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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항마상/- 보리수 아래서 마음을 조복 받으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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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진명 2000년 05월 219호
매년 이맘 때가 되면 존재의
본질을
향한 질문이 많아진다.
아침 저녘 뜨고 지는 해와
피었다 지는 꽃잎을 선지식 삼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물어보지만
답은 한 가지로 돌아 온다.
마음 안에서 마음에게
물어보라고…
언젠가부터 분별이 생겨나면서
마음 안에 마음은
그 마음 안에서 눈을 잃었다.
이렇게 만물이 새생명을
잉태하는 봄에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고오타마 싯달타 태자는
사바에 오셨고
마음 안에 눈을 찾기 위해 멀고도
험한 수행의 길을 나섰다.
고오타마 싯달타 태자가
선택한 수행의 여정에는
순경계順境界의 선지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긴 고행 끝에 보리수 나무 아래서
마군을 항복 받고
부처를 이룰 때까지 역경계逆境界는
마침내 깨달음을 앞세웠다.
삼독과 오욕의 마군은 깨달음으로
가는 수행자를 방해했지만
고오타마 싯달타는 오랜동안
수행해온 열 가지 수행덕목으로
마군을 항복받는 지혜의 보검과
방패를 삼아 마왕을 항복받았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부처님의
경지라고 너무나 멀리 그리고
거룩하게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인간적인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요즘처럼 다양성과 전문화를
추구하고 편리함에 극치를 바라는
사람들은 그만큼 복잡함과 현란함을
감당해야하는 시대를 살고 있고
더불어 인간이 생활 속에
감당해야 하는 마군도 많아졌다.
타인의 생각과 타인의 빛깔로
타인의 향기를 흉내내며 살아가는
현대인들… 자기의 주인공과
진실되게 마주서는 시간이 얼마일까.
흔히들 주인공을 찾아가는 길이
힘들다고 말한다.
참선이나 기도, 아니면
또 다른 명상법을 통해보지만
힘든 것은 마찬가지란다.
그것은 아마도 마음을 유혹하는
마군들이 많아서 일게다.
도심에서 살면서 마음을 흔들고 있는
마의 권속들은 어떤 요인들인가
새벽 예불을 마치고 고요한 시간…
밤새 도시의 어둠을 밝힌 가로등이
꺼지기전 흐르는 정적 속에서
차를 타고 있을 때나 아침마다
방송실 마이크 앞에 앉아서나
서점이나 음반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현재 내가 극복해가야할 마군을
생각해 본다.
어쩌면 복잡한 생활의 테두리
만큼 더 절실한지도 모르겠다.
시대에 부응해서 생겨난 다양한
마왕의 권속들…
이제는 시공을 초월해 인터넷사이버에서까지 마군을 극복해야 한다.
세상이 변화한 현상이지만 환경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마군까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에게 있어
결론은 하나다.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 해도
본질적인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자기 마음 안에 있는 마군을
극복하는 그것이 영원한 화두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마군은
다름아닌
작은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늘
상대적인 행복의 가치 때문에 느끼는
가난이나, 사소한 일에도 인내하지
못하고 성내는 마음과 조급함,
짧은 지식으로 어리석음을 범하는
교만심, 나와 내 가족만 행복하고
즐거우면 된다는 얕은 이기심에서
생겨나는 부조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번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우리가
극복해 가야하는 마군의 진정한
의미를 성찰해 봤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