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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 신선암 마애보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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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래의 미소 - 편집실 2000년 02월 216호
8세기 후반 통일신라/ 보물 199호/ 총높이 1.9m/ 경주 남산

진리란 땅을 딛고 서 있는 이만이 얻을 수 있는 것인데, 어찌 중생들은 천상天上을 더 그리워하게 되었을까.
하늘은 하늘일 뿐 허공虛空은 아니다. 하늘은 현실이며 실존이다. 그러므로 삼만육천의 부처님과 보살님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천상에 있다 한들 강 위에 비친 달빛과는 다른 그러므로 엄연한 현실이다. 하늘이 없는 땅은 의미가 없으며 땅이 없는 하늘 또한 허무하다. 중생이 있기에 보살이 있으며 보살은 중생의 지향점이자 또 다른 의미이기도 하다.
천상은 이상향이며, 진리를 향한 발걸음의 궁극점이다. 유리와 구슬로 치장한 찬란한 전당이 있고, 아름다운 물과 나무가 우거져 있기 때문에 우리가 천상의 불국토를 동경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리라. 천상의 불국토에는 진리를 위한 발걸음이 있고, 수행의 길을 나누는 벗이 있으며, 훌륭한 스승이 있어 올바로 진리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 여기므로 천상을 지고지순至高至純한 곳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중생은 사바세계에도 천상세계를 그려내는 수고를 한순간도 마다하지 않았다.
경주 남산도 그러한 곳 중에 하나이다. 중생의 눈에 참으로 넉넉한 곳, 아침의 첫 햇살이 들며 세상을 밝히는 곳이 바로 그 곳이다. 나무가 우거지고 맑은 물이 흘러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는 곳이 불보살이 상주할 장소라 여겼으며, 그 중 바위가 아름다운 곳을 찾아 불국토로 승화시킨 것이다.
경주 남산 상봉上峰에는 아침 첫 햇살이 비추는 곳을 골라 옛 신라인들이 조성한 보살상이 있으니 이것이 바로 신선암 마애보살상神仙庵磨崖菩薩像이다. 보살의 상호는 언뜻 엄격해 보이나 햇살이 들어 그 상호를 비추면 곧 얼굴에 홍조를 띠고 엷은 미소를 머금는다. 자세는 한쪽 다리를 내리고 편히 앉은 유희좌遊戱座를 하고 있다. 남산 상봉의 이 보살상이 앉아 계신 곳은 일반적인 연꽃이 아닌 바로 구름 위이다. 구름 위 보살을 친견하는 중생은 이미 산 밑의 세상을 잊어버리며 어느 새 더불어 천상에 오른 듯하다.
지상은 천상의 연결점이며 천상은 지상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천상을 그리는 중생의 마음이 지상에서 구현되는 것이 이와 같은 까닭일 것이다. 하늘은 땅을 살피고 또한 땅은 하늘을 그리는 것이 순順한 이치가 된다. 늘 보살된 마음으로 중생을 살피는 것 역시 진리의 행이 아닐까. □