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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호를 만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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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원철 2002년 12월 250호
어김없이 세월은 흐르고 또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호를 만들었다. ‘남의 입을 빌려 자기 말을 한다’는 편집장 노릇을 2년째 하고 있으니 마감호도 두 번째다. 지난 한 해 동안 만든 12권의 책들을 일렬로 늘어놓고 바라본다. 만들 때는 잘 만들어 보려고 나름대로 애를 쓴 것 같은데 책이 나오면 꼭 어디 한두 곳의 흠결이 보인다. 그리고 언제나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읽는 사람 몰라도 만든 사람은 안다. 읽는 사람까지 알아보는 잘못이라면 이건 거의 치명상에 가깝다.

표지사진은 항상 문제이다. 필름상태로는 아주 괜찮았는데 그림을 떠보면 그게 아니다. 고풍스런 담장의 접시안테나, 고색창연한 기와지붕에 달린 현대식 전등, 신성한 법당에 걸린 현수막 등은 늘 옥의 티로 이맛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초점이 맞지 않아 얼굴 표정이 없는 군상, 가을호에 나타난 여름꽃 등은 인욕의 한계를 초과하게 만든다.

광고도 마찬가지이다. 책 전체 분위기와 완전히 분리된 촌스런 광고 디자인, 뒷면에 실린 49재의 법사 사진이 영정처럼 보이는 1029일 영가천도 법회 광고 등은 책의 무게를 여지없이 반감시켜 버린다. 공통점은 광고라고 마음을 놓아버리면 틀림없이 발생하는 문제이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광고문안·사진 등도 꼼꼼히 챙기게 되었다.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것은 〈유마의 방〉에 고건 전 서울시장의 글과 신화연구가 이윤기 씨의 글을 실은 것이다. 고건 전 시장을 신년호에 모시기 위하여 몇 달 공을 들인 끝에 글을 받았다. 이윤기 씨는 개인적 친분은 없지만 그 분의 글을 읽고 너무 좋아하게 되어 꼭 글을 한번 받고 싶다고 원을 세운 끝에 몇 달 만에 성사시켰다. 능력이 모자라 주변의 인연까지 동원하였다. 판화가 이철수 씨의 창간 20주년 기념원고를 편집장에게 보낸 사신私信인 줄 알고 작품만 실었다가 나중에 그게 아닌 줄 알고 다음호에 부랴부랴 따로 실었던 황당함도 지금은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전 종정 혜암 큰스님 열반 특집호, 〈월간해인〉 창간 이십주년 특집호, 해인사 개산 1200주년 특집호 그리고 박물관 개관 기념호, 전강식傳講式 기념호 등 일년 내내 몇 번의 특집 및 기념호를 낸 것도 아마 이제까지 전례가 없었던 올해만의 기록일 것이다. 그리고 49재 때마다 법보시한 〈방장 스님의 법어집〉을 10여 권 만든 것도 편집실의 적지 않은 수고로움이었다.

뭐니뭐니 해도 올해의 최고의 업적이라고 한다면 창간호부터 이십년 동안 출판한 〈월간 해인〉의 전산화 작업일 것이다. 〈해인〉의 창간에 버금갈 만한 〈전자 월간해인〉의 탄생은 전자합본호로서 과월호를 찾는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으며, 자료의 보배창고 역할을 하고 있다.

좋은 글 주신 필자님들, 늘 든든한 ‘빽’인 정기독자님들, 편집위원 스님들, 발로 뛰는 사진·취재기자님들, 제작 및 인쇄를 위해 애써 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종무소 소임자들께 한 해를 마감하는 이 자리를 빌어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