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 ‘해인사’ 브랜드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죽비의 소리 - 관암 2002년 08월 246호
가야산등 뻗어내려 선주형 십승지에 흰 구름 한가롭고, 홍류동천(龍沼)에 청산이 내려앉아 사계가 신비한 곳. 천혜의 자연 경관과 더불어 1200년 세월 동안 철마다 수백 명의 청산과 백운이 오고 가며 부처님의 혜명을 잇고, 도량을 일구며, 청정·원융의 승가정신을 구현해온 해인사!여기에 나라와 백성을 구하기 위해 팔만 사천 부처님의 가르침을 1자 3배의 정성으로 각刻하여 무려 81,340판을 이룬 호국의 상징체요, 법보신앙의 결정체인 팔만대장경판을 모셨으니, 인연 닿은 사부대중은 기대와 환희심으로 참배하고, 신심과 긍지로써 회향하여, 모든 수행자들의 고향이 되어 버린 도량道場다운 도량 해인사! 해인사는 가히 산술적인 가치로 따질 수 없는 무가보無價寶인 셈이다.
이러한 무가보 해인사를 일구어온 텃밭이자 지탱하는 기둥은 눈에 보이는 천혜의 자연 경관과 우람한 당우堂宇, 수많은 문화재만이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도량에서 정진하며 살다간 수행자들이 뿌려 놓은 빛과 향기가 무가보 ‘해인사’ 브랜드의 골격이며 이것은 청정·원융 살림과 활달 자재한 수행정신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오염되지 않은 자연 환경과 문화재 그리고 청정·원융 살림과 살아 있는 수행정신이라는 내·외적인 해인사의 무가보 브랜드는 오랜 세월 속에서 하나하나 쌓아지고 각인되어 이루어진 것으로 하루아침에 누구 한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그리하여 유구한 해인사에 잠시 인연되어 둥지를 틀고 정진하는 모든 대중은 이 도량과 인연됨이 복된 일이며 긍지를 가질 수도 있는 일이지만, 수행환경과 정신을 보존하고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무와 책임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임을 보는 스님들은 종책과 불사를 일으키고 시행함에 공의公議와 투명성을 절대적 덕목으로 실천하여 자신의 원력을 내보인 자리의 그림자가 아름다워야 할 것이며, 그야말로 뜬구름처럼 흘러왔다 떠나는 납자들도 용맹정진으로 살아 있는 승가정신을 구현하고 체득하는 장場으로서의 인연이어야 할 것이다.
해인사의 수행풍토와 이미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부정적인 이야기가 오갈 때마다, ‘변해야 산다’느니, ‘앞으로는 자연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면서, 달라진 세상의 흐름에 모든 것을 합리화시켜 가는 것은 영 개운하지 않다. 세상이 탁해지고 물질 앞에 올곧은 정신이 바보 취급 받는 시대라 하여 홍류동 계곡이 흐려지고 오염됨이 합리화될 수 없듯이, 해인사의 근본 정신인 청정·원융의 살림살이와 수행정신은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더욱 지켜가고 빛나야 할 것이다. 이것은 해인사가 해인사답게 존재하는 유일한 근본이기도 하다.
1200년이라는 장구한 역사 속에서 잉태해온 무가보 해인사 브랜드!무슨 일로 인해서 빛나고 훼손되는지는 오늘날 이 도량과 인연되어 사는 대중 개개인의 발자국과 향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