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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유관상/- 세상을 두루 살펴 보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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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이향노 2000년 05월 219호
어머니를 일찍 여읜 태자는 이모인 마하파자파티에게서 자랐지만 호사스런 왕궁생활을 했으며 온갖 학문과 무예를 연마하고 훌륭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싯달타 태자가 모든 것이 갖추어진 그곳에서 진정으로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뿌리에 돌아가면 실체를 얻고
가지만을 따라가단 길을 잃나니
잠시 생각의 근원 되돌아보면
전의 꿈속에서 깨어나리라.

태자 싯달타는 궁전 밖으로 바람을 쏘러 나갔다가 동쪽 성문 밖에서 머리는 마른 풀처럼 빛이 바래고 몸은 그가 짚은 지팡이처럼 바짝 마른 노인이 숨을 헐떡거리는 참혹한 광경을 보았다. “아! 사람이 늙으면 누구나 저렇게 된단 말인가! 그렇다면 나도 결국은 저와 같은 늙은이가 되겠구나!” 한동안 멍하니 하늘가를 바라보는 태자의 마음엔 짙은 어둠이 덮이고 있었다. 아들이 번민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아버지 정반왕은 태자의 고민을 잊게 하기 위해 생활이 전보다 한층 더 호화롭고 기쁨에 차도록 마음을 썼다.
그 뒤 어느날 답답한 궁중에서 벗어나 자연을 즐기려고 태자가 남쪽 성문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얼마쯤 가다 보니 길가에 누더기를 뒤집어 쓴 채 쓰러져 신음하는 사람이 있었다. 얼굴은 파리하고 팔다리는 뼈만 앙상했다.
태자는 그 자리에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사람은 왜 병에 걸려 고통을 받아야만 할까? 늙음의 고통이나 질병의 고통이 왜 생기는 것일까? 그러한 고통을 벗어나는 길은 없을까?” 날씨는 맑게 개어 화창했지만 돌아오는 태자의 눈에는 모든 것이 병들어 빛이 바래 보였다.
또 어느날 싯달타는 서쪽 성문 밖의 인적이 드문 고요한 숲에서 죽은 시체를 앞세우고 슬피 울며 지나가는 행렬과 마주치게 되었다. 깜짝 놀란 싯달타가 시종에게 저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죽은 사람이올시다. 죽음이란 생명이 끊어지고 영혼이 육체에서 떠나가는 것입니다. 죽음은 영원한 이별을 가져다 주는 가장 슬픈 일입니다.”라고 시종이 말했다. 싯달타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지금 자기는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죽음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궁으로 돌아오는 태자의 비참한 얼굴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아아! 번민에 찬 태자여! 늙은이와 병든이와 죽은이가 바로 피할 수 없는 내일의 자기 자신임을 너무도 여실히 보았구나!

내가 살고 있는 시대를 탓하랴
내가 태어난 이 땅을 탓하랴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탓하랴
아서라,
내가 선혜와 같이 지극하면
지금 이 자리가 그대로 불국토인데.

얼마 뒤 싯달타가 북쪽문을 거쳐 밖으로 나가자 우람한 수목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바로 그때 숲 속으로 난 오솔길로 텁수룩한 머리에 다 해진 누더기를 걸쳐서 옷은 비록 남루하지만 걸음걸이는 의젓했고 얼굴에는 거룩한 기품이 감돌며 눈매가 빛나는 수행자를 만났다. 태자는 자신도 모르게 수레에서 내려 그에게 머리를 숙였다. “당신은 어떤 분이십니까?” “나는 출가 사문이요” 싯달타는 다시 물었다. “출가한 사문에게는 무슨 이익이 있습니까?” “나는 일찍이 세상에서 늙음과 질병과 죽음의 고통을 자신과 이웃을 통해 알았소, 그래서 부모와 형제를 이별하고 집을 떠나 고요한 곳에서 이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수도를 했소. 내가 가는 길은 세속에 물들지 않는 평안의 길이요. 나는 이제 그 길에 이르러 영원한 평안을 얻었소”
사문의 말을 듣고 난 싯달타의 가슴에는 시원한 강물이 흐르는 듯했다. 그의 눈에는 감격의 눈물이 맺혔다. 사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태자의 마음에 불끈하고 무엇인가 굳은 결심이 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