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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도 운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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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대 - 무성 2002년 07월 245호
올해로 해인사는 개산 1200년을 맞이한다. 해인사의 역사는 곧 한국불교의 역사다. 한국불교 전통의 맥을 잇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매년 거행되는 단오체육대회는 44회라는 적은 숫자에 불과하지만 사람으로 따지면 불혹을 훌쩍 넘겼고, 이젠 해인사의 새로운 전통이라고 이름을 매겨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중국 소림사의 달마대사가 산적과 짐승들의 습격에 스님들은 자기몸의 보호와 삼보정재의 수호를 위해 그 유명한 《달마역근경》을 가르쳤다면 대한민국 법보종찰 해인사는 산불진화와 가람수호를 위한 체력단련과 대중화합을 위해 축구와 단오체육대회를 영암 큰스님께서 만드셨다.
아! 이는 소승적 개인수행이 아닌 대승적인 대중화합이요, 중생회향이 아닐 수 없다.
하안거 시작 후 무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치문·사집반 스님들은 운동장 운력으로 얼굴은 까맣게 탔고 그 결실로 44회째 맞는 단오체육대회를 무사히 회향할 수 있었다.
개회식 당일 강주 스님의 훈화 말씀 중 오늘 하루 잠시 경상經床을 접어 두고 운동장을 큰 경상으로 삼아 공부하라는 말씀처럼 우린 상하上下 반이 화합하고, 동문선배 스님과 재가 신자분들과 화합하여 같이 뛰고 웃으며 경전에선 배울 수 없었던 산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요즘에 월드컵 때문에 축구 아나운서와 해설자들이 재치있는 중계와 해설로 큰 인기를 누르고 있는데, 여기 대 해인사에서 체육대회를 여는데 그런 명아나운서와 해설자가 없을소냐!
치문반 도원 스님과 홍제 스님의 운동장 현지 중계는 체육대회 내내 참여 동참한 대중들을 즐겁게 하였다.(동아일보 2002. 6. 21자 참고) 아마 두 스님은 그 때 혀에 땀띠가 나지 않았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잠시도 쉬지 않고 해설하는데 전직이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조금만 공을 못 차면 바로 날아오는 독설과 해설 음… 난 발우 습의사인 관계로 치문반 스님들에게 경책을 좀 내렸는데 그 날 난 그들의 명 해설에 완전히 스타가 되었다. 오죽하면 나도 모르는 신도님들이 날 알아볼 정도로 말이다.
사실 체육대회의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축구 결승이다. 아쉽게도 우리 반은 예선 탈락을 했지만 최고의 관심사는 과연 어느 반이 영예의 우승컵을 쥐느냐였다.
패기의 사교반 대 노련미와 관록의 작년도 우승반인 대교반. 그 박빙의 승부는 사교반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일반인이 생각하기에 스님들이 축구를 한다고 하면 ‘설마’라고 할거고, 아니면 “아! 그래 영화에서 봤어. 티벳스님들 영화 ‘컵’ 말야.” 할거다. 그렇지만 그건 잘 모르는 말씀이다. 스님들만큼 축구를 사랑하고, 즐기는 단체도 드물 거다.
전통인지는 몰라도 해인사 강원 스님들의 축구 열정은 정말 남다르다. 붉은 악마응원단도 탈색돼 도망갈 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단오체육대회는 마쳤지만 우리들의 축구운력은 계속된다. 월드컵만큼 의미있는 단오 축구 결승을 위해 우리는 내일도 또 뛸 거다. 그렇다고 우리가 학인의 본분사를 결코 잊지는 않는다. 그건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기회가 된다면 타종교인들과의 친선 경기도 한번 치러 봤으면 한다. 종교간의 높은 벽을 축구라는 방편의 힘으로 허물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건 없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