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장경각藏經閣에는 대장경 경판經板이 보존되어 있다. 까닭에 해인사는 이미 국내의 삼보 사찰 가운데 법보法寶 사찰로서의 위상이 높고, 나아가 세계문화유산 463호로 등록되어 이제 그 명성을 세계에 널리 떨치게 되었다. 그런데 해인사는 대장경 경판뿐 아니라 조선조 유학자의 문집 책판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교남지嶠南誌》(1940, 鄭源鎬 編) 합천 조 가운데 “남계집南溪集 명곡집鳴谷集 구당집久堂集 남파집南坡集 박천집博泉集 금호집琴湖集 박정자집朴正字集 만사집晩沙集 정문익공집鄭文翼公集 청천집靑泉集 숭효집崇孝集 진양연고晉陽聯稿 시와집是窩集 책판이 모두 해인사에 있다”하여, 당시에 13종의 책판이 해인사에 소장되었음을 전하고 있다.
이후 《가야산 해인사지》(1992, 李智冠 編著)의 <유학자의 문집판목록>에서는 15종의 문집에 대한 저자의 이름·호·생몰연대·참고사항을 붙여 연구자의 편의를 도모했다. 여기에서는 《교남지》에 있던 《남파집》 《진양연고》는 보이지 않고, 《동은집隱集》 《지관재유고止觀齋遺稿》 《월악서소月嶽書疏》 《박영은유고朴靈恩遺稿》가 새로이 들어 있다.
무슨 연유로 이 판본들이 해인사에 보관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1773년 처음 해인사에 소장할 때는 극락전 앞에 판각板閣을 따로 지어 보관했다고 한다. 1930년경 판각이 허물어져 극락전 정면 누각 아래 보관했다가 이 누각마저 무너져 1956년 이를 극락전 서편 부휴당浮休堂 아래 창고에 두었으나 공간이 협소하여 1960년에 다시 큰절 관음전 동쪽 곡루穀樓 곁방으로 이안移安했으며, 1962년에 판본을 조사한 결과 100여 판이 부족했다고 한다.*이 판본들은 현재 모두 보경당普敬堂 안의 다락에 보관되어 있어 일반인들이 볼 수 없는 상태이다. 마지막 조사 이후로 40년이 지난 오늘 그 책판의 현황은 어떤지 자못 궁금하다. 이 판본들 역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만큼, 처음처럼 별도의 공간을 확보하여 보존 전시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는 해인사가 대장경 경판뿐 아니라 유가儒家의 문집 책판도 아울러 소장하고 있음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필자 주:판본의 연혁에 대한 기록은 《가야산 해인사지》(李智冠 編著) p.526 <유학자의
문집판목록>을 참고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