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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님과 컴퓨터 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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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 주경 2002년 09월 247호
지금은 대다수의 사찰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사찰의 업무를 보고 있으며, 대부분의 스님들이 컴퓨터를 사용한다. 하지만 아직 스님들의 컴퓨터 사용은 극히 제한적이고 전문지식이 없는 관계로 아주 사소한 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본인에게는 당황스러운 일이 되고 또 무안스러운 기억이 다른 이들에게는 두고두고 우려낼 수 있는 웃음거리를 만들기도 한다.

서울에서 일을 보게 되어 O사찰을 거처로 정하고 있는 S스님은 도반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대표적인 기계맹 - 기계에 대해서는 거의 장님에 다름없이 어두움 - 으로 본인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 스님은 여행을 좋아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까닭에 시와 노래를 벗삼아 지내며 글과 더불어 지내는 천상 시골 스님(?)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인연이 어떻게 엮였는지 몇 철 선방을 다니더니 서울에 정착하게 되었다. 서울일이란 것이 컴퓨터와의 인연을 맺지 않고는 살기 어려운 환경이다 보니 절에서 컴퓨터를 사용하게 되었고, S스님도 자연스레 개인용 컴퓨터를 가지게 되었다. 신도가 선물한 간단한 기능의 면도기조차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계맹 스님이 컴퓨터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근래에 들어 워낙 좋아진 컴퓨터 환경 덕에 제법 인터넷도 이용할 줄 알고, 알려 준 절차대로 기본적인 사찰관리 프로그램도 사용하곤 하였다.

한번은 이 S스님이 전화를 해서 컴퓨터가 이상해졌다고 기술자를 불러야 하는지 묻기에 증상을 들어보니 플로피 디스크를 드라이브에 그냥 둔 채 컴퓨터를 켠 까닭에 부팅이 되지 않은 것이었다. 플로피 디스크 배출버튼을 누르고 엔터(Enter)를 누르라고 하니 “앗! 된다”는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어지는 것이었다. 이렇게 번번이 화면이 작아졌네, 소리가 안나네 하며 고단한 컴퓨터와의 동거를 시작한 지 얼마가 지나고, S스님은 새 컴퓨터를 장만하게 되었다. 모니터가 너무 무거워 책상이 휘어진 나의 경험에 비추어 최신유행의 액정모니터를 구입하기를 권하였고, 새로 컴퓨터를 들여놓은 S스님은 도반들에게 자신의 최신 컴퓨터를 자랑하곤 하였다. 어느 날인가 도반들이 모였을 때 특히 날렵하면서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 모니터를 두고 S스님의 자랑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날은 불행히도 S스님의 컴퓨터 자랑이 끝나는 날이 되고 말았다. 입담 센 도반스님 하나가 “컴퓨터는 잘 하지도 못하면서 기계 자랑만 하니, 장님이 보지도 못하면서 고급 안경 자랑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핀잔에 그만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플로피 디스크에 원고를 보관해야 한다는 누군가의 말에 정작 하드디스크에는 저장을 하지 않았다가 손상된 플로피 디스크를 놓고 입맛을 쩍쩍 다시는 S스님은 천상 시골스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