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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 부처바위 승상僧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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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影池 - 김대식 2002년 08월 246호
경주 남산을 얘기하면서 탑골의 부처바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집채보다 큰 바위의 동서남북 사면이 여러 모습의 부처, 보살, 비천, 신장神將, 마애탑, 사자상 들로 장엄된 부처바위는 그 자체로 하나의 화엄세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부처바위에는 또, 신라 스님들의 모습이 여럿 새겨져 있습니다.
정면을 향하고 있는 스님, 옆모습을 보이고 있는 스님, 공양을 올리고 있는 스님…….
나그네는 그 중에서도 보리수인지 사라수인지, 나무 아래 앉아 있는 스님을 주목합니다.
스님은 결가부좌하고 선정禪定에 들어 있습니다.
선정, 그것이 부처를 만나는 경지인지, 아니면 스스로 부처가 되는 경지인지, 나그네는 알지 못합니다.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선정이라는 말에 나그네는 양지良志 스님을 떠올립니다.
선덕여왕 때 여러 기예에 통달했다고 이름을 드날려서, 《삼국유사》의 일연 스님이 “큰 인물로서 작은 기술에 숨었다”고 평했던 그 스님 말입니다.
나그네는 양지 스님의 기예를 결코 작은 기술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님이 영묘사 장륙상을 빚을 때에 선정에 들어 삼매에서 부처님을 보았고 그 부처님의 모습을 불상으로 빚었다고 합니다.
이 때 서라벌 부녀들이 노래를 부르며 진흙을 날랐는데 그 노래 가사가 《삼국유사》에 짤막하게 전해 내려옵니다.

오라 오라 오라, 오라 서럽더라.
서럽다 우리들이여, 공덕 닦으러 가자.

사천왕사 터에 남겨진 양지 스님의 소조상 몇 조각만으로도 감동에 겨워하는 나그네는, 양지 스님이 선정에서 보았던 모습을 본떴다는 영묘사 장륙상이 신품神品이었을 것으로 확신하기에 그 실전失傳이 못내 안타깝습니다. 그러다 보면 불상 만들 진흙을 나르며 공덕 닦던 천년 전 서라벌 부녀들의 서러운 행렬이 나그네의 눈에 선하게 떠오르기도 합니다.
나그네에게 부처바위 동면의 이 스님이 양지 스님으로 비치는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