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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에 다시는 못 올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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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윤정현 2002년 08월 246호
어느덧 산사로의 짧고도 긴 출가의 마지막 밤이다. 포교국장 스님과의 차 한 잔 시간, 많은 분들이 나오셔서 그동안 소감, 이 곳에 오게 된 사연 등을 이야기한다. 진짜 이유도 여러 가지에, 소감두 각양 각색이다.
그 때 나는 “해인사에 다시는 못 올 것 같아요.”라는 말을 했다.
많이 느끼고, 많이 배우고 가지만, 힘들었던 4박 5일을 또 다시는 해낼 자신이 없을 것 같은 생각 때문이었다. 새벽예불, 발우공양, 묵언, 참선, 등곧게 펴고 앉기, 안행, 절하기를 생각만 해도 아찔한데 이젠 안녕이란 생각을 하니 슬그머니 미소까지 지어진다.
그 때 포교국장 스님께서 한 보살님의 예를 들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수련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서, 얼마 동안 계속 해인사의 새벽예불소리, 법고 소리, 종소리가 귓가에서 맴돌더라구요.” 하셨다던 보살님. 많은 분들이 다시는 못 올 것처럼 말하고 돌아가지만, 집에 돌아가 얼마 지나지 않아 해인사가 곧 그리워질 거라고 하셨지요.
그 순간, 난 설마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막상 마지막 날이 밝아 오자, 어찌된 일인지 벌써부터 스님 말씀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아… 이제 끝이구나!
더 이상 새벽예불도 안 해도 되고,힘들게 눈치보면서 발우공양두 할 필요 없고, 차수도, 묵언도,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가도 되고, 줄 맞춰서 이불두 안 깔아두 되고, 맘대루 씻을 수 도 있고, 9시부터 잠자리에 들지 않아도 되는구나!‘근데 왜 이렇게 허전하고 ,섭섭하지.’ 너무 좋아 그러는 거라고, 아직 실감이 잘 안 나서 그런 거라고 내 자신에게 말해 보지만, 아닌 것 같다.
주위의 법우님들을 보니, 더욱 섭섭함이 커진다. 별루 말두 나누지 못하고,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본 지가 4일인데, 그새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힘든 시간을 함께 해 왔고, 비록 많은 말은 나누지 못했지만, 서로 참 많이 도움이 되었기에,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사이가 되었나 보다.
마지막 새벽예불 시간.
난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기도를 한다. 스님 말씀도 열심히 듣고, 부처님도 더 많이 찾아 본다.
드디어 수계식.
괜히 떨려온다. 처음도 아닌데. 삼귀의, 오계를 열심히 따라하고 나니 연비를 한다.
뜨거울 거란 생각에 율원장 스님 말씀대로, 참회진언을 더욱더 크게 외쳐 본다.
“옴 살바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
드디어 내차례, 손에 계속 땀이 난다. 떨림 때문에….
‘윽! 생각보다 너무 뜨겁다.’
그럴수록 나의 참회진언은 더욱더 커져가고 있다. 수계식이 다 끝나갈 무렵, 가슴 벅차오름 때문에 눈물이 나려 한다.
4박 5일이란 시간을 정말 마쳤구나! 몇 번이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지만 그 순간을 잘 참고 정말 회향을 하는구나라는 뿌듯함 같다. 단 한 시간도 쉬지 않고, 다 해낸 거다.
비록 여러 번의 위기가 있긴 했지만, 스님들의 말씀에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던 것이 지금의 이런 뿌듯함으로 돌아오지 않는가.
머리 속에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고 있다.
더 먹고 싶었지만, 분위기 맞추느라 늘 배고팠던 바루 공양. 집에 오니 진짜루 3킬로 그램이 빠졌다. 여름 수련회 가면 다이어트 걱정 없어요. 계곡에서의 짧은 휴식, 얼음물에 발이 얼 것 같았답니다. 비가 와서 마애불 산행을 못 가고, 한 장기자랑과 돼지싸움. 수련회 생긴 이래 첨이라던데? 우리 조가 정말 웃겼습니다.

