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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게송산책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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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회해 - 반산 2000년 06월 220호
이번 부처님오신날은 시골 농심農心과 함께 하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도시인들의 정확함과는 사뭇 다른 풋풋하고 따뜻한 시골인심은 “대대로 공들이던 내 절”이라는 인식이 가득해서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느낌이었다. 이번 호에서는 처음 발심한 공덕에서부터 살펴보게 된다. 이것이 곧 “삼현위三賢位 수행”의 첫걸음인 셈이다.

초발심한 공덕은 측량 못하여
다음은 제15, 십주품十住品이다. 앞의 두 품은 바로 이 품을 설하기 위한 준비단계라고 할 수 있다. 십주품은 예로부터 제26 십지품과 사상적인 맥락을 같이 한다. 장항에서 전제로 말하기를, “고통받는 중생의 귀의할 곳이 되는 것이니라. 무슨 까닭인가? 보살들로 하여금 부처님 법 가운데서 마음이 더욱 증대하게 하며, 법을 듣고는 스스로 이해하고 다른 이의 가르침을 말미암지 않게 하려는 까닭이니라. [爲苦衆生하야 作歸依處니라 何以故오 欲令菩薩로 於佛法中에 心轉增廣하고 有所聞法에 卽自開解하야 不由他敎故니라]”고 하였다.
여러 가지 중생들의 말하는 법을 한 말로 남김없이 연설하여서 그들의 제 성품을 모두 알고자 보살이 이를 위해 처음으로 발심하나니[一切衆生語言法을 一言演說無不盡하고 悉欲了知其自性하야 菩薩以此初發心이로다]시방삼세 수없는 부처님들과 수많은 독각이나 성문들까지 갖가지 미묘한 변재를 다해 처음 낸 보리심을 열어 보여도, 초발심한 공덕은 측량 못하여 시방의 중생계에 가득 찼나니 뭇 지혜로 말해도 끝 못 내려든 하물며 그 나머지 여러 행이랴. [去來現在十方佛과 一切獨覺及聲聞이 悉以種種妙辯才로 開示初發菩提心이라도, 發心功德不可量이라 充滿一切衆生界하니 衆知共說無能盡이어든 何況所餘諸妙行가]

위의 두 게송은 첫 번째인 발심주發心住에 관한 게송이며, 뒤의 두 게송은 열 번째인 관정주灌頂住를 종합 결론하여 수행하기를 권하는 내용이다. 보리심을 발한 공덕은 마치 동해바다의 새우 한 마리가 자신의 친구였던 큰 몸과 힘을 가진 고래와 같이 되려고 발원한다는 옛 고사처럼, 전쟁통에 눈을 잃은 자식의 눈을 뜨게 하려고 분황사芬皇寺 천수천안 관음상 벽화에 기도하던 신라의 아낙 희명希明처럼, 깊은 믿음으로 올리는 정성스런 기도와 중생의 고통과 함께 하는 보살의 마음이라야 가능하리라.
(유사 권3 盲兒得眼)

성취혜신成就慧身호대 불유타오不由他悟니라
다음은 제16, 범행품梵行品이다. 이 품도 게송이 없다. 대강의 뜻만 살펴본다면, 앞에서는 십주의 지위를 위주로 하여 행을 말하였고, 여기서는 통틀어서 청정한 행을 말하고, 참된 지혜에 의지하여 여래의 열 가지 힘을 닦으므로, 관觀과 행行이 서로 어울리고 자비와 지혜가 원융하여 “처음 발심하는 자리에서 곧 바른 깨달음을 이룬다[初發心時便成正覺]”는 뜻을 밝힌 것이다. 여기에 더불어 깨달음은 “철저한 자오자득自悟自得의 경계”라는 설명을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모든 법에 두 가지 이해를 내지 아니하여 온갖 부처님 법이 빨리 앞에 나타날 것이며, 처음 발심할 때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며, 온갖 법이 곧 마음의 성품임을 알 것이며, 지혜의 몸을 성취하되 다른 이를 말미암아 깨닫지 아니하리라.[於諸法中에 不生二解하면 一切佛法이 疾得現前하야 初發心時에 卽得阿多羅三三菩提라 知一切法이 卽心自性하야 成就慧身호대 不由他悟하리라]

다음은 제17, 초발심공덕품初發心功德品이다. 위에서 수행하는 지위를 갖추었으므로 훌륭한 공덕이 저절로 나타나는 것이니, 십주의 공덕은 한 계단보다 다음 한 계단이 더 훌륭함을 말하였다. 처음 발심한 공덕은 광대하고 끝이 없어 보현보살의 모든 덕을 포섭하였으니, 그 공덕이 법계와 동등하다고 말하였다.
한량없는 큰 원력 부사의 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청정케 하고 공하고 무상, 무원하여 의지할 곳 없으나 서원의 힘으로써 밝게 나타나니[無量大願難思議라 願令衆生悉淸淨하니 空無相願無依處를 以願力故皆明顯이로다]법의 성품 허공과 같은 줄 아니 온갖 것 고요하여 다 평등하고 수가 없는 법문을 말 못하지만 중생 위해 말하매 집착이 없네. [了法自性如虛空하야 一切寂滅悉平等이며 法門無數不可說을 爲衆生說無所着이로다]

나아가고 머뭄은 코끼리 같고, 용맹하기 사자같으며
다음 제18 명법품明法品을 살펴보자. 전품前品에서 초발심의 공덕을 말한데 대하여, 이 품에서는 정진혜精進慧 보살의 물음을 받고 법혜法慧 보살이 게으르지 않는 열 가지 행법行法과 행법으로부터 이루는 열 가지 청정한 법을 말하였다.
어찌하면 사자처럼 두려움 없고 행하는 일 청정하기 보름달 같고 어떻게 부처 공덕 닦아 익히면 물 안 묻는 연꽃과 같사오리까. [云何無畏如師子하고 所行淸淨如滿月하며 云何修習佛功德호대 猶如蓮華不着水니잇고]나아가고 머뭄은 코끼리 같고 용맹하고 공포 없음은 사자 같으며 편안하기 태산 같고 지혜는 바다 같으며 가물 때에 소낙비 열을 식히듯 하네. [進止安徐如象王하며 勇猛無畏猶師子하며 不動如山智如海하며 亦如大雨除衆熱이로다]

여기서는 문답형식의 게송인데 두려움이 없는 것은 용맹하기 때문이오, 몸가짐이 여유롭고 편안한 것은 마치 코끼리 같다고 하였다. 선정을 많이 닦으면 청산처럼 요동이 없고, 지혜가 밝으면 한 여름 소낙비가 더위를 면하게 해 주는 것처럼, 법의 비가 번뇌의 열을 식힌다는 의미이리라.
우리네 기후에 한여름이면 법당의 양초가 축 늘어지는데, 인도는 캘커타의 대교大橋가 휘청 엿가락처럼 늘어난다고 한다. 우리들은 여름 석 달도 덥다고 야단인데 인도나 열대지방의 살인적인 더위는 어찌 설명해야 할런지! 예전에 어떤 스님의 걸음걸이가 꼭 코끼리 같아서 학인들이 ‘코끼리 스님’이란 별명을 붙였는데, 학 같던 이 스님의 몸이 나중에 마치 코끼리처럼 맘모스가 되었다는 말이 있다.
이렇게 제3회 설법을 마치고, 다음 호에서는 네 번째 법회 장소인 도솔천 내원궁으로 올라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