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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와 고인쇄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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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의 방 - 김종벽 2002년 07월 245호
해인님!
제가 청주 고인쇄박물관 관장으로 부임한 지도 어언 3년이 훌쩍 지났나 봅니다. 1999년 처음 박물관장직을 맡았을 때 저희 박물관은 건평 450평의 작은 박물관으로 한켠에서 증축공사를 시작하여 어수선한 때였습니다.

해인님!
오늘은 저희 박물관과 《불조직지심체요절佛祖直指心體要節》(이하 《직지》)에 대해 이야기를 좀 드릴까 합니다.
1992년 3월에 《직지》를 중심으로 한 우리의 고인쇄문화를 널리 알리고, 일찍이 금속활자로 책을 만든 훌륭하신 조상들의 얼을 후대에 계승, 발전시키고자 《직지》를 인쇄한 옛 흥덕사터에 저희 박물관이 건립되어 금년에 열 돌이 되었습니다.

해인님!
제가 참 운이 좋은 사람인가 봅니다.
박물관장으로 부임하여 초라하기까지 하였던 작은 박물관을 1,500평 규모의 면모를 갖춘 박물관으로 증축, 개관하였습니다. ‘2000청주인쇄출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치러 냈으며, 유네스코의 제5차 세계기록유산자문회의를 청주에 유치하여 개최하였습니다. 그리고 독일의 구텐베르크박물관 중국의 북경인쇄박물관과 결연 협약을 맺어 정보와 자료를 교환하고 교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의 《직지》가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성과를 거두게 되었으니 제가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가요?그리고 재임 3여 년 동안 국제학술회의 2회와 국내학술회의를 1회 개최하였고 연례적으로 연구집 발간, 고인쇄문화 국내·외 순회전시, 문화학교 운영, 특별전 개최 등 많은 사업을 추진하였으며 그 결과 작년에 문화관광부가 주관하는 전국문화기반시설 운영 평가에서 저희 박물관이 전국 272개 도서관과 박물관 중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직지》 덕분으로 생각됩니다. 어쩌면 《직지》를 편찬하신 백운 화상의 도우심인가요? 아니 부처님이 베풀어 주신 자비심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인님!
《직지》는 이세상에 세 번 태어났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처음 1377년 청주의 흥덕사에서 인쇄해 냈을 때 첫 번째 태어났고, 1972년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근무하시는 박병선 박사께서 ‘책의 해’기념 책전시회에 《직지》를 전시하고 한국의 청주에 있는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된 현재 남아있는 책 중 가장 오래 된 책이라고 발표하신 것이 두 번째 태어남이구요. 그리고 2001년 9월에 《직지》가 그 역사적 사실과 중요성을 공인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이 세 번째 태어난 것이라 생각합니다.

해인님!
재미있는 것은 저희 고인쇄박물관도 세 번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1985년 그동안 모르고 있던 흥덕사터가 택지공사중에 우연히 흥덕사 명문이 새겨진 유물이 출토되어 발굴, 확인됨에 따라 1990년 7월에 흥덕사지 관리사무소가 설치된 것이 첫 번째 탄생이요, 1992년 7월에 고 인쇄박물관으로 개관한 것이 두 번째 탄생이며, 2000년 6월에 증축 재개관한 것이 세 번째 탄생인 것입니다. 저도 3대째 관장이구요.

해인님!
안타깝게도 《직지》는 현재 하下권 단 한 권만이 남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저희 박물관은 청주의 시민단체들과 함께 국내에 남아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또 다른《직지》를 찾으려고 많은 노력을 해 왔습니다. 기왕에 한 권이 나타나려면 상上권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으로요.
그러나 아직 《직지》는 찾지 못했지만 흥덕사의 《직지》를 인쇄한 활자와 똑같은 활자로 인쇄한 《자비도량참법집해慈悲道場懺法集解》를 찾아냈으며, 1305년 청주의 원흥사에서 목판으로 인쇄한 《금강경》을 찾아 소장하는 성과도 올렸습니다.
《직지》에 관련된 제보나 정보가 입수되면 즉시 전국 어느 곳이든 달려가 확인을 하고 있습니다.
‘직지찾기 전국 사이클 대회’도 3년째 개최하고 있답니다. 《직지》 오페라도 만들어 공연하구요. 《직지》 홍보 어린이 태권도 시범단도 창단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 무술인 태권도와 《직지》의 만남인 셈이지요.
지역대학생들의 《직지》 찾기 국토대장정행사도 하였습니다. 청주의 대표적 민속주인 대추술병을 《직지》 책모양으로 제작하여 《직지》 찾기 홍보를 하기도 하고, 택시의 문에도 《직지》 찾기 스티커를 부착하여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청주의 많은 기업체들이 생산제품의 포장지에 《직지》 찾기 안내문을 넣어 홍보에 참여하고 있으며, 각 시민단체에서 연례적으로 ‘직지찾기’에 관련된 많은 행사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청주시민들은 《직지》가 청주에서 간행되었다는 것에 큰 자긍심을 가지고 있으며 《직지》를 사랑하고, 《직지》를 자랑하고, 《직지》의 정신으로 청주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억척스러움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런 청주시민들의 《직지》에 대한 애정이 《직지》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시키고, 저희 박물관을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직지》 찾기 사업은 시민정신운동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아갈 것입니다.

