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들 환경의식 매우 높고 정부 개발사업 재고해야 95% -불자 환경인식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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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2002년 07월 245호
‘경제발전 속도를 늦추더라도 환경문제를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환경문제 개선은 중장기적으로 경제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다.’‘환경 오염은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중대한 범죄로 다루어져야 한다.’‘개발에 의한 혜택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싶다.’‘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환경친화적인 상품을 구입할 용의가 있다.’환경 의식을 알아보기 위한 제시어들이다. 불자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불자들의 환경 인식과 환경 보전 활동에 대한 설문조사’의 결과가 나왔다. 설문조사는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20일까지 조계종 소속의 불자 776명(비구 62, 비구니 209, 우바이 191, 우바새 217, 신분 무응답 97)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구조화된 설문지로 전국 단위의 환경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조계종 환경위원회가 불교환경연대에 의뢰한 ‘불교환경 의제 개발을 위한 실태조사’의 일환으로 실시한 것으로 중앙승가대 학교 불교사회과학연구소에서 설문지를 작성하고 결과를 분석했다. 신뢰구간 95%, 오차범위 ±3.5.
최근 몇 년 사이,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우리 불교계는 곳곳에서 수행환경 침해로 고통을 겪고 있다. 지금도 북한산 국립공원 관통도로 건설과 천성산과 금정산을 터널로 뚫고 지나가는 경부고속철도 건설로 30여 사찰의 스님과 신도들이 본분사를 뒤로 하고 산지킴이로 나서고 있다. 이러한 때 불자들의 환경 의식을 알아보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돼 더 큰 관심을 모았다.
불자들의 환경일반에 대한 의식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위에 언급한 네 가지 제시어에 대해 90% 이상의 불자들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몇 년 사이 발생한 수행환경 침해 경험이 개발로 인한 환경의 훼손보다는 자연환경과 수행환경의 보전이 더 우선한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환경 문제가 심각하냐는 질문에 대체로 심각하다는 응답(41.1%)보다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55.2%로 더 많게 나타난 것은 자연스런 결과이다.
불교에 관한 환경 의식도 매우 높았다. 다음과 같은 제시어를 주고 공감의 정도를 물었다.
‘환경문제와 관련한 영향성 검토와 바람직한 불사문화 정착을 위하여 종단 차원의 가칭 ‘불사심의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찰 환경의 보호를 위해 주변 개발은 억제되어야 한다.’ ‘환경문제와 사찰의 종교의식 관행이 대립될 때 환경을 우선시한다.’ 이에 대해 각각 89.6%, 95.6%, 92.6%의 불자들이 다소 공감 또는 매우 공감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법랍 20년 이상의 스님과, 스님 중에서는 비구니스님들에서 공감도가 높았다.
불자들의 95.2%는 또 사찰환경을 위협하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개발사업은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의 사찰환경 침해 사례가 주로 정부에 의한 개발 사업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개발정책에 의해 사찰이 큰 피해를 입고 있으며, 이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불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93.7%)고 답했다.
이를 토대로 불교에 관한 환경 의식을 요약하면, “사찰환경을 위협하는 개발사업은 재검토해야 하며, 가칭 ‘불사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환경을 고려한 불사를 해야 하며,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불교의 관행은 개선해야 한다”로 정리된다.
불자들은 건축불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각종 불사가 많이 시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78.0%가 공감을 표시했다. 그 동안 교계 안팎에서 건축불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문화재 관람료와 국립공원 입장료의 합동징수에 대한 민원 제기, 사찰환경 침해에 대한 대응을 불교의 이기주의로 보는 시각의 원인을 따져들면 환경을 고려하지 않거나 대형화한 건축불사에 닿아 있다. 그럼에도 교계에서는 불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소수의 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6·25전쟁 때 파괴된 전각을 복원하는 것이며, 문제가 되는 곳은 일부의 사찰이라고 응수했다. 그러나 이번의 설문조사를 통해 불자들 스스로가 불사에 대해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측면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어, 더 많은 비난에 직면하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
불교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급한 과제는 무엇일까? 예시문을 주고 복수 응답하도록 했는데, 수행환경을 지키기 위한 법의 제·개정 노력(44.5%), 환경친화적 국가정책 수립을 위한 활동(36.0%), 환경 프로그램의 개발·보급(27.7%), 수행환경 훼손에 대응하는 기구의 강화(26.8%), 환경단체 지원 및 협력 강화(25.2%) 등의 순서로 과제를 꼽았다. 법의 제·개정을 첫 번째 과제로 지적한 것을 보면, 사찰의 환경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의 정부의 개발사업에 의한 사찰환경 침해 사례를 보면, 과거와 달리 거의 적법한 절차를 거치고 있다. 그러나 법이 사찰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발생된다. 특히 소음의 경우, 일반주택가의 소음 규제치를 사찰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사찰이 수행공간이라는 점은 철저히 무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불자들은 사찰의 생태·문화·수행 환경을 해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도로, 댐, 위락시설 등을 세우는 개발사업(67.3%)과 물질주의적 가치관에 있다(16.5%)고 보면서도 문제 해결의 주체를 신도(23.2%)와 종단(20.3%)이 되어야 한다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해결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응답은 19.5%로 나타났다.
정부에 대한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것은 주목되는 부분이다. 원인은 다음의 몇 가지로 추측된다. 정부는 여전히 환경의 보전보다는 개발논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50%에 머물고 있어 앞으로도 개발에 의해 세수 확장을 늘려갈 것이다. 실업률 상승, 경기 하강을 반전시키기 위해 효과가 가장 빠른 개발사업을 정부는 선택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과 개발사업자는 정치자금과 이익 보장이라는 커넥션으로 엮여 있다.
이러한 이유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높게 평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종단에 대한 기대치가 정부의 그것보다 높게 나타났으나, 그 동안 발생했던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교계의 환경단체가 가장 많이 노력하고 있으며(84.3%), 교계 환경단체의 활동성과가 가장 높은 것으로 인식하고(63.7%)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종단이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심혈을 기울이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에서 10대의 환경 의식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는 것은 의외의 결과이다.
이 글의 맨 앞에 서술한 제시어에 대해 10대들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평균 10%포인트나 낮은 공감도를 나타냈다. 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환경친화적인 상품을 구입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10대들의 17.9%만이 매우 공감한다고 밝혔는데, 다른 연령대의 ‘매우 공감’ 응답률 42.6%~56.9%보다 30%포인트 가까이 낮았다. 환경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률도 39.5%로 30대의 67.0%와 큰 차이를 보였다. 이에 대한 원인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도시화로 인해 10대들이 자연환경과 친숙해지는 경험이 다른 연령대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