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삼릉골 꼭대기 상사바위에서 선방골로 내려가는 능선 길은 등산객들의 왕래가 잦은 곳 입니다.
그 능선 위쪽 길가에 근래 발견된 부처님이 한 분 서 있습니다.
상호나, 수인이 분명치 못해서 아직 존명도 밝혀내지 못한 채, 선방골 여래입상으로 불리우고 있는 이 부처님은 서북향을 하고 있어 여름 오후에만 설핏하니 해가 비칩니다.
부처님은 그 때만 살짝 모습을 드러낼 뿐, 여느 때에는 그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 때문인지 이 부처님은 오랜 세월 잊혀져 있다가 7, 8년 전인가 학계에 보고됨으로써 그 존재가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남산에는 북향하고 있는 불상들이 제법 있습니다.
부처바위 북면 여래, 오산골 마애불, 칠불암 사방불 북면 여래, 남산동 서탑이나 창림사터 3층탑의 기단부 북면 팔부중 등등.
그렇게 북향하고 있는 불상들에도 어김없이 해가 듭니다.
부처바위 북면에는 여름 아침에, 남산리 서탑의 북면에는 여름 오후에, 그리고 창림사터 3층탑의 북면 팔부중에는 여름 아침에 해가 듭니다.
이들 북향한 불상들에 해가 드는 것은, 바위 면이 위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 있다든가, 정북 방향에서 동쪽이나 서쪽으로 약간 틀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나그네는, 북향하고 있는 불상들에도 해가 들도록 배려한 것은 신라 사람들의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해가 비쳐야만 부처님의 모습, 특히 상호가 살아나기 때문입니다.
햇빛으로 살아난 부처님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하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그 모습에 빨려들면서 모르는 사이 우리 자신을 잊게 되고, 이윽고는 거룩한 어떤 것이 눈앞에 가득하게 됨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 망아忘我의 순간은 이미 천년 전에 예비되어 있었다는 것이, 선방골 능선의 이름 모를 부처님 앞에 선 나그네의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