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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교육의 발전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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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아견 - 반산 2000년 01월 215호
지난해 11월 17일 해인사 청화당에서는 전국 강원(승가대학) 교직자회 정기 총회가 열려, 교과목 통일을 위한 상설기구를 구성하는 등 강원 교육 활성화를 위한 심도 깊은 논의가 있었다. 여기에서 발제를 맡아 강원 교재의 통일과 졸업 고시의 시행, 그리고 강원의 교육 시설 및 교육 환경 개선 방안에 대해 여러가지 소신을 발표한 해인사 강원의 반산스님 글을 싣는다. – 편집자주


이끄는 말

불교의 승려 교육을 담당하는 전통 강원은 역사를 거듭하는 동안 체계화되고 정착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요즘 들어 조계종단이 교육원을 별원으로 분리시켜 ‘교육입종敎育立宗’의 기치를 표방하여 교육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결과 그 동안 뒤떨어졌다고 평가받아 온 전통 강원에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그리하여 강원 교육의 활성화 등 여러가지 괄목할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 지속적인 발전을 위하여 본론에서는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강원고재의 통일과 졸업고시의 시행 그리고 강원의 교육시설 개선방안에 관하여 간략히 언급함으로 그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가운데 말

교재의 통일방안
먼저 교재의 통일에 관해서는 이미 통일하여 시행되고 있지만 몇몇 교재에 대하여 몇 가지 논란거리가 내재하고 있다. 나는 교재의 통일에 관하여는 전국의 열한 개 비구 강원과 다섯 개 비구니 강원의 교직자가 협의하여 결정을 하되 각 강원의 역사와 특성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필수과목과 선택 과목으로 나눌 것을 먼저 제안한다. 그리하여 필수과목은 모두 통일하도록 하고 선택 과목은 전체적인 틀을 만들어 자율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하여 1학년 사미반에서는 치문을, 2학년 사집반에서는 서장, 선요, 도서, 절요를, 3학년인 사교반에서는 능엄경, 기신론, 금강경, 원각경을, 4학년인 대교반에서는 화엄경 본문, 현담-또는 입법계품이나 십지품-을 필수 과목으로 정하여 공부하는 것으로 통일하면 가능할 것이다.
다음에 선택 과목으로 한가지의 모델을 제시한다면, 1학년에 인도불교사 및 불교학 개론, 2학년에 육조단경과 중국불교사(또는 일본어), 3학년에 한국불교사와 외국어, 4학년에 화엄사상이나 대승불교사상을 습득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여기서 선택과목은 각 강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자율적으로 정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전국 강원의 학술 교류와 경쟁이라는 좋은 환경까지 싹트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졸업고시의 시행
다음으로 졸업고시의 시행에 관해서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착시키는 데 충분한 고려와 더 많은 여구 및 여론 수렴 등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첫째로, 강원 교육의 특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네 강원에서의 불전습득佛典習得이 불교학을 위한 체계적인 공부라기 보다는 불교 수행을 바르게 하기 위한 준비라는 데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것은 전통 강원의 교재로 정착되어 온 불전들이 불교학의 체계적인 이해에 맞추어졌다기보다는 조계종의 종지와 종통을 이해하고 계승하는 데 그 기본 틀이 짜여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강원 교육은 너무 많은 교재를 채택하여 이해기 보다는 조석예경과 참선실수, 대중운력 등에도 배려를 해야 하는 것이 현실임을 중시하여야 한다. 셋째로 평소의 교육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 다음에 졸업고시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일률적인 졸업고시의 시행은 그 실시에 앞서서 평상시의 교육 과정의 정상화가 이루어지고 난 다음에 시행해야 정착될 것이다. 평소에도 우리 강원의 교육현실이 강의와 예경은 있지만 그에 대한 평가와 상벌이 없는 것 때문에 그 동안 강원 교육이 뒤떨어져 왔던 것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의 평가를 통한 학습 분위기 진작 방안
또 한가지 중요한 제안으로는 예전에는 강원에서도 참선실수를 하는 시간이 정해져서 운영되었다는 점에 착안하고 싶다. 대학식 교육 방법을 쓰는 중앙승가대학에서도 최근에 ‘참선실수’라는 과목을 정하여 학점을 부여하고 있는데 산중의 전통강원에서 오히려 이러한 좋은 전통의 맥이 끊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렇게 할 때 우리 학인들이 처음의 출가 정신으로 되돌아가서 출가 본분에 더욱 충실할 수 있지 않을 까 하는 제안이다. 그렇게 되면 강사와 학인이 모두가 출가 본분에 돌아가 모든 문제를 풀어나간다면 더 나은 강원의 면학풍토가 조성될 수 있으리라.
때문에 갑자기 실시하는 졸업 고시보다는 평상시 교육 과정 가운데에서 학업 성적만이 아닌 조석예경, 대중운력, 참선실수 등에 고루 점수를 배당하여 그 성적을 종합 평가하는 제도부터 먼저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각 과목이 끝나는 때를 전후하여 시험이라든지 리포트를 쓰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평소 성적을 모아 졸업고시를 대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강원에서 시행할 수 있는 평가 방법을 아래의 표를 통해 살펴보면, 각 평가 지표를 열 가지로 정하여 상·중·하 세가지로 정한다. 그리고 각각에 3,2,1점을 주고 이를 합산하여 각 반에서 전체 중상위 10퍼센트에 해당하는 학인에게는 장학금을, 하위 10퍼센트에 해당하는 학인에게는 주의, 경고 등으로 처벌하고 2차 경고는 정학을, 세 번 누진되면 유급시키는 방법으로 상벌을 준다면 학습 분위기가 아울러 선의의 경쟁이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강원의 교육 시설 및 교육환경 개선 방안
최근에 교육원의 시행령이 다소 완화되어 교육 정책의 일관성 결여라든가 강원 교육의 낙후를 우려하는 비판 여론이 있어 왔다. 하지만 시행령의 완화가 갖는 역기능도 있겠지만 나는 문제를 보는 시각을 달리하고 싶다. 교육 정책이란 어떠한 결정된 법칙 위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자연스러운 요구가 있을 때 강원 교육은 이어져 나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입학 정원의 하한선이 완화됨으로 인하여 수덕사나 은해사에게도 강원의 문을 열고 있으며 학인 수효가 적었던 강원들이 차츰 그 수효가 늘어나고 있음은 고무적인 일이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강원은 그 나름대로 특성을 살려서 학인들이 선택하여 입학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추면 나름대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리라 본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 동안 전통이 깊은 강원은 훌륭한 경쟁력이 있는 것이고, 이제 막 생겨난 강원은 그 나름의 경쟁력을 갖추면 될 것이다.
그 한가지 방안을 말하자면 이제 새로운 천년을 맞는 전환점에서 강원 시설도 새롭게 변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제 컴퓨터가 없으면 살 수 없는 환경이 되고 있는 요즈음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을 하자면 4년제 강원의 교육 기간에 치문, 사집을 거치는 2년간은 철저한 큰방 생활로 우리 조계종의 좋은 전통을 몸에 익히고, 사교, 대교의 2년 동안은 자율적인 교육환경을 주어서 컴퓨터나 주변학문을 익히는 기간으로 개선한다면 큰방 생활이 갖는 공동 생활에서 할 수 없는 공부를 해 나갈 수 있으리라.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사교, 대교반은 2인 1실 또는 3인 1실 기준으로 공부 환경이 주어지면 컴퓨터나 인터넷 등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새롭게 탄생하는 또는 새로운 강원의 전통을 세워나갈 군소강원은 새롭게 시설을 잘 운영한다면 강원 교육의 새로운 풍토가 조성될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앞으로는 대교반에서는 일주일 내내 일방적인 강의를 할 것이 아니라 학인이 스스로 준비하여 강의하고 강주 스님께 총평을 듣는 강의 방법을 익혀 나간다면 학습효과와 더불어 대중 앞에서 발표와 토론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다져 나가는 환경이 저절로 조성될 수 있으리라.

