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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관통도로와 지탱 불가능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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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2002년 09월 247호
불교계의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였던 북한산 국립공원의 자연환경 파괴와 수행환경 훼손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지난 8월 14일 불교계와 건설교통부, 시공사인 서울고속도로(주)와 LG건설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문제가 되었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일산~퇴계원) 구간 중 북한산 관통터널이 포함된 공구의 공사를 12월 31일까지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공사 중지 기간 동안에 노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새 노선을 찾기로 했다. 노선조사위원회에서 새 노선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정부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이로써 북한산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노선의 수정은 불가피하게 됐으며, 북한산 국립공원 관통터널 반대와 공사 강행을 둘러싸고 물리적 충돌까지 빚을 뻔했던 급박한 상황은 극적인 반전을 가져왔다. 반갑고 다행스런 일이다.

8·14 합의가 곧바로 북한산 관통도로의 백지화는 아니다. 그 가능성을 크게 넓혔을 뿐이다. 그래서 북한산 국립공원 관통도로 반대운동은 지금부터이다. 노선조사위원회를 통해 관통노선 반대론과 찬성론은 불꽃을 튀기는 논쟁을 벌일 것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시행사인 서울고속도로(주) 측에서는 북한산 관통도로의 불가피성을 주장할 것이고, 불교계와 시민·환경단체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북한산의 환경 파괴를 지적하는 한편 정부의 밀어붙이기식의 개발 정책을 질타하고 환경친화적 정책으로의 전환을 촉구할 것이다. 노선조사위원회에서 합의하지 못할 경우 정부(건설교통부)에 결정권이 주어지나, 사실상 새 노선을 채택할 것이냐의 결론은 국민들의 여론에 달려 있다.

특히, 노선조사위원회의 활동 마감 시한인 12월에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선택은 국민들의 생각이 어떠하냐에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대통령선거라는 최대의 정치 행사를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판단에 따라 북한산 국립공원을 관통하지 않는 새 노선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후보들은 불교계의 표와 시민·환경단체의 환경 보전이라는 명분을 십분 활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북한산 국립공원의 관통터널 논쟁은 ‘지탱 가능한 발전’이라는 기준에서 본다면, 이미 ‘관통터널 불가’ 판정을 받았다. 10년 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UN지구정상회담에서는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되, 미래세대를 위해 자연환경을 보존해야 한다”는 ‘지탱 가능한 발전’의 개념을 확인했다. 매우 모호한 개념이지만, 환경경제학자들은 환경 또는 생태의 가치를 측정 가능케 함으로써 지탱 가능한 발전의 모호성을 벗겨냈다. 지난 7월 말 발표한 생태경제학회의 북한산 관통도로에 관한 한 발표는 좋은 예이다. 이 발표에 따르면, 북한산 국립공원을 우회하는 노선보다 관통도로를 뚫을 경우가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한다. 예전에는 계상하지 않았던 환경이 주는 만족감을 비용화함으로써 얻은 결론이다. 이 결론을 좀더 살펴보면 이렇다.

“한국생태경제연구회(회장 조승헌 박사)는 30일 건설교통부가 추진 중인 북한산국립공원 관통 구간과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우회 노선에 대해 환경가치를 고려한 경제성 분석을 한 결과 국립공원 관통도로 건설시 추가로 소요될 사회환경적 비용이 1조6045억원인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2001년부터 20년간 북한산의 `사용가치`(등산과 공기정화 등 산의 이용가치) 총 3601억원에다 `보존가치`(직접 사용하지는 않지만 보존됨에 따른 간접적인 가치) 1조2444억을 더한 금액이다.

연구회는 일부 학자들이 1999년을 기준으로 조건부가치측정법(CVM)을 이용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나타난 북한산국립공원의 보존가치 1인당 연간 1만6198원, 사용가치 1만1439원을 토대로 이를 2001년 가치로 환산한 뒤 연도별 북한산 입장객수, 연도별 인구, 조정계수, 경제성장률을 곱해 이 같은 결과를 산출했다고 말했다.

회장인 조 박사는 “차량운행비 절감, 운행시간 단축, 교통사고 감소 등 사회적 편익은 국립공원 노선과 우회 노선간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전제했고 국립공원에 관통도로가 개설됨에 따라 이용가치는 50%, 보존가치는 3분의 2가 훼손된다고 가정했다”고 말했다.(동아일보, 7월 31일)

위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계산해 지탱 가능한 발전의 개념을 정리할 수도 있다. 우회노선을 건설할 경우 들어가는 추가 비용 7000억원(한국도로공사 추정치. 도로공사는 추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우회노선은 불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에서 북한산 관통터널 건설시 발생하는 환경가치의 상실분 1조6000억원을 뺀다. 환경가치의 상실분이 많을 경우, 지탱 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개발사업이 되는 것이다.

이후 북한산 국립공원을 둘러싼 노선조사위원회의 논쟁 과정에서 환경가치를 비롯한 경제 외적 가치의 측정이 더욱 세세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조사위원회의 활동은 보전과 개발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어, 지탱 가능한 발전의 개념을 더욱 구체화하는 매우 의미 있는 공론의 장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북한산’은 우리 사회의 환경보전과 개발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분기점이 된다.

그린GNP 또는 GDP(국내총생산)를 대체하는 GPI(진정한 발전 지표, Genuine Progress Indicator)의 도입과 정착이 시급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GDP는 폐기해야 할 경제지표이다. 테드 홀스테드와 클리포드 코브는 ‘성장의 새로운 척도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에서 그 이유를 덧셈만 할 뿐 뺄셈은 하지 않는 계산기와 같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GDP는 기본적으로 총생산량을 측정하는 척도이며, 생산된 물건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GDP는 비용 부문이 포함되지 않은 대차대조표이다. GDP는 비용과 이윤, 생산적 활동과 파괴적 활동, 지속 가능한 활동과 지속 가능하지 않은 활동을 구분하지 못한다. GDP는 덧셈만 할 뿐 뺄셈은 하지 않는 계산기와 같다. GDP는 시장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인류의 이익으로 간주하고, 화폐를 통한 교환의 영역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인간의 복지에 대한 중요성과 상관없이 무시해버린다.”(위대한 전환, 동아일보사, 250~251쪽)

그린GNP나 GPI는 지금까지는 고려하지 않았던 환경가치와 개발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마이너스비용(천연자원의 고갈, 대기와 수질 등 각종 오염, 지역공동체의 파괴, 유·무형 문화유산의 상실 등)을 계상해야 한다는 것에서 출발한 경제지표 측정 도구이다. “예컨대 목재회사에서 오래 된 삼나무 숲을 벌채할 때 GDP는 목재의 시장 가치에 의해 증가한다. 그러나 숲의 상실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환경적·사회적 비용은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GDP를 버리고 GPI를 도입해야만 산림의 벌채와 도로 건설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지, 아니면 삶을 더 고통스럽게 하는지를 분명히 드러낼 수 있다.

물론, 산림의 벌채와 도로 건설이 분명 이익을 가져다준다. 그런데 그 이익이 다수에게 귀속되느냐, 아니면 소수의 사람만이 취하는 것이냐는 문제로 남는다. 그렇다면,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 “북한산 국립공원 관통도로는 다수 국민이 환경을 보전함으로써 얻는 이득(1조6000억원)을 희생해 건설업자의 배를 더욱 살찌우게 하는 개발사업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디 있는가?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많은 공공기관을 대표하는 정부는 국민 대다수의 이익을 확보하는 데 그 존재 의의가 있다. 정부는 당연히 다수의 이익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 대통령선거라는 정치 행사에 관계없이, 이제 정부의 선택은 명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