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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게송산책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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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회해 - 반산 2000년 04월 218호
봄은 만물을 소생시키고 새롭고 신선하게 한다고 한다. 옛 어른들의 명구에 ‘한매토홍고불심寒梅吐紅古佛心’이라 하였다. 눈 속에서 피는 매화를 불심으로 본 것이니, 만물의 현상이나 모든 경계 속에서 부처님을 만나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으로 제11, 정행품과 제12, 현수품을 살펴보자.

온갖 것이 선善 아님이 없다
먼저 정행품淨行品이다. 여기서는 신身겚먀쥈의意의 삼업三業을 뛰어나게 하려면 마음을 잘 쓸 것(善用其心)을 말하고 있다. 화엄에서는 모든 것을 좋은 것(善)으로 본다. 법화경에서는 증상만增上慢과 악성차익惡性車匿을 물리치는 데(性俱說) 비하여 일체를 선으로 보는 것(性善說)이다. 그래서 유위有爲에서는 무위無爲를 보려고 하고 무위를 보면 더욱 수승殊勝하려고 노력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140여 가지 원願을 끝없이 발원한다.
이를 열 가지로 나누어 재가 시절의 원, 출가 수계할 때의 원, 좌선할 때의 원, 행각할 때의 원, 용변과 손발 씻을 때의 원, 걸식하고 도행道行할 때의 원, 성城에 들어가서 걸식할 때의 원, 돌아와서 씻을 때의 원, 암송하거나 예불할 때의 원, 휴식과 잠잘 때의 원을 말한다. 게송을 살펴보면 모두 한두 번 만난 적이 있는 명구名句들이다.

“보살이 집에 있을 때에는 마땅히 이처럼 원하라 중생들이 집의 본성이 공함을 알아서 그 핍박을 면하기를 원할지어다.(菩薩在家에 當願衆生이 知家性空하야 免其逼迫하며)부모를 효성으로 섬길 때에는 마땅히 이처럼 원하라 중생이 부처님을 잘 섬겨서 온갖 것을 보호하고 공양하기를 원할지어다.(孝事父母에 當願衆生이 善事於佛하야 護養一切하며)수염과 머리털을 깎을 때에는 마땅히 이처럼 원하라 중생이 길이 번뇌를 여의고 구경에 적멸하기를 원할지어다.(剃除鬚髮에 當願衆生이 永離煩惱하야 究竟寂滅하며)
대소변을 볼 때에는 마땅히 이처럼 원하라 중생이 탐, 진, 치를 버려서 죄법罪法을 깨끗이 제하기를 원할지어다.(大小便時에 當願衆生이 棄貪瞋癡하야 除罪法하며)
만약 빈 발우를 볼 때에는 마땅히 이처럼 원하라 중생이 그 마음이 청정하여 텅 비어서 번뇌가 없기를 원할지어다.(若見空鉢인댄 當願衆生이 其心淸淨하야 空無煩惱하며)
만약 가득 찬 발우를 볼 때에는 마땅히 이처럼 원하라 중생이 온갖 선법을 구족하여 가득하기를 원할지어다.(若見滿鉢인댄 當願衆生이 具足成滿 一切善法하며)
만약 밥을 먹을 때에는 마땅히 이처럼 원하라 중생이 선열로써 밥을 삼아서 법희가 충만하기를 원할지어다.”(若飯食時인댄 當願衆生이 禪悅爲食하야 法喜充滿하며)
믿음은 깨달음의 나무를 생장케 하며
제12, 현수품賢首品에서는 믿음의 역할(功能)에 대한 설명과 함께 ‘믿음이 만족하게 되면 성불에 이르게 된다(信滿成佛)’는 뜻으로 설하고 있다.
