이 되어서야 하수처리장이 완공된다. 그 때까지의 전력 생산 중단, 동강의 오염은 어떻게 할 것이며,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 물음에 정부는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