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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대중의 원력 모은 성보불사의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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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김미경 2002년 07월 245호
찌르륵찌르륵, 따따따딱. 고요한 절간의 아침을 깨우는 화음은 뭇 산새들의 지저귐 소리이다. 솔밭 주차장 나뭇가지 위에는 쪼르륵 폴짝폴짝 가지를 타고 오르내리는 청설모 한 마리가 들고 나는 이들을 반긴다.
대전서는 태극전사들이 강호 이탈리아를 맞아 월드컵 결선 8강을 놓고 한판 일전을 펼치는 날이다. 그래서인가 어느 때보다 호젓한 절간의 한낮이 고요하기만 하다. 가까이 울산이 있고 부산이 있어 월드컵 참관 외국인들의 발길이 잦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사찰과 박물관을 찾는 내국인의 발길마저 어느 때보다 한산하다. 한껏 준비했던 전통문화체험 행사도 템플스테이에 대한 기대도 한풀 꺾여 버렸지만 월드컵에 대한 온 국민의 기대와 염원은 결국 4강까지 진출하는 또하나의 축구신화가 창조되었다.
이렇게 한산한 시간 박물관의 유물정리실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수장고에서 통도사 등록을 기다리고 있는 유물들을 꺼내어 놓고 저마다 번호를 매기고 이름표를 단다. 또한 각각의 규격을 재고 유물을 분석하여 그 특징을 한 점 한 점 컴퓨터에 입력한 후 다시 등록 순서대로 수장고에 격납시키는 작업들이 분주하게 이루어진다. “아차!”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유물의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도자류나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 같은 직물류에서부터 금속류, 그 무게만도 엄청난 석조류나 경판, 크고 화려한 불화나 법구류들에 이르기까지 한치라도 오차가 생겨서도 소홀히 다룰 수도 없는 성보들이 줄지어 순서를 기다린다.
혹자는 박물관에서 할 일이 뭐가 있느냐,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신선 같은 놀음이니 얼마나 좋으냐며 은근한 시샘아닌 시샘의 눈길을 보낸다. 단순히 박물관의 참관을 위해 오는 이들 눈에 비쳐지는 학예연구원들의 생활이 유유자적하는 삶쯤으로 보여지는 것도, 깔끔하게 단장된 전시공간이나 쾌적한 산사의 환경 때문일 것이다. 참관인들의 눈에 보이는 전시실이야말로 일반인을 위한 공간으로서 쾌적한 곳이어야 하지만, 그 유물 한 점 한 점의 전시를 위해 밤잠 설치는 작업 과정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양새 나는 전시실의 환경과는 달리 아래 유물실이나 전산실의 사정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불교미술사를 공부한 전공자들이 다양한 성보 유물들의 성격을 파악하고 분류하며 어느 것은 켜켜이 묵은 먼지를 털고 습기를 제거해야 하고, 때론 무거운 유물박스를 들고 층층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등록 작업을 준비하는 등 그야말로 세밀한 작업에서부터 막노동까지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 작업과정이나 박물관 제반 업무들은 매일같이 반복되지만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과정이 신선놀음이겠는가. 한결같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만 하는 업무의 연속인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국가문화유산 종합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하는 문화관광부의 지원 하에 소장 유물 가운데 4,000여 점의 유물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였다. 이중 10%인 400여 점을 박물관 홈페이지에 올려 일반인이 언제라도 검색하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표준유물 정보시스템화 작업을 일궈냈으며, 작업 내용에 있어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아 냈다. 이것은 사찰박물관으로서는 첫 작업으로 정보화 작업시스템을 갖춘 국내 유수의 국·공립박물관 못잖은 내실있는 소장 유물의 정보화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 또한 통도사 성보박물관에 대한 많은 이들의 관심과 애정의 결과이며 운영자의 원력에 의한 역사적인 불사佛事에 다름 아닌 것이다. 다른 한편 소장 유물의 정보서비스는 곧 대중일반으로 나아가는 불교문화의 회향 작업이라는 점에서 그 책무가 막중함을 느낀다.