강사 자질과 그 처우 개선
최든 들어 교육의 체질 개선과 종단 대덕 스님들의 각별한 관심 등으로 인하여 교육환경과 더불어 강사 자질도 많이 개선되어 왔다. 하지만 아직도 그 처우와 종단 위상은 나아진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손쉬운 예로 얼마 전에 끝난 총무원장 선거에서 교육 담당자들이나 선원 대중 및 율원 대중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은 막혀 있었으며, 단지 종회 의원이나 전국의 본말사 주지 스님들의 의사에 따라서 종단의 대표가 선출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려면 종합적인 개선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조계종이 안팎으로 모범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지탄만 받고 있는 것은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수행력이 짧은 사람들이 중앙이나 본사의 종무행정과 주지직을 담당함으로써 벌어진다고 진단하고 싶다. 앞으로도 이런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지 않고는 이와 같은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일부에서 승과고시나 법계고시의 부활을 큰 목소리로 거론하는 것은 ‘때 늦은 후회’라 할 것이다. 따라서 자격 있는 사람이 종무를 담당케 하는 승과고시제의 시행과 그 교육을 담당하는 교직자가 제대로 대접받는 승가풍토를 이루어 나가야 할 것이다.


맺는 말

불교를 수행하고 지켜야 하는 우리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 몇 안 남은 신도를 더 이상 실망시키거나 수행은 뒷전이고 절을 뺏는 이권다툼에 정신이 없다거나 공부와 수행은 멀리한 채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는 잘못된 풍토는 우리 교직자들이 나서서 바로잡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와 더불어 우리 교직자가 모범적으로 덕성을 기르고 교학의 연찬을 통하여 변화해 가는 교육 환경과 학인들의 의식구조에도 더 많이 귀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세상은 모두 노력하는 자만이 평가받고, 겉모양만이 아닌 내실 있는 자격증에 의하여 존경받고 대접받는다. 그러한 피땀 흘리는 정진과 수행이 있을 때 희망의 새해는 우리 앞에 새롭게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