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자 양개는 부모님의 뜻을 받들지 못한 채.
집을 떠난지 어언 10년 세월 지나 만리 길을 와 있읍니다.
바라옵건대 어머님은 빈 마음으로 돌아가시어 이별의 정을 거두시고
문설주에 기대어 기다리는 마음을 거두어 주소서.
형님은 부지런하여 얼음속에서 고기를 구할 것이고
동생 또한 효성스러워
눈 속에서 죽순을 캐어다 봉양을 올릴 것입니다.
대저 사람의 도리라는 것이 세상에 살면서
학문을 하고 부모에게 효도를 함으로써 천리(天理)에 순(順)하는
것이겠읍니다만 저는 도(道)를 사모함으로 수행에 전력하여
어머님의 은덕을 갚고자 합니다.
이생에 이 몸을 제도하지 못하면 어느 생을 기다려 제도하겠읍니까.
엎드려 비오니 너그러우신 마음으로
이 자식을, 없는 아들, 죽은 아들로 여기소서.
송(頌)
명리도 버리고 선비되기도 구하지 않았으니
다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좋아하여 세속의 길을 버리었나니
번뇌가 다하면 근심의 불은 꺼질 것이요
은혜의 정이 끊어진 곳에 애욕의 강물은 마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