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그 젊음의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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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시명
1985년 08월 42호
짙푸른 파초 잎에 소낙비 내리는 소리, 비 온 후 산록으로 퍼져가는 물안개, 담장 위로 솟아오른 키다리 해바라기가 소년 같은 얼굴로 벙글거리는 팔월. 나팔꽃은 아침마다 남빛 트럼펫을 연주하고 매미는 숲에서 진종일 취주악을 연주하는 팔월. 모시옷과 부채와 돗자리와 바닷가와 풍성한 과일과 지천으로 피어나는 산야의 풀꽃을 보면서 여름은 이제 그 난만(爛漫)한 얼굴에 한껏 웃음을 띄우고 있고 여름의 맏아들 태양은 오만한 얼굴로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을 여름의 해인사 계곡은 초만원이있다. 더위를 피해 시원한 가야산의 짙푸른 산자락에서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이 쳐 놓은 텐트는 원색(原色)의 이동 도시였다. 교통이 좋아지고 자가용 차를 가진 사람들이 늘어 남에 따라 이젠 거리의 멀고 가까움이 없어지고 온갖 잡다한 일상의 굴레를 벗어나 여가를 즐기려는 도시인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버려 놓고 간 오물과 안방에서나 입을 법한 핫팬티 차림으로 신성한 도량(道場)을 활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국인의 자연보호 정신과 교양에 한심한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 반면 해인사에서는 대학생을 비롯 고등학교, 일반인을 위한 수련대회가 여름 동안 활발히 열렸다.
복잡하고 다원화되어 있는 현대사회에서 전통 종교인 불교가 담당해야 할 좌표와 방향 그리고 미래를 살아 갈 청소년 불자들의 역할과 사명에 대해서 진지하고도 격의 없는 가르침과 배움이 베풀어졌으며 서로의 대화를 통한 우의와 3천배(拜)를 하고 난 청소년들의 의연한 얼굴에서 미래 불교의 밝음을 볼 수 있었다.
삼일수심(三日修心)은 천재보(千載寶)라고 야운(野雲)스님의 자경문(自警文)의 말씀이 있듯, 가치관을 형성해 가는 청소년에게 임간(林間)에서의 며칠 간의 수련생활이 비록 시간적으로는 짧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겐 영원한 삶의 이정표를 세워 주는 계기가 된다는 데 커다란 의미가 있다 하겠다.
그 동안 종단에서 입안자(立案者)가 바뀔 때마다 으례히 구호처럼 내세워 온 포교와 도제양성의 문제는 단시일에 이룩되어질 문제가 아닐 뿐더러 먼 안목으로 투자해야 할 거시안(巨視眼)이 필요하다.
거외 포교와 교육의 문제에 있어서는 비관적인 상태에 있는 현재 상황에서 삼보(三寶) 사찰을 비롯한 각 본사 단위로라도 체계적이고 질 높은 청소년을 위한 교육뿐 아니라 신도들을 위한 교육이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육을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이 계속 개발되어야 하겠다. 매년 똑같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해마다 조금씩 다른 프로그램의 개발과 첫 입문자와 입교한 지가 오래 된 신도를 각기 분리시켜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프로그램은 물론 전문적이고 고도한 연수 교육도 함께 이루어져야겠고 어린이를 위한 수련 교육과 직업별 연수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과 이를 위한 각 본사마다 정보를 교환하는 등 다양하고 보람찬 교육이 이룩되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려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전문 교육기관인 연수원이나 청소년을 위한 수련장 등의 필요한 시설 확충이 시급하다고 본다.
각종 불사도 중요하지만 교육을 위한 불사와 포교를 위한 불사는 무엇보다도 시급함도 알아야겠고 그 필요성을 자각해야 할 것 같다. 재목(材木)을 얻고 싶으면 십년을 기다리고 인재를 얻으려면 30년을 교육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임을 알아 차분히 교육과 포교를 위한 줄기찬 노력을 계속 하여야겠다.
8월의 꽃 해바라기처럼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를 향하여 피어난 원력의 꽃 청소년 불자를 위하여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다시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