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성보박물관 개장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근래에 통도사를 비롯하여 몇몇 사찰에 박물관이 들어섰다. 고찰의 예스러움을 겉에 머무르지 않고 내용을 갖추고 일반인들에게 알려주는 일은 퍽 고무적이다. 해인사가 한국 불교에 있어서 차지하는 위상을 생각할 때 늦은감이 없지 않다.
어렸을 적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역사적 이해가 부족한 나로서는 그 느낌이 별로 다가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관찰이 이내 지루해지며 싫증이 났었던 것 같다. 다만 역사적으로 오래 된 것만을 가치있고 소중한 것으로 여겼을 뿐이다. 그 시절 역사는 유리관 안에서 이집트의 미이라처럼 잠들어 있었다.
최근에 박물관의 개념이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제주에 국립제주박물관이 생겨 도민의 한 사람으로 의무방어전을 치르러 방문한 적이 있다. 일년여에 거쳐 교육을 받은 봉사자들의 자세한 안내를 받았는데 두 시간이 어느새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박물관은 마치 전시장 또는 어린아이 놀이터 같았다. 그 곳에서는 일년에 서너 차례의 특별전시와 동영상을 통해 동아시아와 제주의 역사를 이해하기 쉽게 전시해서 일반인들의 감상을 도와 방문객의 수준을 자연스럽게 높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함께 방문한 가족들을 위해 원시시대의 생활체험 공간을 마련하여 놀이도 함께 곁들여지고 있었다.
머지않아 제주에는 돌박물관, 동·식물 박물관, 예술인촌에서 운영하는 박물관 등이 들어설 것이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은 국제자유도시라는 제주의 이미지에 맞추어 제주의 정체성을 찾고 제주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보편적 지향은 자기자신을 망각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분명한 인식에서 세계와의 대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해인사의 성보박물관은 해인사를 알리는 단순한 공시적空時的 전시공간이 아닌 세계의 정신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 목판’을 특화特化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현대인들의 삶은 물질문명의 이전투구로부터 벗어나야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인정을 하면서도,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경쟁에서 이겨야 하기에, 자신의 진정 바라는 삶과 는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그런 그들이 해인사를 다녀가면 자애스럽고 따뜻한 부처님의 말씀이 마음에 살아 났으면 한다. 법보전의 그늘에 모든 이들의 마음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한다.□
오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