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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지난 10월15일자 광주일보(光州日報)에 실린 기사를 읽고 우리는 큰 충격을 받았읍니다. 이것은 분명히 한국판 교과서 왜곡(줌曲)입니다. 아직도 우리의 기억에 새로운 일본정부의 교과서 왜곡은 한국의 역사를 왜곡되게 기술하여 우리국민을 분노케 하고 그 결과는 한국국민을 단결시켜 주었읍니다. 그러나 이번의 한국정부의 「국민윤리」 「도덕」 교과서 왜곡은 우리의 전통사상을 왜곡되게 기술하여 우리들을 실망케 하고 그 결과는 한국국민을 지금 기독교 진영과 전통사상 진영의 둘로 분열시키고 있읍니다.
지금 한국정부는 국민의 총화단결을 간절히 호소하고 있읍니다. 지금 한국국민은 국토의 통일과 민족의 평화를 애타게 바라고 있읍니다. 지금 세계는 과거 어느 때 보다 더 간절하게 평화를 갈망하고 있읍니다. 과거에 오랫동안 반목관계에 있었던 유태교와 기독교, 희랍 정통교회와 로마 가툴릭교회, 천주교와 개신교 들이 모두 대화의 문을 열고 화해의 길을 모색하고 있읍니다.
이러한 판국에 어쩌자고 우리의 문교부가 제정한 국정교과서는 우리 민족을 분열시키고 우리의 전통문화를 말살하려는 반민족적 망언망동을 한다는 말입니까.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러한 망언망동을 모두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국의 각급학교에서 이제까지 상당 기간동안 전통사상을 그처럼 왜곡되게 가르쳐 온 모양인데 모두들 왜 이를 가만히 보고만 있어 왔느냐는 말입니다. 성균관(成均館) 명륜당(明倫堂)은 무엇을 하고 있으며 조계종(曺溪宗), 태고종(太古宗)은 무엇하는 곳입니까, 만일 불교, 유교가 낡은 사상이라면 성균관대학교, 동국대학교, 원광대학교는 그 존재이유를 잃고 맙니다. 그래도 그 대학 총장님들은 입을 다물고 있어야만합니까. 이는 민족의 큰 불행을 자초하는 일입니다.
민족이 둘로 분열되는데 국가인들 평안하며, 우리의 전통문화가 단절되는데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무슨 덕을 크게 보며, 알아보지도 않고 우리 조상들의 사상을 낡았다고 먹칠해 놓고 그 후손된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이 무엇입니까. 돌아오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민족적 열등감과 식민사관에 멍든 사대주의와 그리고 우리 것은 무조건 천해 보이고 남의 것은 귀해보이는 민족적 정신병 밖에 더 무엇이 있겠습니까. 정말 무서운 일입니다.
과거엔 동과 서라는 공간적인 거리 때문에 또는 고대와 현대라는 시간적인 장벽 때문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오해와 반목(反目)이 있었읍니다. 이제 그러한 거리나 벽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읍니다. 여기 저기서 밝은 대화가 시작되고 있읍니다. 더구나 지금 서양에서는 한국의 전통사상을 경이의 눈으로 보고 있으며 찬탄을 아끼지 않고 있읍니다.
특히 한국의 원효대사(元曉大師)나 퇴계선생(退溪先生)에 대해서는 일찌기 동과 서 또는 고대와 현대라는 장벽을 훨씬 뛰어 넘으신 인류의 영원한 스승이라 칭송하고 있읍니다. 그런데 우리의 문교부가 제정한 「국민윤리」 「도덕」 교과서는 어째서 이러한 시대사조에 역행(逆行)하는 반민족적인 위헌행위(違憲行爲)흘 감히 한다는 말입니까. 아연실색 (啞然失色)하지 아니할 수 없읍니다.
우리는 이를 좌시(坐視)할 수는 없읍니다. 아무쪼록 선생님과 선생님 주변의 모든 분들이 총궐기하여 민족의 불행을 미연(未然)에 막는 데에 전력을 다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입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은 미국 뉴욕 주립대학교 스토니 부룩(Stony Brook) 종교학과 교수로서, 현재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환교수로 강의하고 계시는 박성배 교수께서 10월 15일자 광주일보에 실린 국민윤리 교과서 왜곡에 관한 기사를 보고. 한국퇴계학회회장에게 보내는 글입니다.
본 원고는 박성배 교수께서 처음 광주월보에 게재하려 하였으나. 불자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해인지에 싣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