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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 부처바위 비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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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影池 - 김대식 2002년 09월 247호
경주남산 부처바위 비천상 탑골 부처바위에는 비천상이 여럿 있습니다.

동면 본존 주위에 여섯, 북면 마애탑 위에 둘,

그리고 서면 여래좌상 위에 하나 해서 모두 아홉 상이나 됩니다.

이 비천상들은, 현란한 채색의 고구려 고분 벽화 비천상이나,

정교한 조각 솜씨의 에밀레종 비천상에 비하면 그 생김새가 매우 소박합니다.

아니 투박하다고 말해야 합니다.

부처바위 비천상들은 또 위태롭습니다. 천년이 넘는 세월을 노천에서 비바람에 부대낀 탓입니다.

마멸된 바위 표면은 살짝 만지기만 해도 바스라질 듯합니다.

보일 듯 말 듯한 옷자락 선이나 얼굴 윤곽들은 우리의 시선조차 감당해 내지 못할 듯 아슬아슬합니다.

나그네는 그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비천상들이 연약하게나마

원래의 모습으로 되살아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맑은 날 오전 부처바위 동면 앞이었습니다. 높이 뜬 햇살이 바위 면을 어루만져

비천상들의 윤곽선을 하나하나 살려내려 애쓰고 있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나듯 비천상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고,

이윽고 하늘을 날면서 본존과 협시보살을 에워싸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현란한 빛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을 때, 나그네는 거기 없었습니다.

나그네의 혼이 몸을 빠져나와 비천상들과 같이 하늘을 날았기 때문입니다.

비천飛天, 하늘을 나는 것. 나그네는 얼핏 천사라는 말을 떠올렸습니다만 고개를 저었습니다.

날개를 필요로 하는 서양의 천사에 비해 비천은 훨씬 자유롭습니다.

날개 없이도 하늘을 날 수 있다는 발상 그 자체가 하나의 위대한 비상飛翔일 것입니다.

비천상이 우리에게 매혹적인 것은,

날개 같은 것의 도움 없이 우리를 하늘로 인도하는 그 상상의 자유로움 때문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