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종교, 사막의 종교, 다종교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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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의 방 - 곽만연
2000년 04월 218호
숲의 종교와 사막의 종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숲 속에서는 작은 벌레에서부터 큰 짐승에 이르기까지 공존 공생한다. 인간에게 꼭 필요한 물과 풀이 풍부하다.
그렇기 때문에 숲의 종교의 특징은 다양성과 포용성, 평화성이다. 불교는 어느 지역으로 들어가든 그 지역의 고유한 전통 사상을 받아들이고 포교를 위해서 종교 전쟁을 강요하지 않는 평화적인 종교이다.
냉전 체제가 와해되면서 인류는 세 가지 전쟁을 맞고 있다고 생각된다. 경제 전쟁, 민족 전쟁, 종교 전쟁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 전쟁에서 패하여 아이엠에프라는 어려운 사태를 맞이하였고 지금도 그 극복을 위하여 몸부림치고 있다.
학교에서는 단군상의 목이 잘리고 목사들이 교육청 앞에서 일부 학교에 있는 단군상의 철폐를 주장하면서 시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전국의 마애불에 십자가가 그려지고 불상이 훼손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경제와 이데올로기 전쟁보다 더 무서운 종교 분쟁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참으로 무섭고 가슴 아픈 일이다.
몇 년 전에 KBS에서 “실크 로드”라는 연속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다. 나는 그 프로를 보면서 진한 감동과 마음속 깊이 슬픔을 느꼈다. 왜냐하면 그 험한 비단길은 비단길이자 불교가 전해진 전도의 길이었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제자들은 그 험하디 험한 비단길을 묵묵히 걸어서 법을 구하고 전세계에 불교를 전파하였다. 때문에 비단길 옆에 큰 바위만 있으면 부처님을 새기고 동굴이 있으면 불상을 모시고 불화를 그려 봉안했다. 그 유적이 지금 전 세계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를 슬프게 하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비단길에 살았던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천 년 동안 불교를 믿었으나 지금은 불교 신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천 년 동안 열심히 불교를 믿었으나 지금부터 천 년 전에 중동 지방에서 회교가 들어와 지금까지 이 지역에서 주도적 구실을 하던 불교를 완전히 몰아내고 이슬람화하여 불교를 믿던 후예들은 이슬람교도가 되어 버렸다.
이 두 가지 일은 우리에게 충격과 교훈을 준다. 그것은 숲의 종교와 사막의 종교가 충돌이 있을 때 숲의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그 존재 기반이 흔들리거나 소멸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종교 학자들은 종교를 여러 가지로 구분하지만, 종교의 발생 지역으로 종교를 구분하는 것도 중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불교는 숲의 종교라고 볼 수 있다. 인도 자체가 숲이 많은 나라일 뿐만 아니라 부처님도 온화한 동산 숲 속의 보리수 아래에서 도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사막의 종교의 대표로 들 수 있는 것은 기독교와 회교이다.
숲의 종교와 사막의 종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숲 속에서는 작은 벌레에서부터 큰 짐승에 이르기까지 공존 공생한다. 인간에게 꼭 필요한 물과 풀이 풍부하다. 그렇기 때문에 숲의 종교의 특징은 다양성과 포용성, 평화성이다. 불교는 어느 지역으로 들어가든 그 지역의 고유한 전통 사상을 받아들이고 포교를 위해서 종교 전쟁을 강요하지 않는 평화적인 종교이다.
그러나 사막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물과 풀이 너무나 적다. 그렇기 때문에 물과 풀을 찾아서 끊임없이 이동하고 그 양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내가 살기 위해서는 남을 몰아내거나 심지어는 죽이기까지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배타성, 적극성, 단일성 따위가 그 특징이고, 다른 존재를 잘 용납하지 않는다. 기독교 야훼 신의 특징 중의 하나는 질투하는 최고 신이기도 하며 다른 신을 절대 믿지 못하게 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때때로 경제적으로 윤택해지기만 하면 다른 민족의 신을 숭배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야훼 신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징벌을 내려 백성들로 하여금 야훼 신에게 돌아오도록 하였다.
역사 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강대한 서양 세력이 동양을 침략할 때 사용하는 세 가지 무기가 있다고 한다. 그것이 기독교, 상품, 대포라고 한다. 달리 말하면 선교사가 가장 먼저 들어오고 그 다음에 상인이 그리고 그 다음에 군대가 들어와서 식민지화했다고 한다.
기독교를 믿으면 여러 가지 혜택을 받았지만 동양의 나라 가운데에 기독교가 들어가서 성공한 나라는 한국과 필리핀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장 성공한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기독교가 이 땅에 들어 와서 공헌도 많았으나 폐해도 많았다. 그 중의 하나가 기독교적인 것 이외의 가치는 미신으로 몰아 일체를 배격하였다. 단군상 건립 문제, 제사 문제 등이 그 좋은 예이다.
서울올림픽 때도 처음에 문화제의 하나로 기획된 장승제와 유등제가 일부 기독교인들의 반대로 공식 행사에서 취소된 일이 있었다. 그래서 불교 종단에서는 불교 독자적으로 유등제를 하여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준 적이 있었다.
기독교인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에서 많은 것을 느껴야 한다고 본다. 우리 조상들은 수백만 년 오랜 시간 이 땅에서 살아 왔다. 불교가 들어오기 전에 기독교가 들어오기 전에 우리 조상들의 정신적, 신앙적, 믿음은 이른바 민간 신앙이었다. 농사를 지으면서 자손을 낳으면서 사는 이 땅은 신성한 땅이요 그렇기 때문에 삿되고 잡된 귀신, 질병 등 모든 것을 들어오지 못하게 세운 것이 장승이었다. 예루살렘만이, 메카만이, 신성한 땅이 아니다. 장승을 세운 이 땅이, 이 마을이 우리 조상에게는 신성한 땅이었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이 땅은 세계인의 평화를 위한 신성한 땅이었다. 마땅히 장승제가 열리고 장승이 세워져야 했다. 앞으로 이 땅에서 있을 국가적 세계적인 축제에는 이러한 문화적 마인드가 꼭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기독교가 이 땅에 들어와서 성공한 까닭은 많은데 그 중에서도 교육 투자 특히 아동 선교였다. 종교교육은 어릴 때가 중요한데, 기독교가 처음부터 어린이 포교에 많은 투자를 하여 기독교 선교에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
늦게나마 불교에서도 조정관 스님이 부산을 중심으로 연꽃지를 통해 어린이 포교의 씨를 뿌려 전국적으로 확산시켰다. 그 결과로 도시마다, 마을마다, 절마다 어린이 법회가 대단히 성하게 되었다. 한국 불교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어린이와 청소년 포교는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기독교가 이 땅에 들어와서 우리 이웃, 우리 사회 심지어 우리 가정에까지 다종교 공동체가 되었다. 한국의 불교인, 기독교인 그리고 모든 종교인은 이제 우리 사회가 다종교 사회라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다른 종교를 알고 배우며, 존경하여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많은 종교간의 갈등이 생겨 심신의 안정을 찾고 사회의 불안을 없애 주어야 할 종교가 마음의 갈등과 사회 불안을 일으키는 역기능적인 면을 노출할 우려가 있다.
지혜 있는 자는 다른 종교의 장점을 먼저 보아 칭찬하고 배우기를 꺼리지 않지만, 우둔한 자는 다른 종교의 허물만 좇아 구업口業만 날로 더하고 아상만 키운다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