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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삼매 - 이미숙 2000년 06월 220호
물봉선화 허리 휘게 바람에 흔들려도
모시풀 잎사귀 하나 까딱 않고
앵 돌앉은 세상
그 간극 사이로
갔다 왔다 가

너
흔들림 없이
서 있는 모습 보며
까닭없는 꽃 한 송이
네 앙다문 입속으로 던지다가
흔들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네 그림자 깊숙한 눈그늘 보았지 보고 말았지
그 그늘, 날 잊고 아프게 바라보았지만
휴-우우 그것이 대체 네게 무슨 소용이 있었겠니

가
가긴 가도
너로 인해 내 길이
천 갈래 만 갈래로 갈리었다 모이고 갈리어
내 눈길 붙잡던 풀도 꽃도 나비 같은 아이들도
모두 거짓말처럼 더 푸르고 붉고 노랗네

가
다시
네게로 가
그림자 한 자락도 쉽게 보여주지 않은 널 원망하며
그냥 지나쳐버린 나를, 어리석은 나를 용서하라 간구干求하고
너라는 바이러스, 비밀한 그림자며 속내 알 수 없는 웃음
너의 것이라면 먼지 끄나풀 하나라도 모두 잡아채러
나
다시
네게로 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