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숲을 흔들고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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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칼럼 - 편집실
1984년 12월 34호
우리들은 늘상 흐르는 세월에 지나온 생을 되돌아보지만 12월의 뒤끝에선 더욱 깊은 생의 성찰을 갖게 한다.
지나온 한 해롤 헤아려 보면 잘 살아온 것보다는 헛되이 살아온 것들에 대한 뉘우침이 더 많은 것이다.
종교적인 진리를 통해 얻고자 하는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 나날이 의식의 빛을 찾아 들끊은 존재의 영혼을 다스리는 것, 끓임없이 실존과 투쟁하는 일이다. 그래서 자기 성찰의 아픈 회오(悔悟)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빛을 이웃들의 고통과 하나가 되게 하는 길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란 얼마나 자기 생명의 망각과 방일, 헛된 꿈속에서 생의 열정과 시간을 허비하는가 또 반복과 정체 속에 귀중한 삶을 상실하고 마는가.
아무튼 저물어가는 한 해의 길목에서 우리들의 삶을 투철하게 점검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개인이 꾸려가는 일상의 삶 속에서 나 자신이 안락한 생활로 길들어져 감을 무서워하자.
나태와 안일은 나만의 평안함 속에서 이웃에 대한 무관심으로 세계를 좀먹게 한다. 무엇보다 우리들의 생존은 이웃과 함께 해야만 된다. 이 현실 속에서 나만이 잘 살고 있는 것이 이웃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 않는가. 내 생활의 여유가 민중의 행복과 동참되어 있는가. 우리는 끓임없이 각성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 혁명사」를 썼던 베르자예프의 말들이 가슴으로 온다. 「모스코의 중심가 화려한 식당에서 한 귀족이 그의 가족들과 즐기는 한끼의 호사스런 저녁식사는 그 빌딩의 광장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를 굶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우리 현실 밖의 일만은 아니다.
빈부의 격차가 날로 심해져 가고, 문화 계층간의 소외 속에서 있는 자들의 저 넘치는 물질의 허영과 사치는 소시민이 성실하게 사는 생의 가치를 상실시키고 있다. 비록 종교의 참다운 길은 걷지 못할망정 겸허하고 소박한 생활의 지혜를 배워서 이웃들과 더불어 사는 생이 되게 노력하자. 그래서 회색의 겨울 바람찬 어느 일터에서 만나는 가난한 민중의 아픈 눈빛이 우리들 자신의 고통임을 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