일명 ‘수각 공양’.
진짜 잊을 수 없는 장기자랑을 위해 발 씻은 물까지 과감하게 마신 남자 법우님들 진짜 멋졌습니다. 정말 평생 기억될 것 같아요.
그 모습을 보고, 법우님들도 스님들도 깜짝 놀라셨지요. 퇴수물조차 나누어 마시라면, 그것도 더러워서 마시지 못하고, 집에 갈 것 같은데, 발 씻은 물을 마시다니…. 더럽고 깨끗함,
이게 정말 한 생각 차이구나, 아직도 깊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기자랑 후 돼지싸움.
1080번의 절하기. 함께가 아니면 그런 힘이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힘들지만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힘 말이지요. 한 자에 한 번씩 절하면서 정성스럽게 쓴 《반야심경》 사경.
스님들한테 혼날세라, 방석두 미리 가져다 주시고 늘 챙겨 주시던 보살님, 눈짓으로 틀린 것 고쳐 주시던 법우님들, 유익했던 스님들의 강의, 심지어 혼내시던 스님들의 목소리까지 정겹게 느껴집니다.
며칠 동안 먹고 싶은 것들을 적은 쪽지, 화장실 갈 때두 줄 맞추어 5명씩 간 안행, 암자 순례, 인경 체험….
하나하나 나의 머리 속에 생생히 떠오르고 있다.
어젯밤부터 내리던 비는 나를 점점 더 감상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벅차오른 감동 속에 수계식을 마치고 나오니, 빗속에서 산 위로 피어오르던 운무, 희미한 여명, 그 때 그 느낌은 정말 말루 설명하기 힘든 느낌입니다.
이제 절에서의 마지막 공양시간이다. 정말 마직막인 것 아는데, 자꾸 스님들은 마지막이니 많이 먹으라고 하신다. 왠지 평소보다 더 작게 밥을 뜨고 있다. 괜히 서운함 마음에… 이제서야 바루공양이 익숙해졌는데…회향식을 할 때 이제 연습하지 않아도 우리는 잘 해내고 있었다.
입재식의 서투름은 언제 그랬냐는 듯, 회향식을 마치고 스님과의 인사 시간, 다들 서운한 마음에 엄숙해지고 있다. 어젯밤만 해도, 회향식만 끝나면 부리나케 절을 떠날 것 같던 나마저 두 눈물이 나려 한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온 나의 일상, 또 다시 바쁘게, 많은 말들을 하면서 살고 있지만, 스님 말씀대로 난 아직도 해인사의 새벽예불, 종소리, 법고 소리를 잊지 못하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또 다시 내년 수련회를 준비하는 듯하다.
어느새 짧았던 출가가 스며들어서 나에게 중독이 되어 버린 건 아닌지?4박 5일이란 시간 동안, 큰 깨달음을 얻은 것도, 그렇다고 갑자기 변화된 내가 된 것은 아니지만, 4박 5일의 시간은 늘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단비와 같이 꼭 필요한 시간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해인사가 금세 그리워질거라던,살면서 힘들 일이 생길 때마다 수련회를 생각하면서 이겨내라고 하시던 포교국장 스님의 말씀이 이제야 진정 실감이 난다.
이렇게 짧고도 긴 나의 출가는 끝이 났지만, 나의 오른쪽 팔에 연비의 흔적이 남은 것처럼, 살면서 내내 나의 맘속 깊은 곳에 해인사의 수련회의 흔적이 남을 것 같다. 그것도 아주 깊이… 아주 오래….

4박 5일 내내 하나라두 더 가르쳐 주시려던 습의사 스님들, 함께 힘들어 했던 도반들께 넘 감사하구요.
다들 뵙고 싶네요. 성불하세요.

나무 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