해인님!
지난 3월에 저희 박물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성대히 치렀습니다. 그동안 저희 박물관의 건립, 운영, 학술연구, 기록유산 등재 등을 추진하는 데 도움을 주신 17분을 모시고 감사의 뜻을 전하였고, 한국의 고활자 특별전도 열었으며, 〈고려시대기록문화〉에 대한 학술연구 총서도 발간하였고, 〈한국의 고활자〉를 주제로 학술회의도 개최하고, 사이버박물관도 개설하였습니다. 물론 경관 좋은 광장에서 하객들을 모시고 생일잔치도 크게 벌였지요.
한국의 고활자 특별전을 위하여 작년 1년 동안 전국에 소장되어 있는 자료조사와 필요한 전시물의 대여 협의를 하였고, 금년 초에 자료운반, 전시판넬제작과 연출과정을 거쳐 개관기념일날 개막을 하여 5월에는 1일 평균 500명이라는 개관 이래 가장 많은 관람객들이 다녀갔으며, 또 많은 분들의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준비과정에서 우리 고활자에 대하여 연구된 자료가 전무하였고 우리 선조들께서 《직지》 이후에 350여 종의 활자를 만들어 썼으나 활자, 인쇄도구 등 남아 있는 자료들이 그리 많지 않아 좀더 알찬 내용으로 꾸미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해인님!
저희 박물관에 한 번 방문해 주시면 큰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와 보시면 도심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좋은 자리에 수려한 경관과 맑은 공기, 규모가 크지 않으면서도 괜찮은 시설의 구조와 전시내용, 자원봉사자의 친절한 안내, 저렴한 입장료 등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마음에 드실 겁니다. 물론 산자수려하고 웅장한 해인사와 성보박물관과는 비할 바가 아니지요.

해인님!
작년에 《직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만 기록유산등재로 그치지 않고 이제 시작이라는 각오로 더 널리 내실있게 알리고, 인정받음은 물론 새로운 ‘직지문화’를 창조해 청주를 아니 대한민국을 세계에 우뚝 세우는데 일조하고자 저희 박물관을 중심으로 청주시민 모두가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우선 첫 단계로 지난 5월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함께 ‘아태지역기록유산보호워크샵’을 청주에서 개최, 13개국에서 30여 명이 참가하여 좋은 성과를 얻고 청주를 보여 주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 바 있으며,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직지》를 디지털화 하여 유산의 보존과 아울러 전세계에서 보고, 연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금년 말에는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구텐베르크 성서와 《직지》를 함께 프랑스, 독일, 우리 나라에 순회 전시하는 사업도 추진 중에 있어 2003년에는 세계적인 기록유산 두 가지를 나란히 놓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직지》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하고 기록유산사업에 뜻을 더하고자 유네스코 상으로 기록유산 보존, 발전에 공적이 있는 사람에게 시상하는 〈직지상〉을 제정하여 우리 나라와 청주의 세계화 및 국제적 위상 제고에 기여하고자 협의중에 있습니다.
앞으로 유네스코 본부와 함께 《직지》의 세계화 그리고 나아가서 대한민국의 세계화에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아갈 것입니다.

해인님!
저희 박물관에서 하는 일들이 모두 잘 추진되어 좋은 결과를 얻도록 부처님께 기도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중앙정부에서도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기를 함께 기도해 주시면 더욱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