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육백여 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고통 속에 헤매는 가엾은 중생들에게 존경과 대접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중생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함께 나누고 더 나아가 고통에서 벗어나는 바른 길로 인도하여 모든 중생들과 더불어 영원한 기쁨과 행복을 누리기 위해 오신 것이다.
부처님께서 슈라바스티 성에 계시던 어느날 니이다이라는 이름의 천민이 인분이 가득 들어 있는 통을 지고 힘겨워 하며 밭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아난존자와 함께 거리를 돌며 걸식을 하고 계셨는데 성안의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께 드릴 공양물을 들고 부처님을 뵙고자 거리에 나와 있었다. 니이다이 또한 부처님을 뵙고 싶은 마음이 한량없었지만 초라한 행색은 물론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자신의 처지가 혹시나 부처님께 폐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길 모퉁이에 숨어서 부처님께서 지나가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으로 니이다이의 갸륵한 마음을 아시고는 니이다이가 있는 모퉁이로 걸음을 옮기셨다. 자신이 숨어 있는 곳으로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본 니이다이는 순간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면서 멀리 달아나려고 서두르는 바람에 그만 인분이 들어 있는 통이 벽에 부딪쳐 깨지면서 더러운 인분이 사방으로 튀어 부처님의 옷까지 더렵혀 지고 말았다. 니이다이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더러워진 땅바닥에 주저 앉아 울면서 부처님께 사죄하였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자비로운 미소를 지으시면서 니이다이에게 손을 내미셨다.
“니이다이여, 내 손을 잡고 일어나거라.”
니이다이가 더욱 당황해하며 어찌할 줄을 모르고 허둥대자 부처님께서 거듭 말씀하셨다.
“니이다이여, 내 손을 잡아라. 나와 함께 강으로 가서 씻자꾸나.”
“부처님이시여, 저처럼 천한 자가 어찌 감히 부처님과 함께 갈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저는 지금 온 몸이 오물로 더럽혀져 있습니다.”
“염려하지 말아라, 니이다이여. 나의 법은 청정한 물과 같으니 일체를 받아 들여 더러움으로부터 정화하여 해탈케 하나니 빈부귀천이 나의 법 안에서는 모두 하나가 되느니라.”
하시며 부처님께서는 냄새나는 인분으로 더럽혀져 있는 니이다이의 손을 잡아 강으로 이끄시어 씻어주시며, 니이다이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길로 올바르게 인도해 주셨던 것이다.
차안此岸의 범부 세계에서 피안彼岸의 열반적정涅槃寂靜의 세계로 이를 수 있는 올바른 방법을 가르치고 또 수범垂範이 되어 그 실천의 인도자가 되기 위하여 우리 곁에 오신 분이 삼계의 대도사大導師, 사생四生의 자비로운 어버이신 부처님이시다.
부처님께서 사밧티의 녹자목강당에 계실 때에 바라문 출신인 수학자 목갈리나가 부처님을 찾아와 부처님께서 중생들을 가르치고 인도하면 모두가 구경究竟의 지혜를 얻어 반드시 열반을 얻어야 할 것인데 실상은 그렇지 않으니 무슨 까닭인가 여쭙자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셨다.
“열반이 있고 열반으로 가는 길도 있어 나는 길잡이로서 비구들에게 가르치고 인도하지만 열반을 얻은 이도 있고 얻지 못한 이도 있는 것은 다만 그들 각자의 행동에 달린 것이며, 나는 다만 길을 가리킬 뿐이라오.”
자소의유자自所依唯自
하소유소의何所有所依
자선조어시自善調御時
생난득소의生難得所依
자기가 의지할 곳은 자기 뿐이다.
달리 어디에 의지할 곳이 있겠는가.
자기를 잘 조어할 때에
사람은 얻기 어려운 의지처가 생기는 것이다.
결국 우리들은 모두 자기 스스로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런 조건없이 우리를 도와주실 것이라 생각하지만 부처님께서는 다만 길을 가리킬 뿐이고, 희망과 열반을 향해 가는 것은 각자의 의지에 달린 것으로 진리를 향한 의지가 바로 우리의 외롭고 험난한 긴 여로旅路를 밝혀주는 등불인 것이다.
절대자 앞에 기도하여 죄를 용서받고 구원을 받거나 절대자의 은총에 의해서 천국으로 왕생하거나 내생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금생에 노력하지 않고 물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이타를 위한 헌신과 자기 희생없이 영예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자신을 조어하고 제어하여 자기를 확립함으로써 궁극의 자유와 안정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파랑새를 찾아 온 숲을 헤매고 다녔지만 찾을 수 없어 지친 몸과 다리를 이끌고 집에 돌아오니 창문 위에서 파랑새가 맑은 목소리로 노래부르고 있더라는 이야기처럼, 자신의 마음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눈밝은 스승과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저력底力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
부처님은 오직 한 분, 세상에서 가장 존귀하신 분이다. 그런데 부처님은 우리 모든 중생들이 갖고 있는 불성佛性을 발견하시고 위대한 부처님을 이루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부처님처럼 자기자신 가운데에 간직된 불성을 발견하여 부처를 이루어야 한다. 또한 모든 중생들이 부처님과 똑같은 존귀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서로서로 존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윤회하는 삶을 마치고 모든 중생들이 한가지로 성불하여 불도를 이루도록 하기 위해서 오늘 이 땅에 태어나셨다. 그러므로 우리도 부처님처럼 금생을 범부로서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정진하여 윤회를 끊고 성불을 이루어야 한다.
오늘 우리가 이 땅에 부처님이 오신 뜻을 기리고 봉축드리기 위하여 온 누리에 밝히는 등불은 지혜의 등불인 것이다. 부처님께서 아픔과 고통이 가득한 감인堪忍의 땅, 사바세계에 오신 뜻은 우리 모두에게 지혜로운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함이므로 우리도 마음 가득한 탐진치貪瞋癡 삼독심三毒心을 몰아내고 반야광명般若光明을 찾아내어 슬기롭게 살아가는 것이,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을 우리 스스로 실현하는 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