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민족의 명절 추석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이달의 이야기 - 홍기택 2002년 09월 247호
음력 8월 15일, 이제 며칠 있으면 우리 민족의 명절 추석이다. 봄에 뿌린 온갖 씨앗들이 뜨거운 여름 햇살을 받아 무럭무럭 자란 열매들의 결실을 우리들에게 풍성함과 넉넉함으로 나누어 주는 계절의 한가위 추석은 가장 기분 좋은 명절이다.
추석맞이를 위한 우리 국민들의 애정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강렬하다. 전국의 고속도로가 막히고 재래시장, 백화점의 인파는 북새통을 이룬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각자 제 고향을 찾아 멀고 힘든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리운 혈육의 정을 만날 꿈에 부풀어 즐거운 마음으로 민족의 대이동에 동참한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에도 추석절이 있으나 우리와는 다르다. 참으로 우리 민족의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투철한 가족사랑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감동적인 뉴스거리이다.
한편 고향에서는 모든 추수가 끝나서 오곡백과가 풍성하고 고향집 지붕 위 가을 하늘은 맑고 높아 가을의 정취를 듬뿍 풍긴다. 아낙들은 차례상 준비로 분주하여 마을 이집 저집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가득 피어오르고 아이들은 벌써 새로 산 추석빔을 입고 야단법석이다. 주름살이 깊은 노부모님의 얼굴은 자식들의 무사귀향에 함박웃음을 보이며 밤새 추억 어린 이야기꽃을 피운다. 생각만 해도 흐뭇한 광경이다. 그 동안 미웠던 마음, 섭섭했던 마음을 한 순간에 지워 버린다.
추석날 아침에는 가족 모두가 수일 전부터 정성껏 준비한 재물을 차려 놓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간다. 차례는 후손들에게 예절을 가르쳐 주고 우리 사회의 이웃들에게 인간미를 베푸는 방법을 일깨워 주는 참다운 가정교육 실천 방법이고, 고향길 찾아가는 노력과 정성은 삶의 용기와 인내를 가르쳐 준다.
우리 민족은 자연사랑, 인간사랑을 배경으로 봄여름에 씨앗 뿌려 열심히 땀 흘려 가꾸면 가을은 모든 생명력을 다시 뿌리와 열매에 저장해서 풍성한 수확을 거두게 하여 한 해의 기쁨을 찾고 보람으로 살아왔다. 때로는 거친 태풍과 가뭄의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고 잘 극복하면서 온 겨레가 추석날을 일찍부터 민족정신 화합의 큰 명절로 정착시켜 왔다.

여기서 필자는 추석을 맞는 민족정신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 풍성함을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사랑의 정신이다. 산과 들에 가득한 곡식들을 보면서 지금도 우리 주변에 굶주리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하고 탐스럽게 열린 갖가지 잘 익은 과일들을 보면서 조상을 사모하는 마음씨를 가져보는 것이다. 추석날 가장 처음 수확한 햅쌀 등 곡식과 가장 잘 익은 열매로 먼저 조상님께 차례 지내고 이웃들과 나누어 먹는 풍성한 마음씨는 추석의 민족정신이며 바로 이 땅에 사는 우리 민족을 풍요롭게 하는 원동력이었고, 인정에 넘치는 아름다운 공동체 정신이며, 자비의 정신이다.

그러나 이러한 민족정신이 근세에 들어오면서 개발이라는 논리로 자연이 파괴되고 홍수처럼 밀려들어오는 잘못된 문화사조들과 전통문화 파괴세력들에 의해 소중한 우리 유산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없어지고 있는 현실을 맞이하는 것 같아 매우 씁쓸하다.

둘째, 남을 배려하는 친절한 예절이다. 상경 하애하는 정신. 즉 윗사람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으로 베풀라는 말이다.

오늘날 우리의 사회는 반목과 시기, 질투 등으로 ‘나’라는 이기적인 사고와 친절하지 못하고 인사성 없는 문화가 여러 부분에서 자리 잡고 있다. 그리하여 부모와 자식간에도 서로 죽이는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의 존엄성마저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물질의 풍족함과 편리함이 오늘날 젊은 세대를 오히려 병들게 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참다운 스승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잘못된 아이들을 꾸짖고 바른 길로 계도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박수를 보내야 한다.

또한 친절과 예절은 가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가면서 가정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아이들의 놀이 문화는 컴퓨터, 오락게임 등 자기 중심적 사고를 가지기 좋은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아무쪼록 가족과 많은 대화를 하고 자연과 친숙해지려는 노력으로 이웃들과 화합하고 인내하는 정신을 배워야겠다.

셋째, 삶의 지혜를 가져보자. 씨앗뿌리고 정성들여 돌아오는 가을의 풍성한 수확은 자연이 우리 인간들에게 가르쳐 준 진리요, 인과응보다.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부지런한 사람은 항상 풍족하다. 반드시 물질적인 풍족만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지런한 사람은 마음도 풍족하다.

노력하지 않고 남보다 잘 되려는 마음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 요즘 수많은 지식인들조차 물질에 집착하여 마음이 풍요롭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연일 뉴스에서는 남부럽지 않은 자들이 ‘무엇이 모자라 몹쓸 행태를 할까’하고 선량한 서민들은 의아해 한다. 세상에는 사람이 살아가는 법도가 있다. 가난하고 못 살아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싸우고 증오하고 경쟁하는 것은 그래도 일말의 동정심이 있지만, 가질 만큼 소유하고 풍족한 가운데서도 법도에 맞지 않고 파렴치하게 다투고 싸우면서 인색하고 교만한 작태를 계속하면 그것은 인간이기를 거부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물건이 있는 그대로가 내 것이라는 생각을 좀 가졌으면 한다. 어느 스님의 법문내용이다. “길거리에 수많은 자동차들이 다 내 것이란 말이다. 필요하면 몇 푼 내고 타면 내 것이지 꼭 자기 집에 보관해야 내 것인가?” 물론 필자도 그런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삶의 지혜란 나의 주변에 일어나는 아주 사소한 일에서도 얼마든지 배우고 실천할 수 있다. 그렇게 하여 나도 편하고 남도 편한 세상을 열어가자는 것이다.

추석날이 우리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우리 민족만이 느끼는 끈끈한 친화력과 힘찬 생명력과 자연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정서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잘 새겨져 명실상부한 가장 큰 명절로서 세계의 중심국가가 되길 바란다. 최근 월드컵 4강 신화가 이를 증명해 주었고 무엇이든지 하면 잘 해 나갈 수 있는 한민족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또 한 가지 바람은 이러한 힘이 북한 실향민들에게도 슬픈 날을 청산하는 통일의 계기가 되고 온 겨레가 얼싸안고 춤을 추는 민족의 명절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법보종찰 해인사 1029일 조상천도기도에 동참한 모든 분들의 기도 원만성취를 기원합니다.

성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