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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자리가 깨달음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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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김윤태 2002년 08월 246호
파랑새를 찾으러
도솔천에 갔더니

부처님의 말씀이
네 가정에 파랑새 있느니라.

바쁜 일상 중에서 막연히 생활하면서 나 자신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항상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무언가 잃어 버린 느낌을 갖고 살았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나를 찾는다는 그런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우연치 않게 6월 15일경에 인터넷을 뒤지다가 해인사 하계 수련대회의 “지금 이 자리가 깨달음의 현장이다”라는 제목을 보고 무작정 신청하였다.
그 이후 모든 일은 6월 말일까지 마무리짓기로 마음먹고 열심히 뛰어다녔다. 해인사 가기 이틀 전에 다른 급한 일이 생겨 마음의 혼란도 있었으나 기어이 가야 한다는 결심으로 밤을 세워 마무리했다. 너무 무리하게 뛰어다닌 까닭에 내 몸은 정상이 아니었다. 7월 1일 모든 일을 마무리짓고 해인사로 갈 준비가 완료되었다. 다음날, 해인사로 가는 내 걸음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구미에서 출발하여 성주를 거쳐 가야산 뒤쪽으로 넘어가는 길은 여름 장마로 구름이 많이 끼어 있었다. 수련회 내내 비가 오지 않을까 염려하는 내 마음에도 아랑곳없이 해인사는 눈 앞에 나타났다.
드디어 왔다.
11시 30분경에 도착하여 경내를 한 바퀴 돌고 12시가 조금 넘어 점심공양을 하러 갔더니….
“아차! 이런. 벌써 점심공양이 끝났네. 이게 아닌데…”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점심은 굶을 수밖에 없었다. 곧 접수가 시작되었다. 3조에 1번이다.
오리엔테이션을 하는데 이것은 완전히 군대식이다.
차수하라! 하심하라! 묵언하라! 시간엄수!
철저히 준수해야 하고 만약 하지 않을 시 퇴방 조치 한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래, 거꾸로 매달아 놓아도 국방부 시계는 돈다더라.
일단, 습의사 스님들과 큰스님들이 참석하신 가운데 입재식이 끝나고 사진 촬영을 하였다.
드디어… 왔다!
발! 우! 공! 양! 습! 의!
집에서 가만히 앉아 입만 갖고 가서 먹던 밥 버릇이 발우공양을 하는데 완전히 죽을 맛이다. 발우야 깨끗이 씻어 두었겠지만 모르고 밥풀 찌꺼기가 붙은 발우그릇을 손가락으로 깨끗이 씻어서 찌꺼기를 먹으려니 속에서 구역질이 나려고 했다.
차 열쇠만 있었다면 그냥 집으로 도망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스님들도 그렇게 항상 먹고 있고 오신 법우님들이 먹고 있는 장면을 보고 속을 눌렀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도 조금 먹고 나왔는데 점심은 굶었으니 발우공양이 체면 차릴 정도는 아니었다. 발우 공양이 끝나자 뒤도 돌아볼 시간도 없이 저녁예불이다. 습의할 시간도 없이 법당으로 올라갔다.
적당히 눈치껏 예불을 했다. 보경당에 다시 모이니 저녁 7시 반이 넘었다. 내일 아침에 할 예불을 습의하고 이것저것 배우고 하는 사이 좌선시간이다. 반가부좌를 하고 좌선을 하니 20분도 되지 않아 허리가 끊어져 나가는 것같이 아프다. 그렇게 첫날 밤은 왔다. 잠자리에 눕자마자 잠이 쏟아졌다. 새벽에 시계소리에 눈을 뜨니 3시였다. 15분까지 세안하고 마당에 모여 아침예불을 드리기 위해 대적광전으로 올라갔다. 벌써 스님들은 법당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스님들의 모습은 마치 하나의 목석조각인 듯이 미동도 하지 않았다.
드디어 아침예불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우렁찬 목소리의 예불이 시작되었다. 해인사에서 듣는 예불소리는 다른 사찰에서 듣는 예불소리와는 달랐다. 우렁찬 목소리와 힘있고 강도 있는 행동 등은 처음 아침예불을 보는 나에게는 감동 그 자체였다.
대적광전에서의 산중대중 전체 아침예불을 마치고 우리가 묵은 보경당에서 수련생들만의 예불이 시작 되었다. 그리고 108배….
간혹 아내와 함께 절을 찾을 때면 반드시 하는 108배였기에 별로 어렵지 않게 하리라 생각하였었다. 하지만 아침예불과 함께 하는 108배가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았다. 절을 하는 동안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처음에는 ‘무엇하려고 왔던가’하는 생각부터 났다. 하지만 이 정도로 포기 할 것 같으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라면서 참았다.
그렇게 시작된 하루가 습의사 스님들의 엄중한 엄포 속에서 잘도 흘러갔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차수하세요, 안행雁行(기러기가 날아갈 때처럼 줄지어 가는 것)하세요, 묵언하세요,
시간엄수, 하심”을 외치고 감시하는 스님들의 엄포에 바짝 긴장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몰랐다. 그렇게 지난 하루가 다음날 또, 다시 똑같이 시작되었다. 아침예불과 108배, 그리고 좌선, 암자순례, 특강 등….
특히, 강원의 진원 강사 스님께서 “자기를 찾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란 말씀은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정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팔만대장경의 법문이 3가지로 요약된다는데 더욱 놀라웠다.
1. 나는 누구인가?
2.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3. 나는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지금까지의 불교라면 어렵고 엄중하고 아주 깊은 철학적인 심연의 그 무엇을 찾는 종교라고 믿고 있었는데….
진원 스님은 기도를 위한 세 가지 조건을 말씀하셨다.
1. 훌륭한 스승을 만나야 한다.
2. 좋은 도반이 있어야 한다.
3. 좋은 도량을 만나야 한다.
또 하신 말씀 중에서 ‘훌륭한 스승은 자신을 낮추는 겸손하고 겸허한 마음이 훌륭한 스승’이란 것과 ‘내 가족보다 훌륭한 도반은 없다. 그리고 훌륭한 도량은 내 가정이다. 내 몸이 법당이고, 내 몸이 지옥이다’란 말씀과 ‘자신이 아는 만큼 살아지지 않는 것이 괴로움이고, 아는 만큼 사는 것이 즐거움’이란 말씀 가슴 깊이 간직하고 또 간직했다.
4박 5일의 수련기간이 내게 있어서 불교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주었고, 내 삶에 깊은 감동으로 남아있다.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법우님들께 감사드리고 스님들과 행사를 도와 주시는 자원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린다. 산사를 내려오는 내게 해인사의 수련기간은 짧은 출가 긴 그리움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