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모집』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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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종월
2000년 06월 220호
지난달 동국대학에 다녀올 일이 있어 모처럼 교정을 찾았는데 등록금 인상 문제로 학교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었다. 학사일정에 맞는 양질良質의 교육을 위해서는 최소한 13%는 인상해야 된다는 학교측의 입장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학생들의 주장이 엇갈려 총장실은 이미 학생들의 차지였고 교정 어디에도 편안한 곳이 없었다.
게시판에는 ‘신입사원모집’이란 제목으로 졸업예정자를 상대로 한 모집광고가 닥지닥지 붙어 있다. 사회의 수요자는 잘 교육되어진 공급자를 찾는 광고였다.
절 집에도 언제부터인가 종단이나 사찰에서 발행하는 월간·주간 회보에 “행자모집” 이라는 광고가 등장하면서, 광고 내용에는 ‘대학교육, 유학 등…’ 흡족한 대우待遇의 글도 빠지지 않는다. 행자모집인지, 스님 기능인 모집인지, 어쨌든 젊고 유능한 인재를 자신의 절에 들게 하여 장차 불교의 지도자, 수행자 또는 기능인 스님으로 키워 나가겠다는 내용으로 보여지지만 뭔가 섭쓸하다. 물론 큰 원력을 가진 휼륭한 인재가 승가에 많이 들어올수록 한국 불교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그러나 출가 수행자를 “광고”를 통해 절집으로 오게 하려는 발상도 문제이겠거니와, 그것을 보고 절집을 찾는다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심각한 문제의 시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란 본래 자본주의 산물로서 “give and take”의 루울(rule)에 따른 상거래商去來를 바탕으로 하기에, 가뜩이나 세속화되어 가는 절 집과 수행자의 가치관이 어디까지 흐를까 매우 염려되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부처님전에 공양을 올린(give) 불자에게 무엇을 내려 주는(take) 복장수가 아니듯이, 출가의 심적 동기가 광고를 통한 무엇을 주고 받는 거래로 착각된다면 절집이나 출가 당사자의 앞날은 뻔하다.
출가는 초발심初發心(처음 마음을 낼 때)이 중요하다. 가지거나, 받는 것 없이 온전히 생명 바쳐 정진하고 중생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서원이 깃든 발심이어야지, 출가를 한갓 회사 신입사원 모집 정도로 생각케 해서야 말이 되겠는가. 출가는 인생을 새롭게 보고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이니, 수행인의 종교심은 자발적인 마음에서 일어나야 한다.
출가 수행자는 “직심直心” 즉 우주와 인간을 똑바로 보는 마음과, “심심深心” 즉 세상의 이치를 깊이 생각하는 마음과, “광대심廣大心” 즉 자기 한 사람의 영광과 한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이익을 위해서 노력하는 보현보살의 마음이어야 한다.
기신론起信論에서는 “직심直心, 심심深心, 광대심廣大心”을 일으키는 근본은 발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했는데 , 발심없는 출발은 올바른 종교인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수행자의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출가는 부처님의 출가정신에서 그 뜻을 찾아야 하기에 왜 출가를 해야하는지 그리고 왜 했는지, 곰곰히 생각해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