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지금으로부터 2500여 년 전에 서역 땅에 나투시어 혹독한 시련 속에서 마침내 무상의 정각을 이루셨고 중생을 위한 큰 가르침을 설하셨습니다. 비록 2500여 년 전인 아득한 먼 옛날의 사실이나, 오늘까지 불타께서 설하신 거룩한 가르침은 더욱 새롭고, 인간마다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 주는 지남석指南石의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모든 다른 중요 종교와 마찬가지로 불교도 또한 본질적인 인간문제들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있습니다.
무절제, 헛된 집착 그리고 전도된 망념에 사로잡히어 일어나는 본원적인 인생人生의 고통 속에 우리 중생들이 존재하고 있는 한, 부처님께서 가르침을 주신 위대한 진리의 말씀들은 감로수가 될 것이며, 앞으로도 이러한 우리들의 문제들에 대해 더할 수 없이 적절하고 올바른 가르침이 되고 지혜의 삼매를 증득하는 밝은 등불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서 우리가 우리 마음 속의 행복을 지켜갈 때 비로소 이성적인 고요 속에서 어떤 난관에도 굳건히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연민과 애정, 친절심과 인내심, 평화를 사랑하는 덕목들 그리고 특히 모든 자연과 인간사의 현상들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쉼없이 상호 작용하고 있다는 연기설과 인과율의 위대한 가르침은 우리들 마음 속의 평화를 보장하는 마르지 않는 옹달샘이요, 금강석金剛石의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명상수련을 통한 마음과 정신의 통제는 예로부터 불교에 있어서는 중요한 수행방법 중의 하나였습니다. 마음과 정신을 고요 속에서 천착시키고 사랑과 연민, 인내심의 덕성들을 계발·증진시킴에 있어 이러한 명상 수행은 더욱 효과적인 나침반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일상日常 속에서 이러한 것을 실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증대되는 상호관계 속에서 자리타리自利他利하는 작금昨今의 세계사를 보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복지와 행복이 다른 많은 타인들의 행동과 의지에 의해 영향받고 있음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궁극적으로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은 여타 다른 타인과 같은, 단지 인간 개체의 하나일 뿐인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행복하려고 하지 고통의 나락에 빠져들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우리들 자신의 권리가 소중하듯이 평화롭고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권리 역시 소중한 까닭으로 우리 모두는 난관 속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아낌없는 조력助力의 손길을 주어야 할 책무가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지구적 책임감’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다 같이 화합하며 살아가는 지구 공동체의 번영을 담보하는 확실한 기초가 되는 것입니다.
나는 티벳과 한국, 양국 문화文化의 번영은 일차적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에 굳건히 기초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양국의 불교문화 역시 그 시원始源이 인도에 기초하고 있음을 다시금 상기해보고 싶습니다.
불교가 그 시기와 전파 경로를 달리해 양국에 전교되었기 때문에 아마도 지금과 같은 문화와 전통의 차이를 보여주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문화적으로 차이가 날지 몰라도 교리와 수행의 측면에서는 많은 유사성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결국 불법의 큰 가르침은 인간은 서로 평등하다는 보편적 진리를 깨닫게 하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진실로 모든 인간들은 크고 작은 인생고人生苦로부터 감로의 해탈을 성취해 낼 수 있는 기본적 권리와 잠재력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실은 여러분들이 부처님의 제자이거나 아니거나 간에 숙지하고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할중요한 그 무엇인 것입니다. 이러한 여러 증거들이 부처님 열반 후 이천 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부처님의 위대한 가르침과 높은 행적들이 여전히 지구의 평화와 개인복리에 커다란 일익을 다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제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한 것입니다.
저와 또한 티벳도 마찬가지이지만 똑같은 시점에서 한국 국민들께서 커다란 변화의 시기를 경험하였고 양국이 비슷한 형태의 도전들에 대해 성공적으로 대처해 나가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의 불제자 형제 법우님들이 한국불교의 문화와 전통을 보전하기 위해서 헌신과 봉사를 다하는 자세 앞에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깊은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이 때문에 3대 명찰 중의 하나인 해인사의 창건 1200주년 기념일에 즈음하여 이러한 저의 소망과 인사를 드리게 됨을 특별한 영예와 호의로 감사히 생각하며, 아무쪼록 불교 신도이든 비신도이건간에 모두에게 지난 시기 면면히 그러해 왔듯이 다가올 수많은 세기에도 해인사가 한국의 국민 모두에게 평화와 희망을 주는 복전福田으로써 길이 각인되길 축원하며 지면을 통해 영광된 인사를 갈음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2546(2002)년 10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