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년 동안 끊임없이 전래되어온 불교전통의식과 불교문화를 산에 사는 전국 1700여 명의 학인 스님들이 그동안 수행하면서 연마했던 기예와 학문인 역경과 서도, 창불, 법고 경연대회를 가졌다. 그리고 대각을 이루어보겠다는 용맹정진의 정신이 아직은 살아 있는 순수한 학인승려의 눈으로 바라보는 한국불교의 현주소를 풍자극으로 엮어 냈다. 이러한 문화경연 등을 각 강원의 특징과 정서를 담아내어 학문교류와 아울러 한국문화의 뿌리인 불교문화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켰다. 그리고 잊혀져가는 불교전통음악 등은 전문 예술가를 초빙하여 공연케 하였다. 그리고 한국불교를 짊어지고 가야하는 조계종 승려의 교단 구성원으로서 상호화합을 도모하는 체육행사를 1년에 한 번씩 전국강원연합(약칭 전강련)에서 강원을 둔 전국 산사에서 교대로 전국승가학인대회를 열고 있다.
이번 해인사에서는 10년 만에 개최하게 되었고 13번째 계속되어 왔던 어느 대회보다도 짜임새 있게 훌륭히 잘 치러진 대회라고 한다. 이는 해인사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는 해인사 주지 스님이하 사중 스님의 물심 양면의 아낌없는 지원과 언제나 묵묵히 계시면서도 학인들에게 많은 귀감이 되어주시고 해인사 학인의 일이라면 절대로 거절하지 않으시고 어떤 청도 다 들어 주시는 정원 노스님, 송월 노스님 등 해인사 장로 스님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 특히 산철 내내 그 많은 불사들 속에서도 이 학인대회를 틈틈이 준비한 해인강원 학인 스님의 단합된 마음과 빈틈없고 철저한 소임정신과 기상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해인강원 출신은 자부심이 저절로 생긴다고 하더니 나 또한 이런 때는 해인강원 학인임이 자랑스럽고 또한 자긍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해인강원의 전통과 명예를 잘 이어 가는 후배가 되고자 한다. 여기에서 하나 더 첨언한다면 해인강원의 꽃은 치문반이라고 하더니 이번 행사도 그 역할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번 대회가 여느 대회와 다른 특징은 어른 스님들께서도 함께 하신 것도 있지만 그동안 13년간 개최되어 오면서 일반신도는 물론 학인이 아닌 스님에게까지도 비공개 원칙으로 대회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는 중앙방송인 MBC TV에 방영(10월 28일 오후 5:30 화제집중)케 하는 등 최초로 일반인에게 법고대회가 공개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논란과 승가의 특성이 드러났으며 어느 주요강원의 경우는 불교를 알리고 포교하는 것도 좋지만 전국승가학인대회만큼은 학인의 순수한 대회로만 유지하여야 한다며 그 강원의 전강련 대표인 대의원을 경질하는 등 ‘참석을 취소하고 되돌아가겠다’고 하여 행사 자체가 무산되는 위험수위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대다수가 타종교의 공격적 전도와 홍보의 이벤트를 비교하면서 한국문화의 뿌리인 불교문화를 일반신도와 세간에 알리는 것도 괜찮다 는 의견으로 귀착되어 대회를 아슬 아슬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만약 다양한 의견 수렴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면 이번 행사도 여느 다른 해의 학인대회와 다름없는 행사가 되었을 것이다.
이번 대회의 준비위원장을 맡게 된 나를 진보적 성향이라고들 말하지만 나 역시 전국학인대회의 공개에 관해서는 해인사 포교국장 현진 스님이 아니셨다면 본의 아니게 불교적 보수를 벗어나지 못할 뻔하였다.
지금의 한국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유학자와 일반학문의 석학들이라고 할지라도 불교경전의 한문은 불교의 방대한 법수와 수행의 체험 없이는 도저히 한글로 해석이 불가능한 것이다.
지금 세간의 인기를 한 몸에 얻고 있는 도올 이라는 학자도 천재적 해박성일 뿐이지 불교의 진면목은 전혀 엉뚱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각 강원에서 최고의 인재가 나와 세간에서 볼 수 없는, 연속극에서만 봤던 큰방 경상에서 천년을 넘긴 경을 풀이하며 경합하는 역경대회와 장원 급제 같은 서도대회, 예로부터 이어오는 창을 살린 회심곡 등 불교신도라면 누구나 마음에 안겨오는 각종 염불의 창불 대회, 불자가 아니라도 산사에서 들었던 평생 잊지 못할 고두소리의 법고대회 등과 대규모 스님들의 활기찬 모습과 여법한 위의를 세간에 알린다는 것은 불교의 포교라는 측면에서 굉장한 호재가 아닐 수 없다. 하나를 행하면서 둘을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불교계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 중에서도 출가수행자의 속성상 어쩔 수밖에 없는 불교교단의 일사불란한 조직력 부재를 이러한 학인들의 행사(전강련 불교학술대회와 전국승가학인대회)로써 동질성 회복과 단결로 화합된 한마당으로 만들 수 있는 초석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하여 불교계가 해결하기 힘든 사안이 발생할 때 또는 지켜야 할 일이 있을때 전국승가학인들은 분연코 일어나 불교홍통에 앞장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
일례로 전국강원의 학인 스님들은 지난번 ‘북한산 관통도로반대’ ‘북한산 불교수행도량 지키기’에 한 달 동안이나 릴레이로 동참하여 북한산 정진도량에서 심야에 침입한 폭력배들에게 비폭력 평화적으로 맞서며 수호하였고, 서울 광화문 네거리 정부청사 앞에서 장대비 폭우 장마 속에서도 가부좌를 틀고 앉아 꼼짝 않고 1인 시위를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하였다. 초발심의 순수한 용맹심으로 살고 있는 학인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지대한 공헌과 기여였다. 이에 총무원장 스님께서는 표창장까지 주셨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종단을 향한 학인의 언로가 없고 의견이 수렴되지 않아 학인의 정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교육 백년대계를 위하여 종단 어른의 깊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또 재정적으로 학인이 화주를 다니지 않아도 되도록 예산에 반영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울러 일부 사미니 강원 학장 및 강주 스님들께서도 마음을 여시어 그간 동참해 왔던 대로 내년에는 꼭 참석했으면 한다. 한국불교 특징 중 하나인 비구니 승가의 진면목과 역사성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같은 길을 가는 수행자로서 전국승가학인대회도 전국강원연합의 불교학술대회와 마찬가지로 함께 동참하여 출가사문 대중으로서 함께 하는 것이 보다 완성된 대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사미니강원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분리되어 있던 중앙승가대 학인이 5년 만에 참석하였고 그동안 강원 사정으로 3년간 참석치 못한 해인강원이 참석하여 가장 많은 대중이 살고 있는 도량이 자리를 함께하여 오랜만에 알찬 전국승가학인대회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해인강원의 경우 강원의 정상화가 공식적으로 대내외에 잘 알려지게 되었고 거기에 더하여 ‘종합우승’으로 해인강원의 우수성을 드날리게 되어 대회준비위원장이기 이전에 해인강원 대중의 한 사람으로 기분이 좋아 표정 관리하느라 힘들었다.
내년에는 동국대 서울캠퍼스와 경주캠퍼스 석림회 학인 스님들도 가입하여 전국승가학인연합(약칭 전승련)으로 기구가 확대 개편되어 전국승가학인이 한 군데도 빠짐없는 모임으로 명실상부한 전국승가학인 단체로 발전하여 종단이 필요하다면 어떠한 일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