박물관에서 유물의 정리 및 등록 작업 못잖게 중요한 것이 또한 전시기획이다. 다가오는 가을 특별전을 위해 전시팀은 지난해부터 전시 준비에 박차를 가하며 여념이 없다. 전시 유물의 조사에서 수집, 고증 및 도록 발간에 따른 해설까지 팀웍을 이루며 순차적으로 진행시키고 있다. 이처럼 하나의 특별전이 이뤄지기 위해서 조사 수집과 연구, 진행으로 밤잠을 설쳐야 하는 준비과정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흔히 박물관의 기능과 역할에 있어서 학예연구원은 전문인력으로서 꽃이라고 말하지만, 박물관의 학예직들이야말로 만능이 되어야 하는 것임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현재 전국 각지의 사찰에서 운영중이거나 건립중인 박물관 또는 유물전시관은 모두 30여 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전문인력을 확보한 곳은 10여 곳이 채 되지 않는다. 5명의 학예직을 갖춘 통도사를 비롯하여 직지사, 송광사, 월정사 박물관이 각각 2~3명을 선암사, 수덕사, 쌍계사, 도갑사, 금산사 등은 1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예산과 전문 인력의 부족 등 총체적인 문제점으로 운영이 원활하지 못하다. 그나마 속속 건립되고 있는 사찰박물관의 경우 제대로 시설을 갖추지 못한 곳이 허다하고 문을 열었더라도 전기료 등 막대한 운영비에 아예 시설을 가동하지 않아 제구실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박물관 건축비용의 예산 책정과 박물관 건립과 운영의 중요성 및 당위성에 대한 인식부족과 전문가들이 배제된 건축행위, 박물관 시설로서는 불충분하거나 부적합한 시설 등은 설립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단 우여곡절 끝에 건립된 사찰박물관일지라도 운영에 힘을 실어 줄 만한 인물이 없고 유물을 제대로 관리 연구할 전문인력의 확보나 양성, 안정적인 운영 예산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결국 제구실을 못하고 유야무야되는 유물창고 역할에 머물고 말 뿐이다.
사찰박물관은 일반 박물관과 달리 신앙과 예배의 대상인 종교의 산물로서 다양한 형태의 유물들이 산재해 있다. 또한 어느 사찰박물관이건 유사한 종류의 유물들을 대할 수 있다. 보다 내실있고 특성화된 박물관의 기능과 역할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일종의 잡화점식 종합박물관 형태의 운영을 지양하고 전문박물관을 표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통도사 성보박물관의 경우 불화전문박물관을 표방하였다. 현재 소장하고 있는 불화가 500여 점에 이르며, 그 외의 유물까지 몇 만 점에 이른다. 사찰박물관으로서는 매우 다양한 유물과 내실있는 규모를 갖추고 있는 편이다. 이들 유물을 모두 전산화하여 정보서비스 하기에는 인력과 예산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예산 타령만 하면서 손 놓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최근 절마다 경쟁하듯 큰 불사들을 많이 한다. 동양 최대, 국내 최초에 불을 켠다. 대불 조성만 불사가 아니고 전각 건립만이 불사가 아니다. 수많은 고초와 풍파 속에서 그 명맥을 잃지 않고 오늘날 전해지고 있는 불보살상이나 후불탱화, 역대 조사들의 손때 묻은 경전과 법구들이 썩고 있고 좀먹어 가고 있다. 이를 제대로 보존하고 관리하며 이를 일반대중에게 서비스하는 일은 더 큰 공덕이 아닐 수 없으며, 이를 위한 지원이 바로 진정한 불사인 것이다. 이제 유물 한 점 한 점의 보존과 관리, 정보화 작업으로서 전국의 성보문화재를 대중서비스 할 수 있는 동참시주금을 모으자. 그것이 바로 이 땅 오늘을 사는 불자들이 해야 할일이 아닌가. 언제까지 턱없이 부족한 정부 예산만을 기다릴 것인가. 사부대중의 원력을 모으는 일이 꿈이 아님을 실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