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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수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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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경성 2000년 06월 220호
1. 산사수련회의 의미
녹음이 우거진 총림에도 어느 사이에 여름이 다가왔다. 이때쯤이면 연례행사인 여름수련회로 각 사찰마다 분주해질 것이고, 더욱 이천 년 첫 수련회이니 만큼 새 천년을 보람있고 뜻깊게 시작하고자 하는 많은 불자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산사의 여름수련회에 참여하여 자신의 의지와 각오를 단단히 다지리라 계획을 세울 것이다.
불교 신앙활동 가운데에 산사수련회는 다양한 신행단체가 사찰을 매개로 자신의 신행을 점검하고 더욱 깊이 있게 가다듬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으며, 근래에는 전국의 대소사찰에서 직접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각 사찰 특유의 수련회를 실시하고 있다. 각 신행단체에서 자기 단체에 속한 특정인들을 대상으로 자기 단체만의 일정으로 행하는 수련회보다는 사찰에서 직접 시행하는 산사수련회는 불교를 처음 접해보는 사람이나 무종교인 나아가 타종교인들에게도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불교 포교의 중요한 위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산사수련회는 불자를 불자답게 만드는 것, 즉 ‘불교 사상과 이론의 체계적인 접근으로 세계관을 올바르게 인식하고(解), 믿고(信), 실천해서(行), 깨달음을 이루어(證), 스스로 현실의 고통과 괴로움을 풀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연례적으로 실시되는 산사수련회로 일 년 동안에 느슨해진 몸과 마음을 다잡고 실제 수행생활을 스스로 실천하고 체험함으로써 수련생 개개인에게 바람직한 ‘삶의 틀’(the form of life)을 형성하여 궁극에는 여러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 이익되게 하는 정토의 사회를 구현코자 하는 것에 그 주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산사수련회에 참여하여 승가 전통의 수행생활을 몸소 실천하고 경험함으로써 복잡하고 경쟁적인 현실 속에서 찰나적인 효용성이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일상의 삶에서 벗어나 영원하고 무한한 절대적 가치를 실현하고 체험하여 이기심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개인적인 이기심의 구속에서 해탈함으로 동체대비를 실현하여 평화로운 정토를 건설하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산사수련회는 단순히 개인의 인격완성이나 안심입명安心立命을 차원을 넘어서 전종도적, 민족적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지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 산사수련회―평생교육의 장場
넓은 의미로 교육이 일어나는 장소를 분류하자면 가정과 학교 및 사회가 있다. 그 가운데에 학교교육이 교육의 목적과 내용 등의 치밀한 계획 아래에서 특정한 대상과 기간을 구분하여 실시되는 것임에 비하여, 가정교육이나 사회교육은 일상생활 가운데에서 비체계적으로 은연 중에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참된 인간성을 형성해 가는 것은 지식의 축적을 도모하는 학교교육을 통해서라기보다는 삶의 과정 속에 지혜와 성품을 탁마하는 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러한 관점에서 가정과 사회에서의 교육도 학교교육에 못지 않게 대단히 중요한 비중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더욱 사회교육은 유년기의 가정교육 기간과 아동이나 청소년기의 학교교육 기간을 지난 후에 일생 동안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데에 그 중요한 특징이 있으며, 이러한 특징은 오늘날 크게 부각되고 있는 평생교육의 이념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사회의 여러 기관 가운데에 산사수련회는 현실에 있어서의 행복이나 가치의 기준을 넘어서서 영원하고도 무한한 생명의 가치를 인간에게 체험케 하여 우리의 정신을 최고의 수준으로 고양시킨다는 점에서 그 특징과 중요성을 찾을 수 있다.
한국불교사에 있어서 사찰은 예배와 수행 및 설법 등 신앙생활의 제반행위들이 스님들이나 신도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남녀노소 빈부격차를 막론하고 사회의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하여 사회교육기관의 그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여 왔다. 뿐만 아니라 불교음악과 문화재·다도·서예 등의 한국 전통문화를 직접 느끼고 체험하는 것에서부터 진일보하여 사찰이 보유하고 있는 무궁무진한 전통의 문화유산을 활용한다면 문화의 21세기를 향도하는 주도자主導者로서 산사수련회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오늘날 물질만능의 전도된 가치관과 관능적 쾌락 및 각박한 경쟁에서 오는 정신적 황폐함과 인간성 상실의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회적인 요청으로 산사수련법회가 제시되고 있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불교의 특징들이 21세기 공존과 공생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불교는 자아自我와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갖게 한다. 불교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인격을 만드는 근본 원인이 사물의 본래 모습을 잘못 이해하는 무명에서부터 비롯되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삼독심으로 표출된다고 본다. 또한 대부분의 현대인이 경험하는 삶의 의미와 목적 상실로 야기되는 우울과 불안, 인간과 자연으로부터의 소외감과 고독, 죄책감, 허무의식 등도 사실은 자신과 사물에 대한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번뇌이므로 그 대치방법으로 자신과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제시한다.
둘째, 불교에서는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불성佛性의 현전을 통하여 인격 완성의 길을 제시한다. 불성이란 무한한 창조의 가능성이며, 우리에게 잠재되어 있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저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본래 자유와 희망과 평화와 지혜로 가득 차있는 불성의 존재이지만 무명과 무지에서 비롯된 번뇌로 오염되어서 그 본래면목이 가려져 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온전한 불성을 회복하여 내재되어 있는 자유와 희망과 평화와 지혜를 발휘하게 하는 데에 불교 수련의 핵심이 있다.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모든 이웃과 중생들이 불성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 타인에 대한 존경과 자비의 마음을 갖게 하고 필연적으로는 자비행을 실천하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지혜의 체득과 자비의 실천이야말로 인간을 궁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불교 수련의 요체要體인 것이다.
셋째, 불교는 이성적理性的 주체 정신의 계발을 강조한다. 불교에서는 중생들에게 자신의 행복이나 구원은 스스로 이루는 것이지 절대자가 있어서 대신 성취시켜 주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앞에서 제시한 자신과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통한 지혜의 체득과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는 불성의 회복을 통한 자비의 실천도 결국 스스로의 수련을 통하여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中阿含經』에는 “비구들이여, 여기에 큰 돌이 물에 빠졌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바위여, 떠올라라’고 기원한다면 이 돌이 물 위로 떠오를 수 있겠느냐?” “부처님이시여, 그렇지 않습니다.”“비구들이여, 그렇다면 평소에 도둑질하거나 거짓말을 하며 살았던 사람이 죽은 뒤에 그의 자손이나 친구들이 모여서 극락에 왕생하기를 기원한다면 그 사람이 극락에 왕생할 수 있겠느냐?” “부처님이시여, 그렇지 않습니다.”“비구들이여, 이와 반대로 바른 생활을 하고 바른 생각을 했던 사람에게 많은 사람들이 ‘이 사람이 죽은 뒤에 지옥에 떨어져라’고 기원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은 극락에 왕생할 것이다.”라고 현실적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산사수련법회는 누구든지 부처님과 같은 지혜와 자비와 방편을 지니고 있다는 가능성으로 수련생 모두를 창조적인 지혜인, 실천적인 자비인, 주체적인 자유인으로 거듭 나게 하는 사회교육기관으로서의 사찰의 위치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