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으며, 미세한 것보다 더 잘 나타나는 것은 없다. 이는 더없이 캄캄한 밤에 더욱 맞는 이치이며, 탁濁한 악세惡世에 더욱 잘 드러나는 진리이다. 미혹으로 어두워진 세상에서는 진리의 모습이 작은 불씨일지라도 저 하늘에 뜬 태양보다 더 눈부실 것이고, 탐심貪心으로 가득한 마음 속에서는 도심道心이 비록 작은 금강석일지나 그 어느 것보다 더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진리를 향하는 수행자의 모습은 어둔 세상, 탁한 곳일수록 그 한결같음으로 밝게 빛나고 있다.
진리를 향하는 마음은 그 앉고 선 자리가 어디든 자리를 가리지 않고 지극하다. 그러므로 진리를 향하는 이는 자신의 위치에 따라 행할 뿐 그 외의 것을 바라지 않는다. 수행자의 자리에선 수행으로 일심을 다하며, 중생의 위치에선 중생의 마음을 다한다. 보살은 보살의 지극함을 다할 것이며 여래는 여래의 한결같음으로 금강좌金剛座를 보인다. 자신을 바로 하고 남에게서 구하지 않는 것이 바로 수행의 지극함이니 수행자의 걸음이 그 정곡正鵠을 잃게 되면 곧 되돌아와 자신에게서 그 원인을 구한다.
그 옛날 석가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 궂은 자리를 마다하지 않고 지키셨듯 그 후 수많은 수행자들이 나무 아래 자리를 좇았다. 나무 아래를 지키는 수행자의 모습은 남산에서 세 번째로 깊은 골짜기 안, 탑골에도 있으니 부처바위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탑골 부처바위에는 부처와 보살, 나한과 역사力士, 비천과 사자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현재는 남아 있지 않아 그 모습을 알 수 없는 9층탑의 모습까지도 전한다. 그림과 실물이 남아 전하지 않는 오늘의 우리에겐 참으로 귀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옛 서라벌에는 절들이 하늘의 별과 같았으며 기러기가 줄지어 날 듯 탑이 서 있었다고 전한다. 진리와 불법을 향한 간절함이 그와 같았으니 남산 그윽한 안쪽, 탑골까지 줄을 이었던 옛사람들의 불심이 이미 눈에 뵈는 듯하다.
옛 것을 비추어 앞길을 가늠하듯 큰 바위 위 스물네 분의 불보살 중 나무 아래 정좌한 이 수행자에게 유독 우리의 눈길이 멎는 것은 언젠가는 드러날 은밀한 도심道心이며 눈 앞에 나타날 빛나는 금강석임을 굳게 믿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