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버그 선언 그리고 한국의 환경신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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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2002년 10월 248호
지난 8월 26일부터 9월 4일까지 남아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지구정상회의’(WSSD). 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정상회의 이후 10년 만에 열린다는 뜻에서 ‘리우+10’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번 회의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정치적 약속을 이뤄내야 하지만 기적을 기대해선 안 된다. 요하네스버그 회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애써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빈곤과 악화되고 있는 환경문제를 효율적으로 방지할 과감하고도 최선인 합의를 도출할 의지와 용기가 없었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환경단체들이 비판하는 부분은 요하네스버그 선언이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풍력이나 태양열 등 청정에너지 사용 비율을 늘리기로 했지만, 이를 강제할 목표 시한이나 구체적인 사용 비율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지키지 않더라도 강제할 아무런 수단이 없는 선언이라는 것이다.
이번 회의를 마치며 103개국 대표들이 합의해 발표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요하네스버그 선언’에서는 “인류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한다”면서 “지구의 환경 또한 생물 다양성 손실 지속, 삼림 파괴, 기후변화의 악영향 등에서 보이듯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 10년 전 리우 회의에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도 시인했지만, “각국 지도자들이 힘을 합쳐 빈곤국 주민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지구환경을 보호하고 테러와 조직적 범죄, 부패에 맞서 싸워나가자”는 권유에 머물고 말았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성과 중 가장 큰 것이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의 일반화였다. 즉, 경제·환경·사회 등 세 부문의 동시적 균형발전을 추구하고, 이를 통해 미래세대의 건강한 삶을 훼손시키지 말자는 것이었다. 환경문제가 시급한데도, 이번의 회의 결과는 무색했다. 노력한다는 추상적인 선언만 내왔을 뿐이다. 10년 전의 리우 선언보다 더욱 후퇴했다. 여기에 시간의 가중치를 더한다면 요하네스버그 회의의 평가는 비관적이라는 데 이의를 달 수 없다.
미국은 애초부터 “자유무역에 반하는 어떠한 움직임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이러한 결과를 예고했다. 최대의 화석연료 사용국가, 즉 지구환경 오염의 제1원인 국가의 오만과 무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씁쓰레한 폐막 풍경을 보아야 했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환경문제가 하찮은 것이기 때문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매년 300만명에 이른다는 미국 지구정책연구소의 보고다. 이 연구소가 17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차량과 공장에서 배출한 대기오염이 원인이 되어 걸리는 호흡기질환과 심장병 등으로 매년 300만명이 사망한다. 미국의 경우 7만명에 이르는데,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4만명, 유방암과 전립선암 사망자 수를 합한 것보다 많은 수치이다.
이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각국 정부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운전이 오염을 발생시켜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지적에서 지구환경회의에 대한 미국의 소극적인 태도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교통사고라는 처참한 광경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부정적인 효과가 즉각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인다. 정치인들의 든든한 자금원인 자동차산업을 육성시킨다는 단순한 그러나 강력한 논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자유무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움직임에는 반대한다고 선언한 것도 이러한 논리에 바탕하고 있다. 결국 환경문제는 정치와 경제의 문제로 귀결된다. 자국의 이익, 더 구체적으로 정치적인 뒷받침이 되어주는 기업과 산업의 이익이 조금이라도 침해받는다면 환경문제의 시급성이나 국제적인 협약은 언제나 뒷전에 놓인다. ‘리우+10’은 이러한 반환경·반생명의 논리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지구환경의 심각성은 일찍이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연구되고 지적돼 왔으며, 체험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 즈음해 발표된 몇몇 자료에 의하면, 일본 도쿄의 경우 평균 온도가 섭씨 3도나 올랐다는 보고도 나왔다. 우리 나라에 관한 것도 있었다. 지구온난화의 결과로 한반도가 말라리아 발생 가능 지역이 된다는 것이다. 동남아시아의 덥고 습한 지역에서나 발병하는 병에서 한반도도 이제 안전지역이 아니다. ‘신종 질병과 부활하는 질병에 대한 하버드 연구 그룹’의 다음과 같은 경고는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심각하다. “지구 기온의 변화는 강우 패턴, 해류, 습도, 토양 구성, 식생 등의 변화를 수반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인간의 활동, 병원균 매개체의 분포 변화, 질병의 새로운 온상 등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런 조짐이 환경재앙의 마지막이 아니라는 데 있다. 더욱이 새로운 질병의 문제를 사회적·생태학적 변화에서 찾기보다는 의학적·기술적·경제적으로 접근하려는 흐름이 여전히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막막할 따름이다.
녹색연합이 최근 발표한 ‘2001년 한국의 환경신호등’을 보면, 재앙이 예고되어 있거나 이미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재앙의 끝을 걷고 있다는 섬뜩한 느낌을 떨칠 수 없다. 28개 환경측정지표를 바탕으로 최근 10년간의 경향성과 추이를 분석 평가했는데, 13개 지표가 적색신호, 6개 지표가 황색신호로 분류됐다.
적색신호는 지금 당장 개선 조치를 취하더라도 환경 피해가 불가피한 사항들인데, 도시화율 증가, 오존경보 발령 증가, 폐암사망률 증가, 화석연료 소비 증가,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감소, 자동차 등록대수 증가, 경차 판매량 감소, 자연재해 피해 증가, 환경재해 증가, 적조발생 증가, 산림 면적 감소, 경작 면적 감소, 유전자조작식품 증가 등이 그것이다. 황색신호는 줄지도 늘지도 않은 경우로, CFCs 소비량, 이산화탄소 배출량, 4대강 수질 오염도, 국제환경협약 가입 정도, 환경오염 방지 지출, 농약 사용량 등 6개 지표였다.
태풍 루사에 의한 참혹한 재앙은 천재만은 아니다. 녹색연합이 지난 9월 7~15일 강릉, 동해, 삼척, 울진, 산청 등 6개 태풍 피해 지역을 현장조사한 결과, ▷가파른 절개지와 사면을 만들어내는 무절제한 도로 공사, ▷물길을 함부로 바꿔 세운 교량 건설, ▷마구잡이 송전탑 건립, ▷폐광산의 방치 등이 피해를 가중시켰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태풍 루사 수해피해지역 조사보고서’에서 밝혔다. 물론 871㎜에 이르는 하루 최대의 강우가 없었다면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겠지만, 인간에 의한 무분별한 자연에 대한 간섭 행위가 호우와 결합해 더욱 큰 재난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지질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 도로설계, 하천변의 시설물과 지형을 고려하지 않는 교량 건설, 송전탑을 세우기 위한 벌목과 작업도로의 방치 등은 오랜 관행처럼 행해져왔다. 교각을 세우며 철근도 넣지 않았다는 보도에는 할 말을 잃는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인재 여부에 대한 조사, 시행청과 시행사에 대해 감사·개발 계획 위주로 짜여 있는 정부의 국토계획을 검토하겠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다가오는 대통령선거를 의식해서인지 서둘러 재해지역으로 선포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한 연구기관에 따르면, 이번 태풍 루사로 인한 재해 복구에 따라 0.5%의 GDP 상승효과가 발생한다고 한다. 혹, 정책당국자들이 GDP의 숫자놀음에 눈먼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