“믿음은 도의 근본 공덕의 어머니라 온갖 모든 선법을 길렀으며 의심의 그물 끊고 애착을 벗어나 위 없는 열반의 도 열어 보이네(信爲道元功德母라 長養一切諸善法하며 斷除疑網出愛流하야 開示涅槃無上道니라)믿음은 온갖 마의 길에서 뛰어나 위 없는 해탈의 도를 나타내 보이니라. 믿음은 공덕의 파괴되지 않는 종자요 믿음은 깨달음의 나무를 생장케 하며(信能超出衆魔路요 示現無上解脫道니라 信爲功德不壞種이요 信能生長菩提樹며)
갖가지 장엄으로 시방의 대덕께 공양하나이다
갖가지 장엄으로 시방의 대덕께 공양하나이다
그리고 다음에 소개할 게송은 부처님께 꽃, 향, 촉, 쌀, 차, 과일로 올리는 정성스런 공양 즉 ‘육법공양六法供養’의 사상적 기반이 된 게송이다.
또 광명을 놓아 꽃으로 장엄하니 가지가지 묘한 꽃이 모여 휘장이 되는지라 널리 시방의 모든 국토에 흩어서 일체 큰 덕 높은 이께 공양하나니라.(又放光明華莊嚴하니 種種妙華集爲帳이라 普散十方諸國土하야 供養一切大德尊이니라)또 광명을 놓아서 향으로 장엄하니 가지가지 묘한 향이 모여 휘장이 되는지라 널리 시방의 모든 국토에 흩어저 일체 큰 덕 높은 이께 공양하나니라.(又放光明香莊嚴하니 種種妙香集爲帳이라 普散十方諸國土하야 供養一切大德尊이니라)
삼세간三世間에 자재한 삼매의 힘
이제 현수품의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위의 두 게송은 화엄의 일진법계一眞法界·무진연기無盡緣起의 사상을 대변하는 게송이다. 또 아래의 두 게송은 유통流通 부분에 해당하는 것이니 현수품도 독립된 경전으로 유통되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혹은 동방에서 바른 정에 들어가 서방에서 정을 좇아 나오고 혹은 서방에서 바른 정에 들어가 동방에서 정을 좇아 나오며(或於東方入正定하야 而於西方從定出하고 或於西方入正定하야 而於東方從定出하며)동자의 몸 가운데서 바른 정에 들어가 장년의 몸 가운데서 정을 좇아 나오고 장년의 몸 가운데서 바른 정에 들어가 노년의 몸 가운데서 정을 좇아 나오며(童子身中入正定하야 壯年身中從定出하고 壯年身中入正定하야 老年身中從定出하며)열 세계 티끌 수의 중생이 있는 곳에 다 즐길 거리를 보시하며 한 겁을 지내더라도 그것의 복덕은 수승함이 되지 못하거니와 이 법을 믿는 것은 가장 수승함이 되나니라(十刹塵數衆生所에 悉施樂具經一劫이라도 彼之福德未爲勝이어니와 信此法者爲最勝이니라)열 세계 티끌 수의 여래께서 계신 곳에 다 모두 받들어 섬기며 한 겁을 지내더라도 만약 이 품을 능히 외우고 지니면 그 복이 가장 수승하여 저보다 많으리라.”(十刹塵數如來所에 悉皆承事盡一劫이라도 若於此品能誦持하면 其福最勝過於彼니라)
이렇게 하여 두번째 보광명전普光明殿 법회가 마무리되었다. 다음 호에서는 ‘세 번째 도리천궁 利天宮 법회’로 찾아갈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미국인이면서 우리의 도반인 현각스님의 법회에 동참한 적이 있다. 함께 차도 마시고 통도사와 내원사를 안내하기도 하였다. 그에게서 지금의 한국인이 잊어버린 겸손과 양보의 따뜻함을 발견하고는 저으기 놀랐다. 그가 한결같이 말하는 미국인이 버리는 물질 문명의 폐해를 보물인 양 우리가 답습하고, 우리가 밀레니엄이라고 버린 동양적인 정신 문화의 훌륭한 전통을 그가 ‘더없는 보물이니 버리지 말라’고 역설하고 다니는 아이러니를 발견하게 된다.
골짜기마다 봄이 가득하여 뜰앞 매화가 옛 부처의 마음을 보이는데, 현실의 우리 한국인은 친구에게 총기를 난사하는 서양 문명의 쓰레기를 뒤집어쓰려는 것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