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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꿈에서 깨어난 성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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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향적 2002년 07월 245호
오랜 시간을 두고 노력을 기울인 해인사 성보박물관이 개관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천여년 이상을 이어져 내려온 해인사의 법등을 헤아려 볼 때 벌써 있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지만 성보박물관의 개관은 해인사에 새로운 활력을 줄 또 다른 원동력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박물관이라고 하는 Museum의 어원은 그리스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이는 ‘음악의 아홉 여신의 자리’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 뜻을 새겨보자면 진정한 박물관이란 사원寺院이 아닌가 합니다. 박물관이 지난 역사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또한 전통에 새로운 시각을 부여한다는 관점으로 본다면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우리 해인사 자체가 박물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위에서 ‘음악의 아홉 여신’을 이야기했듯이 박물관이 가지는 기능은 참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박물관은 소장된 유물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전시하는 기능 이외에도 소장 유물을 중심으로 한 연구, 조사 활동이 여기에 아주 중요한 역할로 더해집니다. 또한 박물관은 사회 교육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됩니다. 앞으로 해인사 박물관 역시 이러한 현대 박물관의 여러 가지 기능에 걸맞는 활동을 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해인사는 팔만대장경이라는 세계문화유산이 봉안되어 있는 중요한 곳입니다. 그렇기때문에 국내외의 많은 관심과 기대를 짊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 박물관은 이를 계기로 팔만대장경에 대한 연구와 보존에 앞장서는 한편 국내외에 흩어져 제대로 보존되지 못하고 있는 경판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데 노력하고자 합니다.
고려 팔만대장경 이외에도 선조들은 끝없는 불심으로 말미암아 많은 경판을 판각하여, 경전을 간행하여 왔습니다. 우리 박물관은 이러한 목판과 서지학적인 연구를 진행해 가면서 경판의 발전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더 나아가 전 세계 불교국에서 제작된 경전과 판경을 수집하고 이운하여 비교할 수 있는 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다면 그것도 21세기 인쇄문화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물관의 역할이 전시에만 있는 것이 아니듯 고려대장경과 불교 인쇄문화에 대한 폭넓은 연구를 지원하여 정기적인 학술세미나 개최도 계획 중에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 박물관의 활동은 국내 침체되어 있는 서지학 연구에 기폭제가 될 수 있음과 동시에 과거 인쇄문화를 선도해온 우리 불교의 역할을 새롭게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박물관의 역할에 있어 또 중요한 것 한 가지는 바로 교육활동에 있습니다. 사회를 교화하고 교육을 담당한다는 입장에서 볼 때 종교의 역할과 박물관의 역할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됩니다. 박물관은 교화적인 측면보다는 오히려 사회교육적 측면이 강조되는 곳입니다만, 사찰의 성보박물관이야말로 교화와 교육을 모두 담당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는 이점이 있습니다.
가야산 홍류동 계곡의 맑은 물과 푸른 소나무들을 보면 누구라도 그 마음은 모두 자연과 동화되고자 하는 그런 순수함으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자연과 부처님의 사상이라고 하는 좋은 바탕 위에서 배울 수 있는 우리의 전통과 역사는 세속의 박물관과는 분명히 차별 화된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물관은 기본적으로 전시를 통해서 관람자들
을 교육합니다만, 이외에도 여타의 시간을 할애한 박물관 교육 활동을 통해 사회 교육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제 많은 불자들이 불심만으로 사찰을 드나드는 단순한 신행활동에서 벗어나 우리 절의 역사와 그 안에 담긴 전통과 의미를 배운다면 신행 생활이 더욱 풍부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또한 우리 박물관 교육의 역할은 불자들을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종교와 지역을 막론하고 해인사를 드나드는 모든 사람들이 해인사의 역사를 통해 한국불교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또한 박물관 교육의 한 역할일 것입니다.
이제 천년의 잠에서 깨어난 해인사의 역사와 전통들이 보다 가까이 중생들 곁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5년이라는 대역사의 현장에는 중앙정부와 경상남도의 행정과 예산지원이라는 없어서는 안 될 수고가 함께 했으며 3대에 걸친 주지 스님들과 현 주지 스님이신 세민스님의 원력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밑받침이었습니다. 해인사 성보박물관이 개관하기까지 앞에서 혹은 뒤에서 도와주신 분들은 너무도 많습니다. 이 분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감사의 뜻을 전해야 하지만 짧은 지면에 이를 모두 소개하지 못하는 아쉬움과 죄송한 마음이 앞섭니다. 이 모든 분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는 앞으로 박물관을 잘 운영해 나가고자 하는 제 양 어깨의 짐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현대사회에 있어 박물관의 역할은 점점 확대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나가고 있습니다. 외국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는 아직도 박물관의 걸음마 단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역사도 짧고, 박물관의 숫자 역시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차제에 해인사 박물관 같은 사찰박물관들이 늘어나 사회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박물관의 건립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발전시키고, 관리해 나가야 하는가 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관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해인사 성보박물관 역시 해인사라고 하는 하나의 사찰 내의 중요한 소임처 중에 하나이므로 우리 성보박물관의 활동이 현대 사찰의 창조적 전형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